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미는 민주당 속셈

황 당권 잡으면 여당에 표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출마로 정치권 전체가 출렁이고 있다. 황 전 총리의 정치 경력은 전무하다. 다만 그의 영향력은 웬만한 중견 정치인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황 전 총리의 등판에 대한 여당의 반응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은 황 전 총리를 국정 농단과 함께 비판하면서도 은근히 반기는 모양새다.
 

▲ 최근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당사에서 차기 당 대표 출마를 공식화했다. 황 전 총리는 이날 “대한민국의 새로운 내일을 선언하기 위해 국민 여러분 앞에 섰다”며 말문을 열었다. 황 전 총리는 “지난날 대한민국은 젊음과 역동의 나라였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가 어떻게 됐느냐”며 “도전은 멈췄고 꿈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무덤에 있어야 할 386 운동권 철학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국정을 좌우하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을 정조준했다. 

출마 배경?
정·여 겨냥 


그는 “헌법 가치를 함께한다면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도 폭넓게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 전 총리는 “안철수, 유승민 전 공동대표를 포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기본적으로 자유우파는 헌법가치를 존중해 나라를 일으켰고 부강을 이끌어온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황 전 총리는 전대 출마를 넘어서 보수진영의 대통합 의지까지 여실없이 드러냈다.

황 전 총리의 당 대표 출마로 한국당은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실제로 황 전 총리가 전대 출마를 선언한 당시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당의 지지율은 상승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달 28~30일 조사해 지난달 31일 발표한 주중집계를 살펴보면 한국당의 지지율은 28.5%로 전주 대비 1.8%포인트 상승했다. 

황 전 총리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이낙연 국무총리를 제치고 오차범위 내 1위를 차지했다. 황 전 총리가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서 1위를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1~25일 조사해 지난달 29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황 전 총리는 응답자 전체서 17.1%로 선두를 달렸다. 황 전 총리의 선호도는 전달 대비 3.6%포인트 상승했다. 15.3%를 기록한 이 총리보다 1.8%포인트 높은 수치다. 

황 전 총리는 보수야권·무당층 조사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기록했다. 황 전 총리는 해당 조사에서 31.9%를 기록, 전달의 선호도에 비해 9.4%포인트 상승했다. 2위는 8.9%를 기록한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로 그 차이가 상당했다. 다만 범여권·무당층 조사에선 지난달 대비 1.3%포인트 하락한 4.9%를 기록해 12명의 차기 대선주자 중 8위에 머물렀다.


보수와 진보진영서 극과 극을 달리고 있는 셈이다(두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황교안 전대 출마…원내 4당 맹비판
차기대권 1위 등장, 한국당 지지율↑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는 황 전 총리의 당 대표 출마 선언 전에 이뤄졌다. 해당 여론조사 기간 당시 황 전 총리의 출마가 사실상 확정된 것을 미뤄볼 때 그의 선호도는 향후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황 전 총리가 던진 출사표에 정치권의 견제도 본격화됐다. 한국당을 제외한 원내 4당은 이구동성으로 그를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중진 의원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입을 모았다. 황 전 총리의 출마 선언 이튿날 6선의 이석현 의원은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시대가 바뀌고 대중의 생각이 바뀐 걸 모르시는 거냐”며 “물 빠진 줄 모르고 갯벌서 퍼덕이는 짱뚱어가 떠오른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지낸 3선의 김태년 의원은 “공안검사들이 판쳤던 80년대로 되돌아간 듯하다”며 “국민이 황 전 총리에게 원하는 것은 반성과 사죄”라고 꼬집었다. 이 외에 4선의 박영선 의원과 3선의 이인영 의원 등이 그를 비판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은 수위를 높였다. 평화당 문정선 대변인은 황 전 총리의 출마 선언이 있던 날 논평을 통해 “무덤서 채 깨어나지 못한 좀비답게 꺼내드는 무기라곤 저주와 반공이 난무하는 색깔론, 민주인사를 때려잡고 간첩을 조작하던 공안검사에서 한 치 벗어나지 못한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같은 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원래 탄핵당, 원래 친박(친 박근혜)당, 원래 국정 농단당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맞다”고 쏘아붙였다. 


