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망신살 뻗친 손석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2.12 08:37:16
  • 호수 12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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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에 휘말린 ‘국민 앵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국민 앵커 손석희 JTBC 대표이사가 스캔들에 휘말렸다.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를 폭행해 경찰에 입건됐다. 이 둘은 언론계 선·후배 사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두고 당사자 간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 더불어 두 사람의 갈등 배경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 JTBC <뉴스룸> 진행자 손석희 대표이사

프리랜서 기자인 김웅씨가 손석희 JTBC 대표이사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손 대표 측은 “상대방 신고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당사자를 검찰에 고소했다.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2월10일 오후 11시50분쯤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일본식 주점서 손 대표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는 지구대를 방문해 근무일지에 이 신고 내용을 남겨달라 요청했고, 이틀 뒤인 13일 다시 지구대를 찾아 정식 신고 절차를 밟았다.

폭행 사건서 
온갖 논란으로

김씨는 당시 주점서 손씨와 단둘이 식사를 하던 중 얼굴을 수차례 폭행당했다고 주장하고, 전치 3주의 상해 진단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상황에 대해 양측은 정반대 주장을 하는 중이다. 김씨는 손 대표에 관한 제보를 받고 취재하던 도중 자리를 가졌고, 그 자리서 손 대표가 JTBC 일자리를 제안했으나 거절하자 폭행을 당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건 당시 상황을 녹음한 파일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이 파일에는 손 대표로 추정되는 남성이 “아팠다면 폭행이고 사과한다”고 말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손 대표 측은 “상대방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김씨가 손 대표에게 불법적으로 취업을 청탁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오히려 손 대표를 협박한 게 이번 사안의 본질”이라고 밝혔다.

김씨가 주장하는 폭행 사실에 대해선 “‘정신 좀 차려라’ 하고 손으로 툭툭 건드린 게 사안의 전부”라고 설명했다. 

서울서부지검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저녁 늦게 손 대표 측이 김씨를 공갈 미수·협박 혐의로 고소했다. 이 사건은 마포경찰서에서 병합해 수사할 예정이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손 대표와 김씨 측의 경찰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다. 김씨는 이메일을 통해 폭행 당시 상황을 담은 진술서와 전치 3주 상해진단서, 사건 당일 손 대표와의 대화를 녹음한 음성 파일 등을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은 ‘폭행 신고 관련 추가 자료가 있으면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앞서 김씨는 손 대표에 관한 제보를 취재 중이었다고 밝혔다. 어떤 제보였을까. 김씨는 손 대표의 뻥소니 사건을 제보 받아 취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건의 발단은 2017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손 대표는 한 주차장에서 후진을 하다 견인 차량과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손 대표는 접촉 자체를 모고 자리를 떠났지만, 차에 닿았다는 견인 차량 운전자의 말을 듣고 자비로 쌍방합의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운전자는 접촉사고 발생 후 손 대표가 사고 처리를 하지 않고, 현장서 달아났다고 주장했다.

2.5km 정도를 추격해 도로변서 손 대표의 차를 멈추고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명함을 주고 받으며 상황이 마무리됐다고 했다. 


프리랜서 기자 폭행해 경찰에 입건
내막 두고 양측 주장 첨예하게 갈려

이런 일이 있은 이후 김씨는 “손 대표가 경기 과천의 한 주차장에서 뺑소니 사고를 낸 뒤 피해자들에게 배상했다”는 제보를 입수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로 찾아가 손 대표를 직접 만났다고 한다.

김씨는 이후 손 대표에게 전화해 “당시 (피해자들이) 손 대표가 차를 받고 도망갔다고 하는데 사실이냐”라고 물었다. 김씨의 통화 녹취에 따르면 손 대표은 “난 (차를) 받은 줄도 몰랐다. 그래서 경찰을 부르자고 했는데 경찰이 오고 있는 상황서 ‘보험으로 할 거냐, 현금으로 할 거냐’ 해서 난 그냥 ‘현금으로 해도 된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손 대표로부터 받은 손 대표 명의 계좌 내역을 보면, 2017년 4월17일 피해자 중 한 명으로 추정되는 A씨에게 150만원을 송금한 것으로 돼있다. 

