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넥슨 매각 시나리오

중국에 넘어가면 게임산업 폭망?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국내 대표 게임사 넥슨이 매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련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넥슨 매각 금액이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외 기업 인수설도 거론되고 있다. 업계 맏형 역할을 해왔던 넥슨의 매각설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게임산업의 주도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일 업계에 따르면, 김정주 NXC 대표는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넥슨 지주회사 NXC 지분 전량을 매물로 내놨다. 해당 지분은 김 대표(67.49%)와 부인 유정현 NXC 감사(29.43%), 김 대표 개인회사인 와이즈키즈(1.72%)가 보유한 물량이다. 현재 NXC는 도이치증권과 모건스탠리를 공동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게임산업 영향
경쟁력 저하?

2011년 일본 증시에 상장한 넥슨 시가총액은 현재 13조원 수준으로 이 중 NXC가 보유한 넥슨 지분(47.98%) 가치는 6조원 규모다. 여기에 고급 유모차 브랜드 스토케, 유럽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스템프 등 NXC가 보유한 회사 지분 등을 감안하면 매각액은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넥슨이 매각된다면 대한민국 게임산업을 대표하며 시장을 이끌어온 기업이 해외 기업에 매각된다면 그 상징성도 함께 사라진다. 

넥슨은 대한민국 게임산업 역사를 함께한 기업이다. 1996년 사상 첫 그래픽 기반 온라인 게임인 ‘바람의나라’를 출시했고, 이 게임은 기네스북에도 오르며 해외에 국내 게임산업을 알리기도 했다.

또 카트라이더와 메이플스토리 등 다수의 히트작을 서비스하며 현재의 PC온라인 게임 시장을 키웠다. 당시 넥슨은 엔씨소프트와 함께 PC온라인 게임 시장을 함께 개척하며 산업 전반에 걸쳐 큰 역할을 해왔다.  


김 대표의 보유지분 매각이 현실화된 가운데 다양한 인수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게임업계에선 해외기업에 인수될 경우 국내 게임산업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또 넥슨 매각 주체에 따라 국내 게임산업에 미칠 영향이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겸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모바일게임 전환 지연과 저조한 실적 때문”이라며 “김 대표가 국내와 해외서 넥슨의 성장성에 의문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김정주 NXC 대표

현재 넥슨 매각 시나리오는 크게 네 가지로 압축할 수 있는데 중국기업 텐센트의 인수설이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다. 텐센트는 중국정부의 게임규제 정책으로 내수시장 확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중국정부가 내자판호를 발급하기 시작했지만 두 차례 진행한 허가목록에 텐센트 게임은 배제됐기 때문. 

텐센트가 넥슨을 인수할 경우 넥슨의 게임 지적재산권(IP)를 흡수하는 한편 매년 1조원에 달하는 로열티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해외시장 가운데 유저 1인당 결제금액(ARPU)이 높은 한국과 일본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다는 장점도 텐센트 입장에선 상당히 매력적인 조건이다.

금액 10조 넘을 것으로 관측
해외기업 인수설도 모락모락

그러나 텐센트가 넥슨을 직접 인수할 경우 중국기업에 매각했다는 비난 여론을 피하기 어렵다. 텐센트가 전면에 나서지 않고 넥슨을 인수하는 다자간 콘소시엄 매각 방식이 대안으로 꼽힌다. 홍콩이나 미국 사모펀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텐센트가 배후에 존재하면서 인수하는 형태로 디즈니·사모펀드·텐센트 같은 다자간 협업이나 대리인이 개입하는 변형 방식도 가능하다.

국내 게임업계가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부분 매각설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디즈니, 넷마블 등 국내외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모델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디즈니는 10년 전 넥슨 인수를 검토한 사례가 있다. 당시 넥슨은 공식적으로 피인수설을 부인했지만 내부에선 인원 감축과 긴축 재정이 진행되기도 했다. 


EA에도 무게가 실린다. 넥슨 재팬 오웬마호니 대표는 넥슨에 오기 전 EA서 중추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다. 만약 EA에 매각된다면 그의 움직임에 예의주시해야 한다.

