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추상조각 1세대’ 엄태정
<아트&아트인> ‘추상조각 1세대’ 엄태정
  • 장지선 기자
  • 승인 2019.01.29 09:56
  • 호수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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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날개와 낯선 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국 추상조각 1세대 선구자인 엄태정 작가의 개인전이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삼청과 천안서 열린다. 엄태정은 50여년 동안 추상 조각에 천착해왔다.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엄태정의 신작뿐만 아니라 그가 평생 일궈온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 하늘도 둥글고, 땅도 둥글고, 사람도 둥글고 Heaven Is Round, Earth Is Round, and Man Is Round, 2018, ink, acrylic on paper, 145x145cm(each)
▲ 하늘도 둥글고, 땅도 둥글고, 사람도 둥글고 Heaven Is Round, Earth Is Round, and Man Is Round, 2018, ink, acrylic on paper, 145x145cm(each)

아라리오갤러리 관계자는 엄태정은 금속의 물성을 경외하면서 초대하는 수행적 작업을 통해 치유의 공간을 추구해왔다서울과 천안서 동시에 개최하는 이번 개인전 두 개의 날개와 낯선 자는 그의 작업세계를 다각도서 살피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금속 조각 매료

엄태정은 서울대 재학 중이던 1960년대 초반 철의 물질성에 매료됐다. 이후 현재까지도 금속 조각을 고수하며 재료와 물질을 탐구 중이다. 그는 1967년 철 조각 절규로 국전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면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1970년대에는 재료 내외부의 상반된 색과 질감을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구리 조각들을 발표했다. 19801990년대에는 천지인연작과 같이 수직 구조가 강화된 구리 조각들의 추상적 형태 안에 하늘과 땅, 인간과 같은 동양 사상을 녹였다. 1990년대 청동--시대연작에는 국내 전통 목가구나 대들보의 형상을 반영했다.

서울과 천안 두 곳 전시
50 여년의 작품세계 조명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서는 알루미늄 판과 철 프레임을 주재료로 조형성에 더욱 집중한 작품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수직과 수평, 면과 선의 조형성과 은빛과 검정의 색채 조화를 통해 음과 양, 시간과 공간 등 서로 다른 요소들 간의 공존과 어울림을 이야기했다.

아라리오갤러리는 50여년에 이르는 엄태정의 작품세계를 조망하기 위해 천안에는 조각 작품들을, 서울에는 평면 작품들을 나누어 배치해 작품 사이에 긴밀한 관계성을 조명하고자 했다. ‘-69-1’ 청동--시대 연작과 철과 구리 등을 이용해 1969년부터 2010년 사이 제작된 주요 작품들은 천안 4층 전시장에 놓인다.

 

▲ 모퉁이집 No.17_A The House on the Corner No.17_A, 1999, copper, 22x22x22(h)cm
▲ 모퉁이집 No.17_A The House on the Corner No.17_A, 1999, copper, 22x22x22(h)cm

천안 3층 전시장에는 그가 2000년대 이후 몰두해온 알루미늄 대형 신작들이 소개된다. 알루미늄은 중성적인 재료이자 물질이다. 엄태정이 작업을 통해 다다르고자 하는 통합의 세계, 즉 만다라에 맞닿아 있는 재료이기도 하다. 4계절을 나타내는 이 네 개의 작품들은 전시장 안을 모든 계절을 품은 조각 정원으로 변모시킨다.

대상(낯선 자)으로서의 벽체와 나의 관계를 상정하고 있는 고요한 벽체와 나는 정갈하게 연마된 알루미늄 패널의 은빛 면, 사각 철 기둥의 검정색 선, 즉 서로 다른 것들이 결합된 구조를 통해 타자와 내가 공존하면서 치유 받는 시공간을 이야기한다.

조각과 평면 작품
소외된 사람 포용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두 개의 날개와 낯선 자는 서 있는 두 장의 대칭된 알루미늄 패널을 검은 선형 철 파이프가 붙들고 있는 작품이다. 소외된 낯선 자를 포용하고자 하는 엄태정의 철학이 담겨있다. 이외에도 어느 평화로운 공간’ ‘엄숙한 장소까지 주변과 소통하는 그의 조각들은 작가가 마련해놓은 시공간 속으로 관람객들을 끌어들인다.

서울에서는 엄태정이 2000년대부터 꾸준히 지속해온 평면 작품들이 전시된다. 잉크 페인팅 연작은 흰 종이 위에 잉크 펜으로 무수한 선을 반복적으로 그려 완성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문자나 사람의 손짓과 몸짓을 연상시키는 유쾌한 모습을 하고 있다.
 

▲ 은하계의 별들 Stars of Galaxy, 1987, copper, 40x150x150(h)cm
▲ 은하계의 별들 Stars of Galaxy, 1987, copper, 40x150x150(h)cm

지하전시장에는 ··’ ‘무한주-만다라’ ‘하늘도 둥글고, 땅도 둥글고, 사람도 둥글고와 같은 색띠 평면 작업을 배치했다. 드로잉과 마찬가지로 무수한 잉크 선들을 겹겹이 쌓고 1간격으로 색띠들을 교차시킨다. 또 칠하는 방식은 금속을 두드리고 용접하고 연마하는 제작기법과도 닮아 있다.

치유의 공간

아라리오갤러리 관계자는 엄태정은 내게 작품을 하는 일은 곧 치유의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며 상호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여러 작품들을 바라보며 관람객들은 재료의 물성과 조형적 질서 너머 작가가 부단히 추구했던 치유에 대한 염원과 통합에 대한 이상을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엄태정은?]

1938년 경북 문경 출생

학력

서울대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1964)
서울대 교육대학원 졸업(1966)

경력

대한민국예술원 회원(2013)
서울대 명예교수(2004)
서울대 미술대학 조소과 교수(19812004)
독일 베를린 예술대학 연구교수(19911992)
영국 Saint Martins 미술대학 대학원 조소연구(19781980)

수상

8회 대한민국 미술인의 날 본상, 한국미술협회
7회 이미륵상, 한독협회
3회 김세중 조각상, 김세중 문화재단
2회 한국미술대상전 최우수상,
한국일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