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대주주 일가 ‘판토스 거래’ 득실 따져보니…
LG 대주주 일가 ‘판토스 거래’ 득실 따져보니…
  • 박호민 기자
  • 승인 2019.01.29 10:01
  • 호수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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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장사’ 팔아도 판 게 아니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그룹 수장에 오른 후 자신과 가족들이 가지고 있던 판토스 지분을 미래에셋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미래에셋 사모펀드에게 넘긴 매각가. 비상장사 판토스 19% 지분의 매각가는 1450억원으로 책정됐다. 산술적으로 판토스의 모회사 LG상사의 25% 가까운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액수다. 일각에선 구 회장 일가가 좋은 조건에 지분을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 구광모 LG 회장
▲ 구광모 LG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친족은 지난해 12월 판토스 지분 19.9%를 처분했다. 당시 공시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코리아제이호사모투자합자회사(이하 미래에셋 사모펀드)는 구 회장과 그의 친족 지분 19.9%를 매입했다.

1450억에 매각

미래에셋 사모펀드가 해당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투입한 자금은 1450억원이었다. 해당 거래로 7.5%의 지분을 가지고 있던 구 회장은 546억4830만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구 회장의 친족인 구연경(4.0%), 구연수(3.5%), 구형모(2.5%), 구연제(2.4%)씨는 각각 291억원, 255억원, 182억원, 174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구 회장 일가가 지분을 매각하긴 했지만 LG그룹의 판토스에 대한 지배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LG상사가 판토스의 지분 51%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판토스 지분 매각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구 회장과 애증 관계였던 판토스였기 때문에 관심이 더욱 모아졌다. 판토스는 그동안 일감 몰아주기 이슈로 비판이 제기된 LG그룹의 계열사다.

특히 구 회장이 회장직에 오르기 전 가지고 있던 계열사여서 승계발판으로 활용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 법인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규모기업집단 가운데 오너 일가 지분율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인 경우 해당된다. 

판토스의 경우 2015년 LG상사에 인수될 당시 구 회장이 7.5% 매입했다. 아울러 친족들이 지분 매입에 참여하면서 공정위 제재 대상 지분율의 0.01%포인트 모자른 19.9%까지 지분율이 올랐다.

40% 가까이 영업권 보장?
공정가치 감안하면 다를 수도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 법인서 벗어났지만 비판에선 자유롭지 않았다. 판토스가 LG그룹을 대상으로 가져가는 일감이 높아서다. 

판토스는 LG그룹 물류계열사다. 해운과 항공화물운송업 등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017년 매출액은 3조616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2조9977억원에 견줘 20.6% 급증했다. 판토스는 LG그룹 계열사의 일감지원 속에서 성장했다. 당시 LG전자, LG화학 등과의 내부거래 총액은 2조8223억원에 달했다. 전체 매출액 가운데 78.1% 비중이다.

판토스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말이 나왔지만 공정거래법에 저촉되지 않아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았다. 그러나 꼼수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됐다. 구 회장과 그의 일가가 해당 지분을 처분하자 일감 몰아주기 이슈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달 구 회장과 일가가 매각한 판토스 지분 가격이 공시되면서 매매가격에 대한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선 구 회장 일가가 판토스 소유 지분을 비싸게 처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당시 미래에셋 사모펀드와의 거래서 재미를 본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미래에셋은 구 회장 일가가 가지고 있는 판토스 지분 19.9%를 매입하기 위해 총 1450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산술적으로 해당금액이면 판토스의 모회사 LG상사의 지분을 25% 가까이 매입할 수 있다.

LG상사의 지난 3일 종가 1만5050원 기준 시가총액은 5833억원이다. 이 기준에 따라 판토스 매매가격인 145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LG상사의 지분을 확보한다면 총 24.85%의 지분율을 확보할 수 있다. 일각에선 이 점을 들어 구 회장 일가가 처분에 애를 먹을 수 있는 지분을 고가에 매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LG상사는 판토스보다 자산규모가 수배 크다. 수익성 지표인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판토스를 크게 웃돈다.

가장 최근 공개된 자산규모를 살펴보면 LG상사의 지난해 3분기말 연결기준 자산총계는 5조3626억원이다. 반면 판토스는 지난해 말 연결기준 1조0567억원 수준으로 5.07배 차이가 난다.

너무 비싸게 지분 처분
“단순 비교로 평가 어려워”

같은 기간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역시 LG상사가 판토스에 비해 높다. LG상사는 2017년 연결기준 매출액 12조8272억원, 영업이익 2122억원, 당기순이익 881억원을 올렸다. 같은 기간 판토스는 연결 기준 매출액 3조6159억원, 영업이익 757억, 당기순이익 463억원을 각각 시현했다. 각 지표 모두 LG상사가 판토스를 크게 상회했다.

아울러 판토스를 장부상 가치 기준으로 평가하면 미래에셋 사모펀드는 상당한 액수의 영업권을 보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판토스의 2017년도 연결기준 순자산은 4472억6575만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구 회장 일가 소유 지분율인 19.9%는 구 회장 몫으로 평가된다. 구 회장 몫을 계산하면 890억588만원. 구 회장이 매각한 판토스 지분 매매가(1450억원)에서 구 회장 몫의 순자산을 제하면 영업권에 대한 가격이 나온다.
 

이 경로를 통해 계산하면 미래에셋 사모펀드가 구 회장 일가에 보장해준 영업권은 약 560억원이다. 전체 매매가 가운데 38.62%를 영업권으로 보장해준 셈이다. 

물론 여기에는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판토스의 순자산 가치를 장부상 가치가 아닌 공정가치로 계산할 경우 판토스의 가치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경우에는 전체 매매가서 차지하는 영업권 보장 비율이 내려갈 수 있다. 따라서 미래에셋 사모펀드가 구 회장 일가의 지분을 고가에 인수했다고 단정짓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미미한 차익

LG 관계자는 “판토스 주식 매도에 따른 세금 및 이자 비용 등을 감안하면 2015년 당시 매입 금액 수준으로 매도해 차익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LG상사의 지분 가치

미래에셋 사모펀드가 현금 1450억원을 가지고 있다고 LG상사의 지분 25%를 매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당 물량이 시장에 출회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설령 매매 거래를 위한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경영권 프리미엄이 얹어져 매입 시 지분율이 예상보다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물론 할인율을 적용받아 지분 가격이 더 내려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LG상사와 비교하는 것을 절대적인 지표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