이 경우 엔씨소프트나 넷마블 참여여부에 따라 3N사의 동맹체제를 구축할 수 있고 넥슨 개발력과 퍼블리싱 기능을 보존하는 형태가 가능하다. 게임사업 부분을 국내기업이 인수하는 한편 부가사업의 경우 해외업체에 매각해 산업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매각이 실패하고 현 체제를 유지하는 형태다. 기존 넥슨 지배구조는 한국 대기업의 구조와 유사하다. 김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NXC 지분은 98.64%로 지주사를 통한 직간접적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매각이 실패할 경우 김 대표의 심리적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고 넥슨 일본법인이나 넥슨코리아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EA사

전문가들은 이번 넥슨 매각사태를 통해 국내 게임업계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전망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국내 게임업계 입장에서는 세 번째 시나리오가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라며 “김 대표는 한국 게임산업을 해외에 팔았다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 신중히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김정수 명지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결론적으로 당장 넥슨을 사갈 수 있는 곳이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디즈니나 비방디그룹 등 해외기업의 경우 게임분야에 대한 IP 소유욕이 적고 현실적으로 중국 및 일본기업이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넥슨이 이번 계기로 글로벌파트너를 끌어들인다면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어디에 매각?
쉽지 않을 듯

김 대표가 몸값 10조원에 이르는 넥슨을 매각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며 그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창업주라고 하더라도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회사 매각을 개인이 결정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NXC는 외부 인사가 관여할 수 없는 지배구조를 가진 까닭에 김 대표가 경영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번 넥슨 매각 결정 또한 대주주인 김 대표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넥슨이 국내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개인 결정에 따라 10조짜리 회사가 좌지우지되는 게 정상적이지는 않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에 따르면 넥슨의 내부 쇼크 또한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내부서 아무리 대주주라 하더라도 갑작스럽게 이렇게 결정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안다”며 “그동안 넥슨의 성장을 위해 함께 노력해온 직원들은 넥슨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돼 흉흉한 분위기라고 한다”고 전했다.
 

넥슨 노조 스타팅 포인트에 따르면 매각설 이후 넥슨 직원들의 노조 가입률은 평소 주간 가입자 수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

노조는 “직원들의 헌신으로 성장한 회사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이 일방적일 수 있다는 점이 심히 우려된다”며 “함께 넥슨을 이끌어온 수천명의 고용안정을 위협하거나 국내 게임산업 위기를 불러오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김 대표의 결정에 대해 경영구조나 사업전략에 있어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10조를 개인이?
벤처 1세대 고민

김정수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이번 매각설은 김정주 대표뿐만 아니라 성공한 게임 벤처 1세대들이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고민”이라며 “게임을 발판으로 10조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시켰다면 앞으로는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전략들에 대한 고민할 시기”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럴 때일수록 혼자 경영을 가져가기보다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외부 파트너들을 끌여들여 도움을 받으면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개인이 조 단위 대기업을 좌지우지하는 구조로는 기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긴 어렵다”며 “특정 개인과 상관없이 시스템 경영을 위해서는 긍정적인 견제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의 보유 지분 전량 매각 추진설이 나오면서 넥슨 직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기도 했지만, 넥슨의 올해 사업 전략은 예정대로 추진되면서 다시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넥슨은 네온스튜디오가 개발한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스피릿위시(SPIRITWISH)’를 지난 17일 국내 시장에 공식 출시했다.

넥슨은 전날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스피릿위시 사전 다운로드를 실시했으며 이날 정식 출시와 함께 배우 신세경의 평범한 일상을 게임과 접목한 형식의 유튜브 광고와 론칭 이벤트도 공개했다.

업계는 충격…내부 쇼크도 상당
일단 사업 전략 예정대로 추진

산책, 요리, 친구 등 신세경의 일상을 활용해 만든 다섯 편의 광고는 30일까지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모바일 게임 출시를 기념해 세 종류의 이벤트도 진행한다. 다음달 7일까지 게임을 통해 달성한 팀 레벨에 따라 캐릭터, 승급석, 레전드 장비 상자, 마스터피스 장비 상자 등 아이템을 추첨을 통해 지급한다.

또 이달 31일까지 레이드와 난투장에 참여한 횟수에 따라 즉시 이동 주문서, 마스터피스 재련석 상자 등 아이템을 제공하며 공식카페 가입자 수에 따라 게임 내 재화인 10만골드, 칼레바의 장비 상자 등 아이템을 지급한다.

김민규 넥슨 모바일사업 A실 실장은 “국내 출시된 모바일 MMORPG 장르 중 최초로 세 명의 캐릭터를 동시에 조작하는 멀티 전투 방식을 도입했다”며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가슴 뛰는 모험을 담아낸 스피릿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중국기업 텐센트

넥슨은 신규 게임 출시 이외에도 예정돼있던 주력 게임들의 콘텐츠 업데이트도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는데 간판 PC온라인 게임인 ‘던전앤파이터’와 ‘메이플스토리’의 캐릭터 업데이트를 진행한다.

던전앤파이터에서는 신규 전직 캐릭터 업데이트를 앞두고 이날 배우 여진구가 등장하는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메이플스토리에선 신규 궁수 직업 ‘패스파인더’ 업데이트를 앞두고 캐릭터 사전 생성 이벤트가 진행된다. 또 1인칭 슈팅 게임(FPS) ‘서든어택’과 액션 접속역할수행게임(MORPG) ‘클로저스’도 업데이트를 진행한다.

