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권력형 비리 수사 강도 최고조 “부정부패 뿌리 뽑는다”
박연차 리스트 시발탄…노건평 이어 민주당 L의원·A씨 겨냥?
‘입법전쟁’에서 승리한 민주당의 기세가 대단하다.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속력 또한 하늘을 찌를 정도다. ‘정세균 대표 비판론’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선 “축배 들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한다. 사정 칼날이 여전히 민주당과 전 정권 핵심인사들을 향하고 있어서다. 이미 ‘노무현-박연차 커넥션’이 제기됐다.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직후인 지난해 2월 구속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15억원을 빌린 차용증을 확보한 것. 이는 예고편에 불과하다. 최근 수사에 착수한 포스코 세무조사 무마 의혹 과정에서 검찰은 청와대 고위직을 지낸 K씨를 주목하고 있고, 바다골재채취 비리사건 등도 핵뇌관으로 손꼽힌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검찰이 이미 타깃인물을 정해놓고 수사를 시작했다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 기세등등한 민주당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는 핵뇌관임은 분명하다. 이를 재조명했다.
민주당이 오랜만에 웃었다. 입법전쟁에서 대승을 거두었고, 당내 인사들이 정세균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까닭에 당내 진보개혁진영 중심으로 불거졌던 ‘정세균 비판론’은 쏙 들어갔다.
그러나 민주당은 여전히 좌불안석이다. 검찰 사정 칼날이 민주당의 숨통을 조금씩 조이고 있는 것. 노무현-박연차 커넥션을 비롯해 포스코 세무조사 무마 의혹 등의 수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 이른바 참여정부 핵심인사들을 향한 사정 칼날인 셈이다.
민주당 여전히 좌불안석
검찰, 고강도 수사 예고
검찰의 의지도 대단하다. 임채정 검찰총장은 지난 2일 시무식에서 “부정부패 수사가 보다 강력하게 또한 지속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특히 권력형 비리는 어떤 성역도 두지 말고 철저하고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며 “부정한 정치자금과 뇌물 등의 부정부패 척결은 검찰 본연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정 수사가 지난해보다 더 강도 높게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인사들은 검찰 사정 칼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세종증권 매각로비 사건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세종증권 매각로비 사건으로 인해 검찰과 노건평씨 간에 쫓고 쫓기는 게임이 연일 계속됐다. 우여곡절 끝에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속하는 성과를 거뒀다.
결국 건평 씨는 “정화삼 씨 형제의 부탁으로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 세종증권 인수 청탁을 하고 대가성으로 3억원을 받은 부분과 정원토건 회사 돈으로 차명주식과 부동산을 구입한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보다 화력이 더 센 핵뇌관이 민주당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연차 리스트’ 존재여부가 바로 그것이다.
검찰도 박연차 리스트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 3인방 중 한 명이다. 이런 까닭에 박 회장이 정치인과 관료, 사정당국 간부 등 가릴 것 없이 거액의 금품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검찰 역시 이를 규명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실제 검찰은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빌려줬다는 ‘15억원 차용증’을 확보했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 신축 비용 보전 목적으로 돈을 건네고 차용증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을 둘러싼 의혹은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다. 휴켐스 인수과정과 국세청의 세무조사 무마를 위해 정치권에 광범위한 로비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민주당과 참여정부 핵심인사들에게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얘기다.
제2의 참여정부 게이트 터지나?
사정 당국 소식에 밝은 민주당 관계자는 “박 회장에 대한 재수사가 시작됐다”며 “심지어 사정 당국 안팎에서는 건평 씨에 이어 민주당 L의원, A씨 등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고 귀띔했다.
실제 박 회장의 셋째 딸이 청와대 국정상황실 8급 직원으로 채용됐고, L씨가 의원이 된 이후에는 비서로 근무했다.
또 A씨는 지난 2002년 12월과 2003년 3월, 박 회장으로부터 7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받아, 벌금 3천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서울서부지검은 수사 중인 프라임그룹 정관계 로비 의혹포스코 세무조사 무마 로비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 정권의 핵심 인사가 연루됐다는 소문이 나돈다. 때문에 검찰이 ‘대어’를 낚을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프라임그룹 수사는 나름대로 성과를 올렸다. 이주성 전 국세청장이 프라임그룹으로부터 대우건설 인수 로비 청탁을 받고 19억원짜리 아파트를 받았다 돌려준 혐의로 구속됐다.
문제는 포스코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에도 이 전 청장의 이름이 연일 거론되고 있다는 것. 자칫 국세청을 둘러싼 대형 로비사건으로 확산될 조짐도 보인다.
사건의 발단은 2005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스코 포항 본사를 관할하는 대구지방국세청이 1차로 세무조사를 했고, 서울 포스코센터에는 서울지방국세청 인력이 투입돼 강도 높은 수사가 펼쳐졌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가 부과받은 세금은 1704억원이다. 그러나 검찰고발은 이뤄지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은 국세청이 포스코에 거액의 세금을 추징하고도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점을 주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다 참여정부 핵심실세인 K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 검찰은 K씨가 포스코의 세금포탈 사실을 검찰에 고발조치 하지 않도록 막았다는 사실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K씨가 K 전 국세청장과 대학동창이라는 점을 포착, 이들의 유착관계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더 나아가 ‘K씨-이주성 커넥션’ 의혹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외에도 바다골재채취 비리사건도 재조명될 분위기다. 세종증권 매각 비리 사건으로 인해 사정 칼날에서는 비켜나갔지만 제2의 참여정부 게이트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검찰 주변의 평가다.
실제 바다골재채취를 둘러싸고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 의혹 등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그 내막이 파헤쳐지면 다수의 정치인과 고위관료들이 검찰 레이더망에 걸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바다골재채취에 거론되는 인물들이 나돌 정도다. P씨와 L의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대통령 기록물 유출 사건도 또 하나의 핵뇌관이다. 검찰은 1월 중 노 전 대통령 측과 조사 방법에 대한 협의를 끝내고 노 전 대통령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소 유예하는 선에서 마무리 될 것이라는 얘기가 사정당국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는 노 전 대통령과 전 정권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여권-검찰 교감설 솔솔
4월 재보선 필승카드?
이처럼 지지부진했던 전 정권에 대한 수사가 또 다시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참여정부를 향한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는 말이 나돈다. 그 대상도 광범위하다. 참여정부 핵심인사를 비롯해 참여정부 시절 성장했던 기업들까지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 사정 칼날의 후폭풍은 민주당에까지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게다가 정치권 일각에서는 MB법안을 놓고 주도권을 뺏긴 여권 핵심과 청와대가 4월 재보궐 선거 승리 카드로 검찰 사정 칼날을 꺼낼 것이라는 얘기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른바 ‘여권-검찰 간 빅딜설’인 셈이다.
때문에 민주당이 이른바 ‘법안전쟁’에서는 승리했지만 그 기세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축배를 들기에는 여전히 넘어야 될 산이 많다”고 말한 민주당 한 관계자의 말이 이를 대변한다. 과연 기세등등해진 민주당이 검찰발 사정 칼날을 피해 ‘순항’을 할 수 있을지 눈여겨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