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잠룡에게 듣는다 ①원희룡 제주도지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1.28 10:08:45
  • 호수 12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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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적요? 제주도민당이요!”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신년을 맞아 <일요시사>는 차세대 대권주자들을 차례로 만나는 시간을 준비했다. 그 첫 번째로 지난해 6·13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 잠룡으로 거듭난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만났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6·13지방선거가 낳은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다.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승부수’가 제대로 통했다. 원 지사는 선거 전 비관론을 뚫고 당당히 과반 이상의 득표를 얻어내 재선에 성공했다. 무소속 출마자 중 유일한 생존자였다. ‘더불어민주당 필승론’을 뚫고 거둔 의미 있는 승리였다. 단숨에 몸값을 올리는 데 성공한 대권주자는 자만에 빠지기 쉽지만, 원 지사는 달랐다. 현재 당적에 대해 ‘제주도민당’이라고 밝힌 그에게 향후 계획을 물었다.

다음은 원 지사와의 일문일답.

-지사님의 새해 소망은?
▲복과 재물을 가져다준다는 황금돼지의 해, 기해년이 밝았습니다. 어려워지는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도 많지만, 국민 모두가 황금돼지의 기운을 받아 민생경제가 나아지고 지난해보다 더 행복한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지난해 제주는 폭설로 시작해 폭염, 가뭄, 태풍이 이어지면서 많은 도민들이 힘들었습니다. 올해는 1차 산업 종사자들이 걱정 없는 해가 되고,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제주 사회 전반의 갈등이 해소돼 도민 통합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약을 이루는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지난 2018년을 되돌아봤을 때 아쉬운 부분과 만족한 부분이 있다면?
▲도민들께서 다시 한 번 제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선거를 통해 도민과 가까이 소통할 수 있었고, 많은 말씀을 들었습니다. 잘못된 점에 대한 따끔한 지적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보람 있었던 일은 첫째 30년 만에 개편된 대중교통 체제 개편의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타의 시·도 대중교통 이용률이 대체로 떨어지고 있는 반면, 제주도는 개편 이후 대중교통 이용률이 11% 이상 증가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대중교통 고객만족도 결과 전국 1위를 차지했습니다.


둘째 도민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가 안착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주의 핵심가치인 청정 제주를 지키고, 자원순환형 사회로 가기 위한 첫 걸음입니다. 이제는 전국 모범사례가 되어 다른 시·도서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아쉬웠던 점은 지난해 70주년이었던 제주4·3이 대한민국의 당당한 역사로 자리매김했음에도, 4·3특별법 개정이 끝내 이뤄지지 못한 부분입니다. 또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주민들에 대한 사면복권 역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4·3특별법 개정, 강정마을 주민 사면복권을 위해 정부·국회·정당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지난 6·13지방선거를 통해 재선에 성공하셨습니다. 원동력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도민들께 더 가까이 다가가 진솔하게 대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잘못된 점에 대한 따끔한 지적도 경청하는 모습을 도민들께서 좋게 봐주셨던 것 같습니다. 도민들이 가장 원하셨던 정책 분야는 복지와 일자리였습니다. 이를 반영해 복지예산을 1조원 넘게 배정했고, 청년 일자리 창출과 인재 양성에 많은 예산을 책정했습니다. 앞으로 4년은 도민과 약속했던 공약을 실천하고,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해 미래성장 동력을 키우면서, 성장의 열매가 도민에게 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선도할 ‘더 큰 제주’
김정은의 한라산 등반 의미는?

