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vs 대리점’ 스쿨룩스 공방전

갑질이냐 을질이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서 교복 대리점을 운영했던 대표가 본사의 갑질을 고발한다면서 매일 아침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본사 측은 법적 판단이 이미 끝난 상황이라면서 “대리점 대표가 을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반박한다. 2014년부터 이어진 대리점과 본사의 공방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지하철 5호선 공덕역 3번 출구 인근. 곳곳에 학생복 제조업체 스쿨룩스와 오현택 대표를 비판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호소가 적힌 현수막을 단 소형 탑차도 그 부근을 배회했다. 현수막에는 스쿨룩스의 횡포와 불법으로 전 재산을 날리고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는 이귀영씨의 주장이 담겼다.

다 털렸다

이씨의 하루는 차에서 시작해 차에서 끝난다. 지난해 9월 광주서 서울로 올라와 차에서 먹고 자고 한 지 4개월이 넘었다. 일과는 단순하다. 오전 530분 일어나 사우나에 들렀다가 7시부터 공덕역 인근 오 대표 자택 앞에서 2시간가량 시위를 벌인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효창공원역에 위치한 스쿨룩스 본사 앞에서 집회를 진행한다.

이씨는 스쿨룩스 본사의 납기 지연으로 생긴 부채가 2억원 정도다. 그런데 스쿨룩스서 잔고확인서를 위조해 빚이 53000만원까지 늘었다”며 , 교복, 건물 등 18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헐값에 경매로 넘겨 파산했다. 말 그대로 빈털터리가 됐다고 주장했다. 본사가 대리점을 상대로 갑질을 일삼았고 자신은 그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본사 측은 이씨가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을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맞섰다. 본사 관계자는 이씨의 계약 기간 동안 발생한 부채 53000여만원은 법원서 인정한 액수라며 이씨는 변제 능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무를 갚지 않았다. 경매는 미지급금을 받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4년 교복사업 시작
2005년 대리점 계약

이씨가 스쿨룩스와 인연을 맺은 시기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아이돌그룹 H.O.T. 멤버 토니 안을 내세워 사업을 시작한 스쿨룩스는 2019년 현재 아이비클럽, 엘리트, 스마트와 함께 교복 브랜드 BIG4로 성장했다. 이씨는 광주 운암점 등에서 스쿨룩스 대리점을 운영했다.

스쿨룩스 대리점은 제조업체를 경영하던 이씨가 새로 찾은 살 길이었다. 이씨는 1990년대 이미 교복 사업에 도전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스쿨룩스 대리점을 여는 데 큰 장벽은 없었다. 1980년대 후반 교복자율화로 인해 사라졌던 교복이 다시 부활하면서 교복업체가 활성화됐고, 이씨도 이 과정서 많은 돈을 벌었다.

하지만 이씨의 스쿨룩스 대리점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1990년대 교복 사업을 할 때는 특정업체의 힘이 강하지 않았다하지만 2005년에는 아이비클럽이나 엘리트, 스마트 등이 이미 교복 시장을 꽉 잡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후발주자인 스쿨룩스가 생산시설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납기가 늦어졌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대리점의 빚으로 남았다고 주장했다.

교복은 일반 옷과는 달리 시기를 놓치면 재고로 남는다. 3월 입학식과 동시에 교복을 입고 등교하려면 진학하는 학교가 결정되는 1월 중순부터 늦어도 2월까지는 교복을 맞춰야 한다. 대리점들은 그 시기에 교복을 받을 수 있도록 미리 본사에 주문을 넣는다. 이씨에 따르면 1개의 대리점서 20여개 학교의 교복을 소화했다.
 

문제는 납기였다. 이씨는 늦어도 2월에는 교복이 (대리점으로)와야 하는데, 3~4월에 오는 경우가 많았다. 또 교복을 팔려면 세트로 와야 하는데 블라우스나 치마만 먼저 오는 일도 허다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씨가 대리점을 하고 있던 광주는 본사와 직거래가 아닌 총판을 통한 거래가 이뤄지면서 납기 문제가 더 크게 불거졌다.

이씨와 스쿨룩스 간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14년이다. 계약관계가 해지된 것. 이씨는 늦어지는 납기, 결제 때마다 널뛰는 물품대금을 두고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여러 번 항의했더니 본사에서 계약 해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본사에서 남은 교복을 전부 압류했고 내 대리점 바로 옆에 스쿨룩스 대리점을 냈다고 전했다. 이씨는 매출 및 입금현황(잔고확인서)’이 위조됐다고 주장했다. 본사 직원들이 잔고확인서에 이씨의 아내이자 대리점 계약 당사자였던 임모씨의 인감도장을 몰래 사용했다는 주장이다. 44000여만원의 미수금이 기재된 확약서도 장사를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써줬다고 덧붙였다.

반면 스쿨룩스 측은 물품대금이 지나치게 밀려 있어 더 이상 계약관계를 이어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20116월 기준 이미 44000만원이 넘는 물품대금이 미지급된 상태였고, 변제 계획을 기재한 확약서에 서명도 받았지만 상황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

결국 이씨와 본사 사이에 물품대금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20163월 법원은 1심 재판서 본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씨와 아내 임씨에게 54300여만원과 이자를 갚으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씨가 위조됐다고 주장한 잔고확인서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봤다. 항소심서도 판결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미지급금 액수를 두고 다툼이 발생한 부분에 변화가 생기면서 이씨가 갚아야 할 채무가 53600여만원으로 줄었을 뿐이다.

물품대금 놓고 법정 공방
연이은 소송전 갈등 깊어

물품대금 소송은 마무리됐지만 이씨와 스쿨룩스의 법정 공방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씨는 오 대표를 사기,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혐의로 고소했다. 이씨의 아내 임씨의 인감도장이 찍힌 잔고확인서가 가짜라는 주장이다. 1심 재판부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보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으며 이씨는 항고한 상태다.

본사 측은 이씨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소를 제기했다. 또 이씨가 오 대표 자택 부근과 본사 앞에서 진행하는 집회에 대한 집회 및 시위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본사 측은 법원서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상위법인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강제로 집회를 막을 권한이 없어 그냥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씨와 본사 간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 동안 스쿨룩스와 일했는데 남은 건 빚뿐이라며 재산도 재산이지만 현재 남아 있는 대리점 대표들도 똑같이 당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 빚도 빚이지만 기업이 바뀌어야 한다”며 스쿨룩스는 학생을 상대로 하는 기업이다개인을 넘어 사회적으로 이런 기업에 대한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피해자

스쿨룩스 관계자는 법정 다툼서 본사가 이겼고 집회금지 가처분도 인용됐지만 현재 이씨가 하는 행동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오히려 우리가 피해자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씨가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지인, 경찰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대화를 시도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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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