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장 진흙탕 선거전
중기중앙회장 진흙탕 선거전
  • 김태일 기자
  • 승인 2019.02.12 11:10
  • 호수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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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총리급’ 권력 쟁탈전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360만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의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두고 과열 양상으로 심화되고 있다. 작년 말부터 네거티브 선거전의 양상이 표출되더니 선거를 위탁 관리하는 선거관리위원회가 한 입후보 예정자의 선거캠프 구성원을 허위사실 공표와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 중소기업중앙회
▲ 중소기업중앙회

지난달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 회장 입후보예정자로부터 3건 이상의 진정서가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중기중앙회 제26대 회장 선거의 선거관리를 위탁받은 기관이다. 차기 회장 선거의 후보등록 기간이 내달 7~8일로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미 네거티브 공방전이 시작된 분위기다. 

네거티브 공방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는 입후보예정자인 김기문 진해마천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제이에스티나 회장)이 낸 진정서가 접수돼있다. 23, 24대 두 차례 중기중앙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김 회장은 본인에 대한 비위 의혹을 기사로 다룬 한 언론사를 상대로 진정서를 냈다.

해당 기사 내용은 유권자 200여명이 참여한 단체 채팅방(단체 카톡방)을 통해 유포됐다. 

한 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입후보예정자에 대한 비방·의혹 제기 글, 과대선전 등 선거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는 글들이 조합원들 사이에 문자로 오고 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민간단체의 수장인 중기중앙회 회장을 뽑는 선거에서 매번 이러한 네거티브전이 반복되고 있는데,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선거를 한번 하고 나면 편이 갈려 당선인 쪽에 소위 ‘줄’을 섰던 이들은 집행부 구성 시 적극 참여하는 반면, 떨어진 후보 쪽에선 집행부 활동은 물론 조합을 위한 활동에도 잘 안 나서려고 하는 경향이 굳어져왔다”며 “이러한 경향이 바뀌지 않는 한 네거티브전, 과열 양상은 매번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과열 조짐과 치열한 물밑경쟁을 두고, 중기중앙회의 위상과 주목도가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이례적으로 청와대 신년회 행사를 중기중앙회에서 개최했다. 이어 이낙연 국무총리가 중기중앙회가 개최한 ‘2019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직접 참석하는 등 중기중앙회에 그 어느 때보다 힘이 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기중앙회장 선거의 이 같은 과열 양상은 여타 경제단체장들이 업무 부담 등을 이유로 자리를 꺼려하는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중기중앙회장이 누릴 수 있는 직간접 혜택에 눈이 멀어 이전투구를 벌이면서까지 회장에 오르려고 한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한 목소리다.

중기중앙회장 자리는 기본적으로 부총리급 의전에 경제 민주화의 주역으로 떠오른 중소기업을 대표한다는 상징성이 더해져 정치권 입성의 기회도 높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의 공식 해외 순방에도 동행한다.

위상과 주목도 상승…정치권 입성 기회도
염불보다 잿밥 관심 “일단 당선되고 보자”

또한 조 단위의 연간 예산 운영과 수백억원대의 사업비 집행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으며 무보수라지만 월 1000만원대의 특별활동비에 중기중앙회가 최대주주인 홈앤쇼핑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면서 수억서 수십억원대의 보수도 챙길 수도 있다.

과거 국정감사에 따르면 김기문 전 회장은 4년간 26억7267만원, 박성택 회장은 3년간 6억9676만원을 홈앤쇼핑에서 받았다. 이 때문인지 역대 중기중앙회장 선거는 번번이 부정선거 의혹으로 얼룩졌다.

그만큼 중기중앙회장 자리가 매력적이라는 이야기지만 공직선거와 달리 선거사범에 대한 법원의 선고시한 규정이 없다. 따라서 불법이 드러나도 재판으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제도상의 허점이 과열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3심이 보장된 우리나라에서는 재판만 수년이 걸린다.

사실상 선거범죄를 저질러도 당선만 된다면 재판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임기를 대부분 채울 수 있는 셈이다.

결국 이 같은 제도적 허점이 불법을 자행해서라도 우선 당선되고 보자는 후보들의 심리를 자극하면서 매번 진흙탕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비리의혹 등으로 자격 논란이 있는 인사나 연임 및 중복 출마에 대한 제한 규정도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기중앙회 회장 선거는 회원사들인 협동조합의 이사장과 단체장 500여명의 투표로 선출하는 간접선거 방식으로 치러진다. 과반수의 선거인단만 확보하면 당선된다. 내달 7∼8일 후보자 등록을 받고 9일 후보자 자격심사 기호가 결정된다. 이후 27일까지 선거운동을 할 수 있으며 28일 선거를 한다.

선거에 앞서 내달 20일에는 중기중앙회에서 중기업종별 중기단체장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후보자 간 공개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현재까지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 박상희 미주철강 회장, 곽기영 보국전기공업 대표, 원재희 프럼파스트 대표, 이재광 광명전기 대표, 이재한 한용산업 대표, 주대철 세진텔레시스 대표 등이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대우에 눈멀어…

중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가 중소기업을 대표하고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존재의 이유는 사라지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인사들의 권력 쟁탈전이 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스럽다”며 “중소기업을 육성하자는 사회적 목소리가 거센 상황서 사심 없이 중소기업을 위해 일할 사람이 뽑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