-2기 제주도정의 핵심 키워드를 꼽아주신다면?
▲임기 동안 경제 체질을 바꿔 제주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산업구조를 다변화해 나가려고 합니다. 도민자본을 키우고, 성장의 과실이 도민에게 고루 돌아가는 내생적·포용적 성장의 정책 기조를 잡아나가겠습니다. 도정에 전념하면서 도민과 함께 새로운 제주를 만들고, 제주의 변화가 대한민국을 견인할 수 있도록 ‘더 큰 제주’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모든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서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예상했습니다. 두 정상의 한라산 등반이 제주도에게 어떤 의미인지 말씀해주신다면?
▲김정은 위원장의 한라산 방문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백두산 정상서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은 모습이 한라산에서 재현되는 것은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에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고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또 ‘한라서 백두까지 한반도 평화를 이룬다’는 역사적 바람에 부응하는 평화의 메시지가 ‘세계평화의 섬’ 제주서 발신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김 위원장의 답방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교류의 강력한 추진동력으로서 작용할 것입니다. 지자체 차원서 남북교류를 선도해온 제주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입니다.
 

-향후 제주도의 남북교류협력 계획은?
▲남북교류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와 관심에 부응해 지금의 대북제제 하에서 추진이 가능한 문화·스포츠·환경 분야의 교류협력 사업을 우선 시작할 계획입니다. 오는 5월에 제14회 제주포럼이 열릴 예정입니다. 이 자리에 북한 측을 공식 초청할 계획입니다. 또 2019 코리아컵삼다수 제주국제체조대회, 2019 제주 국제유스축구대회와 씨름·축구·체조 등 각종 국제스포츠대회에 북한 선수들의 참여를 유도하려고 합니다. 2020년엔 제주 세계지질공원 총회에 북한 대표단을 초청해 청정 환경을 보호하고 지켜가는 데 남북이 함께 힘을 모아나갈 방침입니다.


제주도는 향후 대북제재 완화 여건이 조성되면 경제 등 다양한 방면서 교류협력이 추진될 수 있도록 ‘5+1 대북협력’ 사업을 중심으로 착실히 준비해나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남북교류협력기금도 2019년 1월 현재 약 53억원서 2023년까지 100억원으로 확대 조성할 방침입니다.

-올해 제주도 경제정책의 목표를 발표하면서 투자유치 업종 및 대상 국가를 다변화한다는 방침을 발표하셨습니다. 청사진이 궁금합니다.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양질의 외국인 투자유치를 추진하고, 내실 있는 투자환경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제주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지역경제 규모 대비 매우 높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실제 도착액이 전국 3∼6위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과거 투자유치의 대부분은 부동산업과 중국자본에 편중된 현상을 보이면서 중국정부의 투자제한 정책에 큰 영향을 받아왔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주도는 지난해부터 투자유치 산업 분야와 대상국의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이를 더욱 본격화해 나갈 방침입니다. 투자유치 분야를 IT·BT·CT산업, 신재생에너지, 블록체인, 스마트시티, 6차 산업 분야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대상국가도 유럽, 일본, 북미 등으로 다변화해 투자의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여나가려 합니다.

-여성가족부서 매년 발표하는 ‘국가 및 지역 성평등지수’서 제주도의 성평등 지수가 상위권에 진입했습니다. 특히 경제활동 분야의 성평등 수준 점수가 전국서 가장 높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제주도는 ‘함께 만들어가는 양성평등한 제주 사회’라는 비전 아래 일·생활의 균형 및 일자리 창출, 건강한 양성평등 사회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안심하고 편안한 육아 및 일·생활의 균형을 지원하기 위해 제주형 수눌음육아나눔터를 운영하고, 사회적 돌봄공동체를 육성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또 일자리 미스매칭 해소를 위한 맞춤형 여성 전문인력 양성과 다양한 일자리 창출 및 취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중·고령 여성인력 양성 교육과정과 농어촌여성 새로일하기센터 운영, 제주지역 특성을 살린 여성공동체 창업 지원도 계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전국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주도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해 지자체 중 전국 최초로 성평등정책관 부서를 신설했습니다. 이를 통해 성평등정책의 실행력을 강화하고, 도정 전반의 영역에 성평등 관점 확산, 성인지정책 내실화를 통한 지역사회의 성 주류화 확산사업을 확대·강화할 발판을 마련하겠습니다.

