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아지트 가보니…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2.11 10:37:13
  • 호수 12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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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깃든 ‘노’의 정신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충북 청원군 문의면 마동리에 학교법인을 소유하고 있다. 학교의 이름은 ‘마동창작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이 깃든 이곳은 노통 지지자들이 꽤나 찾는 명소다. <일요시사> 기자는 아직 찬 공기가 가시지 않은 지난 1월 중순 이곳을 직접 찾았다.

▲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 나누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사진 오른쪽)

도착하니 이미 해가 중천이었다. 마동리로 가는 길은 꽤나 멀고 험했다. 구불구불한 산길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산길을 지나니 논두렁길이 길게 펼쳐졌다. ‘왜 이런 산골에 위치해 있을까.’ 마을로 가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산 건너

마동창작마을은 1992년 폐교된 충북 청주 회인초등학교 회서분교장을 개조해 사용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흙장난하며 뛰어놀았을 운동장은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입구에 세워진 ‘마동창작마을’이라는 붉은색 음각 바위가 방문자들에게 이곳이 어디임을 알리고 있었다.

갖가지 조형물이 눈에 띄었다. 음각 바위 바로 옆에 서 있는 2미터 이상 크기의 대형 말머리상도 취재진의 눈길을 끌었다. 마동리는 조선시대 병사들이 군마에게 물과 먹이를 주며 쉬었다 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 ‘마쟁이’였던 것이 일제강점기 때 지금의 마동리로 바뀌었다.

넓은 운동장 한가운데는 눈길을 사로잡는 또 다른 조형물이 서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이 환하게 웃는 얼굴을 바위에 음각으로 새겨넣은 표지석이 그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음각 조형물은 사각의 바위가 받치고 있었다. 그중 3면에는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글귀가 아로새겨져 있었다. ‘사람 사는 세상’ ‘살기 좋은 환경’ 등이다. 노 전 대통령에게 전하는 듯한 ‘당신의 못다 이룬 꿈, 우리가 이루어 가겠습니다’라는 글귀도 인상적이었다.


학교법인 ‘마동창작마을’ 소유
폐교된 분교 개조 예술공간으로

표지석은 2009년 7월10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시인위원회’가 만들었다. “이곳에서 분향소를 열고 함께했던 수많은 시민의 뜻과 정성으로 이 표지석을 세웁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살기 좋은 환경은 노 전 대통령이 지난 2006년 8월8일 시도지사토론회 중 강조했던 말이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국가 균형 발전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이 모두 함께 상생하는 길입니다”라고 밝혔던 바 있다.

본교로 사용됐던 건물은 지금은 무인 카페로 변모했다. 방문객들이 직접 커피를 타서 마시고 컵라면을 끊여먹을 수 있도록 구비돼있었다. 황토벽 한쪽에는 이중섭의 ‘황소’를 연상케 하는 그림이 걸려 있었고, 또 다른 쪽에는 책이 빼곡하게 수납돼있어 운치를 더했다. 판매용 그림엽서도 눈길을 끌었다.
 

방명록을 통해 수많은 방문객들의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중학생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회사원부터 정치권 인사까지 그야말로 남녀노소 및 계층을 불문하고 그 시간, 그 장소서 느꼈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그중 촛불혁명에 대한 반응을 통해 주 방문객들의 성향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2016년 11월9일의 한 방문객은 “박근혜 사기꾼 대통령 물러나라”라고 적었다. ‘촛불!!!’이라는 강렬한 느낌의 글귀도 인상적이었다.

환히 웃는 노무현 얼굴이 입구에
노영민·도종환 함께 찍은 사진도


건물 바로 옆에는 이 마을의 주인인 이홍원 화가의 작업실이 위치했다. 이 마을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이홍원 화가를 비롯한 6명의 화가와 함께 교육청으로부터 공동구입해 예술가들에게 작업공간으로 제공한 장소다.

노 비서실장은 그림에 조예가 깊을 뿐 아니라 본인이 직접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하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상 노 비서실장은 지난 2015년까지 이홍원 화가의 그림 ‘소나기’ 작품을 소유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친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두 사람의 친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또 있었다. 이 화가의 작업실 탁자에는 노 비서실장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함께 찍힌 사진이 놓여 있었다. 도 장관은 노 비서실장과 마찬가지로 시인 출신이다. 사진 하단에 ‘2002년 개인전 예술의 전당 대전시실’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작업실 뒤편에는 게스트하우스가 자리하고 있었다. 취재진이 방문했을 당시 투숙객이 없는 탓인지 문이 굳게 잠겨 있어 내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바로 옆에 가정집으로 보이는 집이 있었지만, 출타 중이었다. 인근 주민에게 물어보니 “그 집에 화가가 살고 있는데 집을 비운 것 같다”고 말했다.

강 건너

굳이 이 마을을 정의하라면 “노 전 대통령의 감성을 예술가의 표현법으로 풀어낸 장소”라고 말하고 싶다. 고즈넉하면서 사람의 손때가 깊게 배어 있다. 추운 날씨에도 정서적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내일의 일과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발길을 서울로 돌려야하는 상황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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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