범보수 진영으로 분류되는 바미당도 마찬가지였다. 바미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달 2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황 전 총리의 자격 논란을 언급했다. 하 의원은 “당헌·당규 논란이 있을 때 대승적으로 당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하면 오히려 더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며 에둘러 비판했다. 황 전 총리의 자격 논란은 ‘책임당원’서 비롯됐다.

자격 논란
4당 비판

한국당 당헌에 따르면 전대 출마 자격은 입당 후 3개월간 당비를 납부한 책임당원에게 주어진다. 황 전 총리는 지난달 15일 한국당에 입당했다. 황 전 총리의 책임당원 자격이 성립되지 않는 이유다. 황 전 총리는 “문제없다”며 논란을 일축하려 했지만 비상대책위원회에선 공개 설전이 이어졌다.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8일 국회서 “당헌·당규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를 비대위원장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 반면 한국당 이만희 의원은 “출마자격을 놓고 논쟁이 오가는 것은 보수통합을 바라는 국민 소망에 맞지 않다”며 맞받아쳤다.

해당 사안은 한국당 선거관리위원회로 넘어갔다. 한국당 선관위는 지난달 29일 황 전 총리에게 책임당원 자격을 부여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한국당 선관위는 해당 안건에 대한 비대위의 의결을 요청했다. 한국당 비대위는 결국 지난달 31일 황 전 총리에게 책임당원 자격을 부여했다. 

자격 논란을 딛고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 선호도서도 1위를 차지한 황 전 총리는 명실상부 전대 최대의 구심점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일각에선 그의 당 대표 당선을 기정사실화하기도 한다. 황 전 총리는 출마 선언 당시 정부와 여당에 대한 공세를 집중했다. 황 전 총리는 ‘폭정’ ‘386 운동권 철학’ ‘좌파 경제실험’ ‘주체사상’ 등을 언급하며 철저한 대여·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황 전 총리를 경계하면서도 한편으론 다른 속내를 보이는 모양새다. 정치권 관계자는 “황 전 총리는 홍 전 대표보다 더 한 X맨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전 대표는 지난해 한국당을 이끌었지만 같은 해 실시된 6·13지방선거의 패배를 책임지고 당 대표직서 물러났다. 당시 홍 전 대표는 연이은 막말로 구설수에 올랐다. 여론의 비판도 가시적이었다. 지방선거 당시 몇몇 후보자들은 홍 전 대표의 방문을 꺼려할 정도였다. 홍 전 대표가 스스로 문제를 만들었던 만큼 민주당의 비판은 다소 수월했다.
 

▲ 다시 한 번 당권도전에 나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황 전 총리에 대한 민주당의 비판은 홍 전 대표 때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공산이 크다. 물론 황 전 총리는 홍 전 대표와 스타일이 다르다. 황 전 총리는 홍 전 대표에 비해 차분하고, 화법서도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황 전 총리는 ‘최순실 국정 농단’의 고리서 자유롭지 못하다. 황 전 총리는 촛불혁명을 기치로 내건 민주당과 반대 입장에 있다.

황 전 총리의 당권 쟁취 여부를 떠나 민주당은 황 전 총리를 받아준 한국당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최근 정부와 여당에 대한 한국당의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서 민주당은 그간 뾰족한 반격의 카드를 제시하지 못했다. 여론의 부정적 기류가 강해지는 것 역시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웠다. 이는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을 통해 단적으로 드러났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달 28~30일 조사해 지난달 31일 발표한 주중 집계에 따르면 민주당의 지지율은 37.8%로 전주 대비 0.9%포인트 하락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평가 여론조사에서도 긍정은 47.5%, 부정은 47.2%로 긍정이 부정보다 소폭 앞섰다. 다만 전주 대비 긍정은 0.2%포인트 하락했고, 부정은 전주 대비 1.5%포인트 상승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촛불혁명

민주당은 황 전 총리의 등장을 반격의 기회로 엿보고 있다. 민주당은 황 전 총리와 국정 농단의 연결고리를 부각할 공산이 크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정부 당시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 그리고 대통령권한대행을 지냈다. 황 전 총리가 국정 농단서 자유롭지 못한 까닭이다.

