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⑥> 대한민국 복권 총정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1.29 09:53:35
  • 호수 1203호
  • 댓글 0개

경기는 불황 복권은 호황

[일요시사 취재 1팀] 박창민 기자 = 일확천금을 꿈꾸는 자, 복권을 산다.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표적 ‘불황 상품’인 복권이 지난해 경기 침체와 맞물려 최대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복권은 로또만 있는 게 아니다. 정부서 허가하고 있는 12개의 복권 상품들을 <일요시사>가 총정리했다. 
 

국내서 발행한 최초의 복권은 올림픽 후원권으로 1948년 런던올림픽 참가 비용을 모으기 위해 만들어졌다. 더불어 1949년 10월부터 1950년 6월까지는 재난으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을 구제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후생복권이 3회에 걸쳐 발행됐다. 

최초 복권은
올림픽 후원권

6·25전쟁 이후에는 산업부흥 자금과 사회복지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복권을 발행했다. 정부는 1956년 2월부터 매월 1회씩 10회에 걸쳐 총 50억환에 상당하는 애국복권을 발행했다. 1960년대에는 산업박람회와 무역박람회 개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즉석복권 형태의 복권이 발행됐지만 단기간 수시 발행에 그쳤다.

1990년부터 엑스포 복권과 체육복권이 발행되면서 복권의 춘추전국 시대가 열렸다. 이어 찬스복권과 또또복권 등이 발행됐고 그 이후로 기술복권, 관광복권, 월드컵 복권 등이 추가 발행됐다. 십수여개의 추첨식복권과 즉석복권이 난립했으며, 그만큼 판매율도 떨어져서 복권으로 걷어 들이는 수익도 줄었다. 

그러다 2001년 암암리에 행해지던 스포츠도박을 양지화한 토토가 등장했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축구만 가능했지만 이후 농구 종목이 추가됐다.


2004년 4월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이 개정돼 야구, 골프, 씨름, 배구 등 모두 6개 종목과 외국 경기를 대상으로 한 토토 발행이 가능해졌다.

2002년 12월에 로또가 등장했다. 최초 발매 당시에는 당첨금액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연달아 당첨금액이 이월되면서 1등은 최대 수백억을 받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졌고, 엄청난 규모로 시장을 압도하더니 다른 복권들을 거의 사장시켰다. 

정부는 각종 인쇄식 복권의 수익성이 떨어지자 이 모든 복권을 나눔로또의 ‘스피또’ 하나로 통합했다. 이를 통해 정기 발행형 복권의 효시가 됐던 주택복권은 팝콘으로 이름을 바꾼 뒤 최초 발행 이후 37년 만인 지난 2006년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팝콘복권은 한국연합복권서 발행되다 ‘연금복권 520’으로 리뉴얼, 이후 2014년 부로 나눔로또로 이양됐다.

수익 떨어지자 
통합하고 이양

원래 나눔로또는 복권 2기 사업자로 로또만 위탁 발행 및 판매했다. 한국연합복권은 인쇄복권(스피또, 연금복권)과 전자복권만을 위탁 발행 및 판매했으나 제3기 복권사업자 컨소시엄에서 나눔로또가 선정됐다. 2014년 두 복권사는 ‘나눔로또 주식회사’로 통폐합돼 토토를 제외한 국내 모든 복권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어떤 복권이 발행되고 있을까. 총 12종에 이르는 복권이 판매되고 있다. 

[로또 645]


국내서 발매되는 로또는 1부터 45까지의 숫자 중에 자신이 원하는 6개의 숫자를 임의로 고르는 ‘645’ 방식이다. 5등(5000원), 4등(50000만원)을 제외한 1∼3등 당첨금은 확정돼있지 않다. 판매금액에 따라 당첨금액이 올라간다. 6개 숫자를 모두 맞춰야 하는 1등 당첨확률은 814만5060분의 1이다.

지난해 판매 4조 육박 사상 최고
‘로또 광풍’ 2003년 기록 넘어서

자동, 반자동, 수동으로 구매자가 선택해 구입할 수 있다. 자동은 판매인에게 요청해 45개의 번호 중 6개 번호를 임의로 부여받는 방법. 반자동은 1∼5개 번호 중 원하는 번호를 선택하고 나머지 번호는 임의로 부여받는 방법. 수동은 고객이 6개 번호를 모두 직접 선택하는 방법 중에서 원하는 대로 구입할 수 있다.
 

▲ ▲▲ 지난 2018년, 로또복권 판매액은 총 3조965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로또는 기존 가판점서 판매하는 추첨식 종이복권 대신 통신전용망과 단말기를 사용하고, 이미 정해진 번호를 사는 대신 고객이 직접 번호를 고르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당첨자가 없으면 당첨금이 이월된다. 참여자가 많을수록 당첨금이 늘어나는 점 등에서 기존 복권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연금복권 520]

연금복권 520은 2011년 7월11일에 출시된 국내 최초의 연금식 복권이다. 연금복권 520은 1등 당첨금을 매월 500만원씩 20년간 연금식으로 지급한다. 잔여 당첨금은 당첨자 사망 시에도 민법에 따라 상속된다. 하지만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는 없다. 