-국토교통부의 지난해 개별공시지가 발표자료에 따르면, 제주도는 전년 대비 17.51%가 오르면서 전국 시도 중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부동산 대책이 궁금합니다.
▲최근 몇 년간 제주 이주열풍이 뜨거웠습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지역내총생산(GRDP)의 성장률은 높았으나,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주택매매 거래량은 줄었습니다. 이 때문에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종합계획을 마련했습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주거종합계획(2018~2027년)은 급속한 인구증가와 주택가격 상승이라는 사회적 변화에 맞춰 효율적인 주택공급을 통한 주거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입니다. 2025년까지 행복주택 7000호, 국민임대 3000호, 임대 후 분양 1만호 등 총 2만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입니다. 

올해 목표? 청년육성!
도정에 ‘올인’ 약속

-지난해 7월 “협치와 연정은 시대적 흐름”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지금까지의 협치와 연정을 평가해주신다면?
▲제주의 정책 방향을 잡아가는 데 도민의 선택을 받은 도의회와 협력하고 심도 깊은 논의를 해나가는 일은 당연합니다. 이미 행정시장 임명 과정서 도의회의 의견을 적극 청취했고, 여당 출신의 제주시장님을 모셨습니다. 의회 사무처 인사권도 대폭 이양해서 독립적인 지위를 가지도록 보장했습니다. 지난해 7월 도의회와 ‘상설정책협의회’ 제도화에 합의했고, 11월 관련 조례 개정안이 가결됐습니다. 앞으로 도지사와 도의회 의장이 협의회의 공동의장을 맡아 다양한 사안을 논의해 나가겠습니다.

-올해 꼭 매듭짓고 싶은 정책이 있다면?
▲최근 어려워지는 민생 경제와 일자리 문제의 해법 중 하나가 청년 인재육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 하반기쯤에 제주형 일자리 혁신 모델인 ‘더 큰 내일센터’가 출범합니다. 더 큰 내일센터는 2년간의 ‘선 취업, 후 교육’을 통한 취업·인재육성 시스템으로 참여자들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최종적으로는 혁신적인 기업활동을 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일자리를 통한 지역과 기업의 공존, 기반산업의 혁신과 미래 동력산업을 견인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잘 추진해나가겠습니다.
 

-6·13지방선거를 통해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라는 평가를 받고 계십니다. 그러한 세간의 평가를 체감하시는지?
▲저는 도민의 명령이 있기 전까지는 중앙정치를 바라보지 않겠다고 도민들과 약속했습니다. 정치 진로를 전적으로 도민에게 위임했습니다. 세간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저는 앞으로도 도정에 전념하면서 도민과 함께 새로운 제주를 만들고, 제주의 변화가 대한민국의 미래 모델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더 큰 제주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온 힘 쏟겠습니다. 도정에 성과를 내고 도민행복과 제주의 미래를 열어나가겠다는 것이 지금의 가장 중요한 계획입니다. 그 과정서 지방분권과 국가적 차원의 발전을 위해 여러 정치권과 논의하고 초당적인 협력을 이끌어내겠습니다.

-설 명절을 맞은 <일요시사> 독자들께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해년 새해를 맞아 만사형통하시길 기원합니다. 여러 지표를 보면 올해 경제 전망이 좋지 않습니다. 힘든 한 해가 예상되지만, 지난 역사에서 보듯 우리 국민들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이 함께 힘을 모아 어려움을 이겨내고, 행복한 해로 기억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저도 도정에 ‘올인’하면서 도민에게 희망을 드리고, 성과가 도민의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hm@ilyosisa.co.kr>


[원희룡은?]

▲제주 서귀포 출생
▲제주대 대학원 정치학 명예박사
▲제34회 사법시험 합격
▲제16·17·18대 국회의원(한나라당)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제37·38대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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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