맡은 일은 계속
예정 사업 진행

넥슨 관계자는 “김정주 대표의 지분 매각설이 알려진 이후 적지 않은 직원들이 불안해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제는 직원들 사이서 동요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의 결정이 어떻게 되든 일단은 맡은 업무와 예정된 사업 전략에 집중하자는 분위기가 다시 형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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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상대 당을 헐뜯는 내용뿐이다. 우리 당이 네 당보다 낫다는 말만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판도가 뒤집힐 이슈가 상당하다. 제 아무리 공천을 잘했다고 서로 외쳐도 결국에는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는 쪽이 승리를 가져가게 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편 지키기 싸움판이 된 총선이다.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여야의 모든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을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한 방안으로 경력직, 원조 친윤(친 윤석열)으로 공천을 마무리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을 전면에 내세우며, 비명(비 이재명)을 대거 공천서 배제해 버렸다. 시작부터 당내 잡음이 상당하다. 이런 탓에 더 큰 변수가 발생하는 측에서는 총선 패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연장전 전초전 국민의힘은 공천을 “조용히 마쳤다”고 자평했지만, 뒤늦게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반면 민주당은 스스로 ‘혁신’이 있었던 공천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역시 여전히 분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천을 두고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패륜 공천’이라고 명명하며 네거티브전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내 다소 앞서는 형국이지만 곳곳에 여러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다시 돌아온 탄핵의 강 ▲정권심판론 ▲부동층 확장 ▲서울 후보의 경쟁력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으로 지지율 상승을 꿈꿨으나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상승을 이뤄내진 못했다.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효과가 한계를 맞이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반윤(반 윤석열)’을 노리는 세력이 포위망을 좁히고 있고, 국민의힘도 이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지지율의 흐름이 엇비슷해졌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이 틈에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를 언급하며 앞으로 띄울 국민의힘 리스크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다가올 변수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우선 ‘김 여사 리스크’라는 변수다. 김 여사의 리스크는 크게 3가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김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 명품백 수수 의혹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선거에 앞서 지난 5일, 더 센 특검법을 발의했다. 총선을 노린 행보인 셈이다. 최근 재발의 된 김 여사 특검법은 지난달 본회의 재표결이 이뤄진 뒤 폐기된 기존 특검법에 더해 민간인 대통령 순방 동행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 등이 추가된 법안이다. 국힘, 김건희·심판론 극복 관건 다시 ‘탄핵의 강’ 역행 자제해야 민주당은 이번 총선서 한 비대위원장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보다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해 맹공을 퍼부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을 대표적인 선거 전략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공식 행보가 멈춘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해당 의혹에 관한 윤 대통령의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사과를 할 경우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돼 민주당서 더욱 강한 공격이 들어올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김 여사 리스크를 부각시킨다. 민주당 공격이 거세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달리 막을 방법이 없다. 이미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당과 대통령실이 충돌을 빚었었다. 이는 국민의힘서 현역 의원이 대거 생존한 이유와도 같다. 내부적으로도 쌍특검 재표결로 인한 이탈표가 발생해 현역 의원의 대거 이탈을 우려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김 여사는 민주당의 공격거리다. 어떻게든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부부를 심판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해 선거전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 여사와 더불어 국민의힘은 과거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보수층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빚져왔다. 그 빚을 갚기 위해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영하 변호사를 공천했고, 변호인을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유 변호사의 경우 공천을 받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문제는 도 변호사에게서 생겼다. 도 변호사는 과거 자신의 유튜브 방송서 “5·18이 북한과 무관하면 검증에 당당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한 개입설을 주장해 왔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은 다급하게 재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결국 공천을 취소했다. 서로 향해 “패륜 공천” 조지연 전 행정관도 친윤 대신 ‘친박(친 박근혜)’을 주로 띄운다. 조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청년보좌역을 맡았고, 이후 박근혜정부 청와대서 4년을 보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여전히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대구·경북(TK)에서는 박 전 대통령 마케팅이 유리할지 모르나,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순간 국민의힘에게는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보수가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다시 현 보수 세력과 과거의 보수 세력이 갈라질 우려에서다. 박 전 대통령 역시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잠잠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극대화하는 추세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권심판론이 확대되면 불리한 쪽은 단연 국민의힘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정권심판론이 약화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최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이 뇌관이 됐다. 