연금복권 520의 당첨확률은 로또645의 당첨확률에 비해 약 2.6배 높다. 연금복권 520은 2등 당첨번호가 1등 당첨번호의 앞, 뒤 숫자로 정해지기 때문에 같은 조 연속번호 구매 시 1등과 2등에 동시 당첨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조 연번 3매 이상 구매 시 1등(매월 500만원씩 20년)과 2등 2매(2억원)에 동시 당첨 가능한 셈이다. 

타 복권의 경우 3억원을 초과하는 고액 일시불 당첨금에 대해서는 33%의 세율을 적용한다. 하지만 연금복권 520의 1등 당첨금은 22%의 세율만 적용하므로 수령액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 22%(소득세 20%, 주민세 2%)의 세율을 적용하면, 1등에 당첨될 경우 세금(22%)을 빼고 월 390만원씩 20년간 총 9억3600만원을 받게 된다.

매주 1조부터 7조까지 각 조당 100만∼999만까지 90만장씩 총 630만장을 발행한 후 추첨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40분 MBC 드라마넷서 생방송으로 진행한다.

[인터넷복권]

인터넷복권은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의거해 정부가 발행,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는 복권으로 총 7가지가 판매되고 있다. 정해진 시간에 추첨을 통해 당첨 여부를 알 수 있는 추첨식에는 스피드키노·메가빙고·파워볼 등이 있으며, 즉석으로 당첨 여부를 알 수 있는 즉석식에는 트레이져헌터·트리플럭·더블잭 마이더스·캐치미 등의 게임이 있다. 당첨금 규모는 로또나 연금복권에 비해 작다. 

스피드키노는 1등 기본당첨금 2500만원이 보장된다. 22개 추첨숫자 중 10개를 맞히면 1등이다. 5분마다 22개 번호를 추첨한다. 메가빙고는 1등 기본당첨금이 1000만원이다. 7분마다 추첨하는 빙고형 게임이다. 75개 번호 중 49개를 추첨하는데, 24개 적중 시 1등이 된다.


국내 판매 복권 로또만 있냐?  
로또에 밀린 12종 복권 보니…  

1등과 2등은 판매액에 비례해 당첨금이 누적된다. 파워볼은 1등 기본당첨금 3000만원이 보장된다. 1∼28의 숫자 중에서 5개 일반볼을 선택하고, 0∼9의 숫자 중에서 1개 파워볼을 선택한다. 선택한 6개의 숫자를 맞히면 1등이다. 

트레져헌터의 1등 기본당첨금은 500만원이다. 구입한 복권에 같은 심볼이 3개 이상 나오면 당첨. x2 심볼이 나오면 당첨금의 2배를 받을 수 있다. 트리플럭은 총 3개의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데 1등 당첨금이 5억원이다. 게임1은 동일한 금액의 숫자가 3개면 당첨이고, 게임2는 행운숫자와 같은 숫자가 나오면 당첨, 게임3은 3개의 상금 숫자가 일치하면 당첨이다.
 

더블잭 마이더스의 기본당첨금은 2000만원이다. 같은 그림이 6개 이상이면 당첨이다. 캐치미는 1등 1000만원, 구입 시 5배 세팅하면 당첨금도 5배다. 11개 중 6개를 선택해 같은 현상금 도둑을 3명 찾으면 당첨이다. 

[즉석식 인쇄복권]

즉석식 인쇄복권은 동전 등으로 긁어 쉽고 빠르게 당첨 확인이 가능하다. 현재 동행복권서 스피또라는 이름으로 총 3종의 인쇄복권을 발행하고 있다. 판매금액에 따라 스피또500, 스피또1000, 스피또2000 등이 있다. 


스피또500의 현재 1등 당첨금액은 2억원이다. 발행량은 제35회 기준으로 1200만매이고 판매가격은 500원이다. 스피또1000은 당첨금액이 5억원에 이른다.

제44회 기준 발행량은 3500만매이고 판매가는 1000원이다. 스피또2000은 당첨금액이 10억원이다. 제27회 발행량은 2000만매이고 판매가는 2000원이다.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액이 4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경제 불황 속에 복권으로 ‘인생 역전’을 꿈꾸는 사람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와 복권 수탁사업자인 동행복권에 따르면,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액은 총 3조965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인생 역전’
꿈꾸는 사람들

2018년 판매량을 인구수(5164만명)로 나눌 경우 작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국민 1명이 구매한 로또는 76.8게임(7만6800원)이란 결과가 나온다. 1일 평균 로또 판매액은 108억7000만원 수준이다. 1등에 당첨된 사람은 총 484명으로, 평균 당첨 금액은 19억6100만원이었다. 1등이 3명 나온 822회가 1등 당첨금(59억3000만원)이 가장 많았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