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vs 대리점’ 스쿨룩스 공방전
‘본사 vs 대리점’ 스쿨룩스 공방전
  • 장지선 기자
  • 승인 2019.01.29 09:52
  • 호수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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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이냐 을질이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서 교복 대리점을 운영했던 대표가 본사의 갑질을 고발한다면서 매일 아침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본사 측은 법적 판단이 이미 끝난 상황이라면서 “대리점 대표가 을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반박한다. 2014년부터 이어진 대리점과 본사의 공방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지하철 5호선 공덕역 3번 출구 인근. 곳곳에 학생복 제조업체 스쿨룩스와 오현택 대표를 비판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호소가 적힌 현수막을 단 소형 탑차도 그 부근을 배회했다. 현수막에는 스쿨룩스의 횡포와 불법으로 전 재산을 날리고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는 이귀영씨의 주장이 담겼다.

다 털렸다

이씨의 하루는 차에서 시작해 차에서 끝난다. 지난해 9월 광주서 서울로 올라와 차에서 먹고 자고 한 지 4개월이 넘었다. 일과는 단순하다. 오전 530분 일어나 사우나에 들렀다가 7시부터 공덕역 인근 오 대표 자택 앞에서 2시간가량 시위를 벌인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효창공원역에 위치한 스쿨룩스 본사 앞에서 집회를 진행한다.

이씨는 스쿨룩스 본사의 납기 지연으로 생긴 부채가 2억원 정도다. 그런데 스쿨룩스서 잔고확인서를 위조해 빚이 53000만원까지 늘었다”며 , 교복, 건물 등 18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헐값에 경매로 넘겨 파산했다. 말 그대로 빈털터리가 됐다고 주장했다. 본사가 대리점을 상대로 갑질을 일삼았고 자신은 그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본사 측은 이씨가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을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맞섰다. 본사 관계자는 이씨의 계약 기간 동안 발생한 부채 53000여만원은 법원서 인정한 액수라며 이씨는 변제 능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무를 갚지 않았다. 경매는 미지급금을 받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4년 교복사업 시작
2005년 대리점 계약

이씨가 스쿨룩스와 인연을 맺은 시기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아이돌그룹 H.O.T. 멤버 토니 안을 내세워 사업을 시작한 스쿨룩스는 2019년 현재 아이비클럽, 엘리트, 스마트와 함께 교복 브랜드 BIG4로 성장했다. 이씨는 광주 운암점 등에서 스쿨룩스 대리점을 운영했다.

스쿨룩스 대리점은 제조업체를 경영하던 이씨가 새로 찾은 살 길이었다. 이씨는 1990년대 이미 교복 사업에 도전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스쿨룩스 대리점을 여는 데 큰 장벽은 없었다. 1980년대 후반 교복자율화로 인해 사라졌던 교복이 다시 부활하면서 교복업체가 활성화됐고, 이씨도 이 과정서 많은 돈을 벌었다.

하지만 이씨의 스쿨룩스 대리점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1990년대 교복 사업을 할 때는 특정업체의 힘이 강하지 않았다하지만 2005년에는 아이비클럽이나 엘리트, 스마트 등이 이미 교복 시장을 꽉 잡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후발주자인 스쿨룩스가 생산시설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납기가 늦어졌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대리점의 빚으로 남았다고 주장했다.

교복은 일반 옷과는 달리 시기를 놓치면 재고로 남는다. 3월 입학식과 동시에 교복을 입고 등교하려면 진학하는 학교가 결정되는 1월 중순부터 늦어도 2월까지는 교복을 맞춰야 한다. 대리점들은 그 시기에 교복을 받을 수 있도록 미리 본사에 주문을 넣는다. 이씨에 따르면 1개의 대리점서 20여개 학교의 교복을 소화했다.
 

문제는 납기였다. 이씨는 늦어도 2월에는 교복이 (대리점으로)와야 하는데, 3~4월에 오는 경우가 많았다. 또 교복을 팔려면 세트로 와야 하는데 블라우스나 치마만 먼저 오는 일도 허다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씨가 대리점을 하고 있던 광주는 본사와 직거래가 아닌 총판을 통한 거래가 이뤄지면서 납기 문제가 더 크게 불거졌다.

이씨와 스쿨룩스 간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14년이다. 계약관계가 해지된 것. 이씨는 늦어지는 납기, 결제 때마다 널뛰는 물품대금을 두고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여러 번 항의했더니 본사에서 계약 해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본사에서 남은 교복을 전부 압류했고 내 대리점 바로 옆에 스쿨룩스 대리점을 냈다고 전했다. 이씨는 매출 및 입금현황(잔고확인서)’이 위조됐다고 주장했다. 본사 직원들이 잔고확인서에 이씨의 아내이자 대리점 계약 당사자였던 임모씨의 인감도장을 몰래 사용했다는 주장이다. 44000여만원의 미수금이 기재된 확약서도 장사를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써줬다고 덧붙였다.

반면 스쿨룩스 측은 물품대금이 지나치게 밀려 있어 더 이상 계약관계를 이어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20116월 기준 이미 44000만원이 넘는 물품대금이 미지급된 상태였고, 변제 계획을 기재한 확약서에 서명도 받았지만 상황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

결국 이씨와 본사 사이에 물품대금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20163월 법원은 1심 재판서 본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씨와 아내 임씨에게 54300여만원과 이자를 갚으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씨가 위조됐다고 주장한 잔고확인서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봤다. 항소심서도 판결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미지급금 액수를 두고 다툼이 발생한 부분에 변화가 생기면서 이씨가 갚아야 할 채무가 53600여만원으로 줄었을 뿐이다.

물품대금 놓고 법정 공방
연이은 소송전 갈등 깊어

물품대금 소송은 마무리됐지만 이씨와 스쿨룩스의 법정 공방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씨는 오 대표를 사기,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혐의로 고소했다. 이씨의 아내 임씨의 인감도장이 찍힌 잔고확인서가 가짜라는 주장이다. 1심 재판부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보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으며 이씨는 항고한 상태다.

본사 측은 이씨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소를 제기했다. 또 이씨가 오 대표 자택 부근과 본사 앞에서 진행하는 집회에 대한 집회 및 시위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본사 측은 법원서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상위법인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강제로 집회를 막을 권한이 없어 그냥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씨와 본사 간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 동안 스쿨룩스와 일했는데 남은 건 빚뿐이라며 재산도 재산이지만 현재 남아 있는 대리점 대표들도 똑같이 당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 빚도 빚이지만 기업이 바뀌어야 한다”며 스쿨룩스는 학생을 상대로 하는 기업이다개인을 넘어 사회적으로 이런 기업에 대한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피해자

스쿨룩스 관계자는 법정 다툼서 본사가 이겼고 집회금지 가처분도 인용됐지만 현재 이씨가 하는 행동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오히려 우리가 피해자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씨가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지인, 경찰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대화를 시도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답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