<2차 북미회담 결렬> 한반도 운명은?

결국 다시 문이 나선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결국 초미의 관심을 받았던 두 번째 세기의 담판은 결렬됐다. 북미는 접점을 찾지 못했다. 트럼프-김정은 두 정상이 하노이에 도착해 연출한 분위기는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북미는 회담 마지막 날 어긋났다. 북미의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다자 간 비핵화 프로세스를 언급했다. 북미의 비핵화 방정식이 점차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 악수 나누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노동신문

2차 북미정상회담의 분위기를 선점한 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하늘길이 아닌 60시간에 이르는 육로 대장정을 선택했다. 열차의 경적소리를 시작으로 2차 북미회담의 막이 올랐다. 김 위원장은 한국시간으로 지난달 23일 오후 4시30분경 북한 평양역을 출발해 중국 대륙을 종단했다. 열차는 지난달 26일(이하 현지시각) 새벽 중국 난닝역서 잠시 멈춰 섰다.

육로 대장정
회담 신호탄

김 위원장은 역에 하차해 담배를 입에 물었다.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은 크리스털 재질로 보이는 재떨이를 손에 들고 그를 수행했다. 김 위원장은 다소 긴장된 모습으로 휴식을 취한 뒤 열차에 몸을 실었다. 열차는 65시간여 만인 이날 오전 8시10분경 베트남과 중국의 접경지역인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매우 행복하며 베트남에게 감사하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베트남 정부 관계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고, 동당역서 대기 중이던 전용차에 올라 오전 8시30분경 하노이로 출발했다. 하노이 도착 전 박닌성에 있는 삼성공장을 시찰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중간 경유지는 없었고 오전 11시경 숙소인 하노이 멜리아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김 위원장은 도착 6시간 만에 외부 일정에 나서 수행단과 함께 오후 5시경 전용 리무진을 타고 오후 5시7분경 북한대사관에 도착했다. 북한 대사관에선 “만세!” 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다. 김 위원장은 50분 정도 이곳에 머물렀다.


이날 김 위원장의 수행단도 이목을 끌었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김여정 부부장과 함께 김평해 인사담당 노동당 부위원장, 조용원 조직지도부 부부장, 김철규 호위사령부 부사령관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튿날 “김정은 동지가 26일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해 제2차 조미 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 실무대표단의 사업 정형을 보고받으셨다”고 보도했다.

김-트, 260일 만에 베트남서 재회
초반 분위기 청신호, 기대감 높여

<중앙통신>의 보도로 미뤄봤을 때, 김 위원장은 전날 오전 11시 숙소에 도착한 뒤 북한 대사관을 찾은 오후 5시 사이에 실무대표단의 보고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후 9시경 하노이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20여시간의 비행 끝에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해 숙소 하노이 JW메리어트호텔엔 오후 9시40분경 도착해 짐을 풀었다. 북미 정상은 정상회담 하루 전 모두 하노이에 입성했다.

이튿날 2차 북미회담 일정이 시작됐다. 긴장감이 맴도는 상황서 적막을 깬 건 북한 측이었다. 북한 수행단은 오전 8시경 멜리아호텔을 나왔다.
 

▲ 회담장 안으로 들어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오수용 경제담당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수용 외교담당 노동당 부위원장, 김평해 인사담당 노동당 부위원장,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 제1부부장,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등이 모습을 비췄다. 이들은 오전 9시45분경 베트남의 대표적 관광지인 할롱베이에 도착했다. 현지 매체 등은 북한 수행단이 할롱베이서 유람선을 타고 이곳을 둘러봤다고 보도했다.


북한 수행단은 할롱베이에 이어 베트남 북부 최대 항구도시인 하이퐁도 시찰했다. 하이퐁은 외국인직접투자 기업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베트남 경제 성장의 견인차로 손꼽히는 지역이다. 북한 수행단은 이곳에서 대규모 산업단지 등을 방문했다.

이들의 일정은 김 위원장의 경제성장 의지를 반영한다. 북한 수행단은 관광지구와 개발경제지구를 시찰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과 미국, 그리고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 성장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한 바 있다.