그러자 다시금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현재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돼있으나, 호주대사로 임명받은 뒤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 해제를 받고 호주로 떠났다. 현재 민주당은 이종섭 특검법까지 발의하면서 윤정부와 여당을 옥죄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이 특검을 남발하고, 해당 특검법이 총선용 악법이라는 지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의 호주 출국이 정당하다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다양한 정권심판론 키워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 이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일찌감치 정권심판론에 열을 올리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여론이 악화되자, 국민의힘은 결국 귀국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정권심판론을 되치기하려면 정부와 여당이 어떤 일을 도모하고 있는지, 성과는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민주당의 네거티브에 휩쓸려 상대 당을 똑같이 비방하는 일에만 혈안이 되면 불리하다. 일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김 여사 가려야 한 비대위원장의 인기와 몸값은 많이 올랐다. 다만 보수층에 국한된 지지라는 게 국민의힘이 극복해야할 과제다. 지난 대선 역시 부동층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 적은 표차라도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승산이 있는 선거다. 서울 후보의 경쟁력도 걱정거리다. 서울은 민주당이 21대 총선서 41석을 차지했던 반면, 국민의힘은 본래 보수 텃밭인 지역을 지켜 내기에 급급했다. 몇몇 중진급 의원이 서울로 넘어와 선거를 치르지만, 이는 대부분 국민의힘 험지다. 또 서울권에 공천이 된 인물들 역시 대부분 과거 민주당 후보에 패배한 이력이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후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서울권에서 선거 활동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변수만 큰 게 아니다. 민주당에게도 여러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위험은 민주당 이 대표의 리스크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껏 수많은 위기를 겪어왔다. 헌정 사상 최초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리스크 ▲계파 갈등 ▲야당심판론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논란 등이 있다. 국민의힘은 이 지점을 끝까지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백현동 개발비리 로비스트인 김인섭 한국아우징기술 전 대표가 1심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이 연루된 정황이 인정됐다는 게 컸다. 더욱이 백현동 의혹에 관한 첫 판결이 내려진 상황이라 이목이 쏠린다. 현재 이 대표 역시 기소된 상황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질 상황서 이 대표는 공교롭게 선대위 출범식 날에 재판 날짜가 잡혔다. 이달에도 이 대표에게는 여러 재판이 줄서서 대기 중이다. 민주, 당 대표 리스크에 계파 갈등 제3지대 총선서 판도 흔들 존재로 이달 19일에는 서울 중앙지법서 대장동·위례·백현동 사건·성남FC 재판에 출석해야 하고, 18일에는 위증교사 사건, 22일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선거 지휘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사법 리스크는 민주당을 갈라지게 했다. 본래 친명과 비명 간의 계파 갈등이 심했지만, 이 대표의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민주당은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 계파 간 갈등은 민주당을 더욱 갈라놓았다. 공천에 있어서 ‘비명횡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주당은 공천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친문 세력이었던 이들은 하나 둘 민주당을 탈당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하나의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르기는 어렵게 됐다. 쪼개짐으로써 인해 정권심판론의 의미를 퇴색시킨 꼴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민의힘은 야당심판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통 총선은 현 정부가 못했기 때문에 야당서 정권 심판을 자주 띄운다. 그러나 민주당의 상황도 이에 못지않게 엉망이다. 다수당인데도 불구하고, 당 대표의 리스크와 계파 간 갈등으로 회기 동안 리스크 방어에만 치중한 측면이 있다. 야당심판론은 부동층의 표심을 호소할 수 있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현재 의석수를 지키지 못한다면 이긴 선거라고 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선거서 밀렸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친문 세력이 과연 이 대표를 도울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에게 박 전 대통령이 있다면, 민주당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지지를 표하는 방향에 따라, 선거구도가 요동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탈당파들은 이 대표를 향해 적극적인 공격성을 띤다. 새로운미래 소속 인물들은 ‘가짜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을 민주당에 씌우기 시작했다. 이 밖에 제3지대의 부상은 여야 모두에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3지대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타격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시도 중이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인 조국개혁당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조국개혁당은 비례대표 입성을 목표로 결성됐는데, ‘검찰정권 심판’이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총선 판도에 불을 지폈다. 당초 정치권이 예상했던 것보다 파급력이 더욱 커진 셈이다. 결국 앞으로의 선거전은 양당이 ‘네거티브’ 위주로 선거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더 부각되는 측이 패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 리스크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 모두 리스크가 적지 않다. 여야 모두 중도층을 노리는 선거전략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겠지만, 결국 조직의 결집도 중요하다”며 “변수가 들쑥날쑥한 상황서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조직 결집도 역시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향후 총선 일정은? 여야의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이제는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 이달 21일부터 22일까지는 후보자 등록 신청이 이뤄진다. 이후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총 6일 간 재외투표가 진행된다. 27일에는 후보들이 선거 벽보를 제출해야 하고, 다음 날인 28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다음 달 9일까지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음 달 5일부터 6일까지는 사전투표가 이뤄진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