최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황 전 총리가 지난 2012년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대선후보 경선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도운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됐다. 새누리당 경선 후보 전날인 2012년 8월19일 녹음된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그리고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대선후보 수락 연설문에 담을 메시지를 미리 논의했다. 이때 황 전 총리가 언급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들은 ‘권력형 비리 사건 재판은 모두 국민배심원단에 의해 판단을 받도록 한다’는 공약을 논의하던 중 최씨가 “근데 왜 황교안씨는 그런 것 안 받아?”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법이 없어요”라고 답했고, 정 전 비서관 역시 “그 법이 없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거부하면 국민배심원단으로 안 하거든요”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황 전 총리는 출마 선언 당시 기자회견서 “최순실이라는 사람을 알지도 못했다”며 “캠프 관련 이야기는 저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황 전 총리와 국정 농단을 결부시켜 야권과 함께 공조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민주당 외에도 바미당과 평화당, 정의당 역시 촛불혁명을 국정 운영의 가치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한국당은 최근까지 야권연대를 통해 정부와 여당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정국 주도권 다툼서 민주당은 다소 주춤하는 꼴이었다. 민주당은 황 전 총리를 중심에 두고 역으로 야권연대를 공고히 할 전망이다. 


민주 ‘황교안-국정 농단’ 연결 부각
촛불 대 반촛불? 여야 연대도 주목 

바미당과 평화당, 정의당은 황 전 총리와 한국당을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은 황 전 총리를 십분 ‘활용’할 가능성이 짙다. 민주당은 여소야대 정국을 ‘황교안 카드’를 통해 풀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황 전 총리가 민주당에게 호재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내년도 총선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도 민주당의 ‘황 전 총리-국정 농단’ 연결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민주당은 한국당에 대한 반격으로 국정 농단을 언급하며 한국당 전체로 비판을 확산시킬 것으로 보인다.
 

▲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민주당은 지난해 6·13지방선거서 압도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당시 민주당의 압승에 홍 전 대표가 일정 부분 기여한 측면도 있다. 홍 전 대표의 연이은 막말성 발언으로 민주당은 반사이익을 얻었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서도 황 전 총리를 통해 반사이익을 챙기려 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당 내에서도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황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지난달 31일, 전대 출마를 선언한 정우택 의원이 대표적이다. 정 의원은 지난달 30일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로 내려가 황 전 총리를 비판했다. 정 의원은 “도로 친박당이 되고, 친박이 되살아나 다시 계파 대립이 재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총선에선 민주당이 친박 프레임을 씌워 총선 참패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황 전 총리의 등장을 두고 반응이 제각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황 전 총리의 전대 출마에 대해 “민주당으로서 나쁠 게 없다”며 “황 전 총리가 당권을 잡게 된다면 한국당에 대한 민주당의 전략은 단일화되고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황나땡’
경계 목소리

반면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른바 ‘황나땡(황교안이 나오면 땡큐)’이라는 인식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역임했던 우상호 의원은 지난달 3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서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의 기사가 사라지고 홍 전 대표, 황 전 총리 기사만 나오는 상황은 위험하다”며 “우리 당도 황교안의 등장에 강력하게 성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 의원은 “‘황교안이 되면 유리하다’고 팔짱 끼고 씩 웃을 때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직 X맨의 등장

지난해 6월 지선까지 한국당을 이끌었던 홍준표 전 대표 역시 한국당 전대 출마를 선언했다. 홍 전 대표는 황 전 총리의 출마가 있던 다음 날 출사표를 던졌다. 홍 전 대표는 지난 6월 지선 당시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지금 내 나라가 통째로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홍 전 대표는 “이제는 온 국민이 문재인정권에 속았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전 대표는 “한국당이 ‘도로 병역 비리당’ ‘도로 탄핵당’ ‘도로 웰빙당’이 되려 한다”며 사실상 황 전 총리를 겨냥했다. 홍 전 대표는 황 전 총리의 출마 선언이 있던 날 자신의 SNS 페이스북에 “이 당이 다시 ‘도로 탄핵당, 도로 국정농단당, 도로 친박당, 도로 특권당, 도로 병역 비리당으로 회귀하게 방치하는 것은 당과 한국 보수, 우파 세력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고 밝혔다.

홍 전 대표의 출마로 한국당 전대는 흥행에 불이 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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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