그런데 사건의 논란은 다른 방향으로 옮겨붙었다. 당시 손 대표와 ‘동승했던 인사가 누구였느냐’다. 김씨는 당시 손 대표와의 통화서 “접촉사고 당시 차량의 조수석에 동승자가 있었다”는 제보의 사실 여부를 물었다.

손 대표은 “동승자는 없었다. 그들이 (뺑소니라고) 협박해서 돈을 받았기 때문에 또 다른 약점을 잡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그마한 것으로 침소봉대 돼서 공격당할 수 있고 여러 모로 타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JTBC는 보도자료를 통해 “동승자가 있었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라며 “이를 증명할 근거도 수사기관에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또 “김씨가 이번 사안을 의도적으로 ‘손석희 흠집내기’로 몰고 간다”고 주장했다.  

교통사고 당시
동승자 누구?

논란은 또 다른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김씨는 손 대표가 자신을 회유·배임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해 8월부터 올 1월까지 5개월가량 보안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수십건의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주로 김씨의 채용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손 대표가 김씨에게 “이력서를 하나 받아뒀으면 한다” “내가 밀어넣으려 한다고 말들이 많을 거야. 그런데 그렇게라도 해보지 않는 건 내가 너한테 미안한 일인 것 같다”고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씨는 “손 대표는 저를 통해 세상에 사실이 알려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며 “저를 회유하기 위해 JTBC 작가직 등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고, 폭행 당일에도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에 합류시키겠다고 했다가 또다시 거절당하자 이에 격분해 폭행했다”고 했다.


김씨는 경찰에 제출한 진술서를 통해 “2017년 4월16일 심야 시간에 손 대표가 경기 과천의 한 교회 인근 공터서 접촉사고를 내고 현장을 이탈해 도주한 것이 이 사건의 발단”이라며 “사고 직후 피해자들에게 추적당해 4차로 도로변에 정차했고,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상황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사고 피해자들은 조수석에 젊은 여성 동승자가 있었다고 전했다”고 언급했다.

이 젊은 여성은 손 대표와 함께 뉴스룸을 진행하는 안나경 앵커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자 JTBC는 지난달 29일 입장문을 내고 “현재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포되고 있는 안나경 앵커에 대한 각종 소문은 모두 악의적으로 만들어낸 가짜뉴스로 명백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까지 작성되고 유포된 근거 없는 SNS 글과 일부 매체 기사를 수집하고, 이를 작성하고 유통하는 모든 개인과 매체를 상대로 강력한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손 대표의 배임 의혹도 나왔다. 김씨에 따르면 손 대표는 지난달 19일 김씨의 변호인에게 월 1000만원을 보장하는 2년 계약의 용역 체결을 논의하자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본인의 교통사고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기자직 등 회사 일자리를 제공하고 회삿돈을 용역비 형태로 주려고 했다면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자유청년연합은 손 대표를 배임 및 배임미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서부지검이 사건을 배당받았으며 관련 수사는 마포경찰서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젊은 여성?
명백한 허위?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시민단체 자유청년연합이 손 대표를 배임 및 배임미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한 사건을 서부지검에서 배당받을 예정”이라며 “이후 마포경찰서로 보내 수사 지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 대표는 1956년 서울서 출생해 2남1녀 중 둘째이자 장남으로 태어났다. 고등학교에 입학해 방송반원이 됐는데, 이때의 경험이 훗날 아나운서가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76년 국민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다. 1979년 군대에 입대하고 부산에 있던 육군군수사령부 본부근무대 행정병으로 자대 배치됐다. 군 시절 동안 10·26사건, 12·12군사반란, 5·18민주화운동, 삼청교육대 사건을 겪는다.