외부일정 적극
경제성장 의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6시30분경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서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6시15분경, 김 위원장은 오후 6시20분경 각각 전용차를 타고 이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인공기와 성조기가 교차된 회담장서 만나 악수를 했다. 지난 1차회담 후 260여일 만의 재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차 북미회담 이상으로 성공적이고 더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분위기를 띄우는가 하면 “김 위원장은 위대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김 위원장도 “불신과 오해의 눈초리, 적대적인 것들이 우리가 가는 길을 막으려고 했지만 우리는 잘 극복했다”며 “보다 훌륭한 결과가 만들어질 것이라 확신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6시40분부터 약 20분간 단독회담에 들어갔다. 북미 핵담판에 불이 붙기 시작하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두 정상은 단독회담 이후 친교 만찬에 나서기 전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아주 특별한 관계”라고 호응했다.

북미 정상의 단독회담 이후 시작된 만찬은 북미의 신뢰를 반영한다. 지난 1차 북미회담서 만찬은 일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2차 북미회담서 새로 포함된 것이다.

만찬에는 북미 참모가 각각 2명씩 배석했다. 북한 쪽에서는 김영철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이, 미국 쪽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배석했다. 북미는 만찬 뒤에도 실무 접촉을 통해 합의문 조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훈훈 분위기
돌연 급반전

북미 회담의 마지막 날인 지난달 28일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본격적인 핵담판을 위한 채비에 나섰다. 회담 장소는 두 정상이 전날 만났던 메트로폴 호텔이었다. 먼저 길을 나선 건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그는 오전 8시25분경 JW메리어트 호텔을 나서 오전 8시40분경 회담장에 먼저 도착했다. 뒤이어 김 위원장도 멜리아호텔을 출발해 회담장으로 이동, 오전 8시46분경 회담장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회담의 기대감을 키웠다.


김 위원장은 “이제는 (우리의 노력을) 보여줄 때가 됐다”며 “최종적으로 훌륭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합의 이후에도 우리는 계속 만남을 지속할 것”이라며 “경제대국이 될 수 있는 북한의 가능성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 손 흔들어보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은 “속도가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거듭 속도 조절론을 꺼내들면서도 “중요한 것은 핵실험, 로켓 실험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곧 단독회담을 시작했다.

이들은 오전 9시35분경 조그만 산책길을 통해 회담장 밖으로 나와 이동하면서 밝은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눴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곧 김영철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나 담소를 나눴다. 이들은 미소를 띠며 확대회담을 위해 실내로 들어갔다.

그러나 훈훈했던 분위기는 확대회담서 급반전됐다. 확대회담에는 두 정상과 함께 북한 측 인사로 김영철 부위원장과 이용호 외무상, 미국 측 인사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이 배석했다. 확대회담 이후 북미 정상은 오찬을 함께하고 서명식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확대회담이 약 한 시간 넘게 지연되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막판 핵담판 무산, 갑자기 왜?
추후 다자회담 가능성…시기는?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북미 오찬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찬에 이어 북미 서명식도 취소됐다. 샌더스 대변인은 오후 4시 예정이었던 트럼프의 기자회견이 2시간 일찍 앞당겨져 진행될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1시25분 기자회견을 위해 회담장을 떠났고 김 위원장도 회담장을 나서 숙소로 돌아갔다. 

트럼프 대통령의 단독 기자회견은 예정된 시간보다 15분 정도 지난 뒤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생산적인 시간을 가졌다”면서도 “지금 시점에서는 아무 것도 서명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김 위원장과 굳건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며 관계까지 부정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문답을 통해 “북한은 대북제재 전체의 해제를 원했으나 우리는 제공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핵 시설 폐기를 말했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결국 북미는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에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관심이 모이는 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비핵화 프로세스’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을 언급하며 다자 간 비핵화 프로세스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로세스를 위해 오늘 합의에 서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2차 북미회담이 결렬되면서 문재인정부의 움직임은 가빠질 예정이다. 당장 한미정상회담과 함께 남북정상회담이 주목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차 북미회담 전후로 워싱턴과 평양을 방문했다.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는 현재 한미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정상회담은 지난해 말 무산된 김 위원장의 답방과 맞물려 추진력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한미정상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은 순서에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한 시기에 모두 열릴 공산이 크다. 시기는 오는 3월 말에서 4월 초로 점쳐진다. 

북미 합의 결렬
문 대통령 등판

트럼프 대통령은 추후 협상 의지와 함께 다자 간 비핵화 프로세스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다자 간 프로세스 역시 이 시기에 맞춰 본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