손 대표는 1984년 MBC에 입사했다. MBC에 입사하기 전에는 <조선일보> 판매국서 일한 적이 있었으나 금방 그만뒀다. 친구들이 방송반 경력도 있고 어울리니 시험을 보라고 권유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이후 MBC의 대표 아나운서로 입지를 다지다가 1986년 앵커 이미지가 강렬해지는 것을 우려한 MBC 사측서 보도국으로 발령 내 기자가 됐다. 하지만 본인은 자기 자리가 아닌 것 같아 불만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1989년 4월23일 새로 신설된 일요일 <뉴스센터> 앵커직을 맡으며 아나운서국으로 돌아온다. 

이후 손 대표는 1989년 10월까지 토요일 <뉴스데스크>와 일요일 <뉴스센터>를 진행한다. 1990년에는 저녁뉴스 앵커를 맡았고,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까지는 아침뉴스를 진행했다.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사회 분위기가 급변하던 1988년 8월, MBC 노조가 정부의 방송 관련법에 맞서 쟁위가 발생했다. 조합원 모두가 가슴에 공정방송 리본을 달기로 했지만 모두 빼앗긴다. 손 대표는 주말 <뉴스데스크> 진행자였으며, 당시 이 문제로 갈등하다가 리본을 재킷 겉옷이 아닌 안쪽 와이셔츠 주머니에 달았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기억하는 한, 가장 수치스럽고 기회주의적인 행동이었다”고 회상했다.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고소·고발로 이어진 진실공방

손 대표는 1992년 가을, MBC 노조 활동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당시 12월 대선을 앞두고 전두환정권은 여당에게 비적인 <PD수첩>과 뉴스보도를 금지했다. 노조간부들을 지방 한직으로 발령 내는 등의 조치가 잇따르자, 즉시 노조가 반발을 하면서 파업이 일어났다. 결국 9월부터 52일간 진행된 파업은 전투경찰의 투입으로 끝났다. 

손 대표는 이때 주동자로 몰려 동료들과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됐다. 당시 손 대표는 노조 간부도 아니었기 때문에 주동자라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파업 참가자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에 언론은 그가 포승줄에 묶인 사진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당시 손 대표는 체포된 이후 “상식적 판단서 옳은 일이라면 바꾸지 말자. 내가 죽을 때까지 그 원칙서 흔들리지 말고 나가자”는 말을 남겨서 대중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다가 1997년 불혹을 넘긴 나이에 가족을 데리고 미국 유학을 떠났다. 2년 뒤 귀국해 MBC <아침뉴스 2000>를 통해 방송에 복귀. 2000년 MBC 라디오의 아침 시사 프로그램인 <시선집중>의 진행을 맡았다.

<시선집중>은 지상파와 인터넷에 밀리던 라디오의 시사보도와 의제설정 역할을 되살린 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다. 

2002년에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의 뒤를 이어서 <100분 토론>의 3대 진행자가 됐다. 손 대표는 2009년 11월19일 10주년 방송 때까지 진행한 역대 최장수 진행자로 이름을 남기기도 했다. 2005년부터 2006년까지 MBC 아나운서 국장으로 재직했으며, 2006년 MBC를 퇴사 후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2013년 5월 <시선집중> 진행자와 성신여자대학교 교수직서 사임하고 JTBC 보도부문 총괄 사장을 맡았다. 2013년 9월16일부터 2014년 9월까지 JTBC <뉴스 9> 주중 진행을 담당했으며 2014년 9월22일부터 1시간40분 동안 진행되는 JTBC의 메인뉴스 <뉴스룸>을 진행하고 있다. 

신뢰도 1위
여기서 끝?

손 대표는 JTBC를 종합편성채널을 넘어 지상파와 경쟁하는 매체로 만들었다. 이제 7년 차에 접어든 JTBC가 전통을 자랑하는 유력 언론매체들을 따돌리며 쾌속질주를 펼치고 있다. 올해로 29회째인 <시사저널>의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언론매체 조사에서 JTBC는 영향력·신뢰도 부문서 2위와 큰 격차로 1위를 차지했다. 열독률 부문서도 1위 네이버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2위에 올랐다. 손 대표는 더불어 <시사저널>의 ‘2018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부문서 14년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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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