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이슈메이커 김혜경 수수께끼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1.26 16:18:19
  • 호수 11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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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 진실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혜경궁 김씨’ 논란이 뜨겁다. 최근 경찰은 혜경궁 김씨가 이재명 경기도지사 아내 김혜경씨라고 결론냈다. 하지만 이 지사 측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혜경궁 김씨는 정말 이 지사의 아내였던 걸까. 
 

▲ 혜경궁 김씨의 트위터 계정‘(@08__hkkim)’ 소유주로 알려진 이재명 경기도지사 부인 김혜경씨

경찰이 혜경궁 김씨의 트위터 계정‘(@08__hkkim)’ 소유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를 지목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한 기소 의견으로 지난 19일 검찰에 송치했다. 이 지사 측은 “경찰의 수사 결과는 전적으로 추론에 근거했을 뿐만 아니라 아내에게 유리한 증거는 외면한 것으로서, 전혀 납득하기 어렵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여배우, 조폭…
이번엔 아내

이른바 혜경궁 김씨 사건은 지난 4월 불거졌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전해철 의원과 이재명 전 성남시장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이 한창이었다. 당시 ‘정의를 위하여’라는 닉네임의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가 ‘전해철이 자유한국당과 손을 잡았다’는 비방 글을 올렸다. 

당시 전 의원 지지자들은 트위터 계정에 이용된 휴대 전화번호 끝 두 자리와 김씨의 휴대전화 번호 뒷자리가 44로 같다는 점 등 몇 가지 단서를 토대로 트위터 계정 주인이 이 지사의 부인 김씨라는 주장을 했다. 

계정주에게 ‘혜경궁 김씨’라는 별명을 붙였다. 전 의원은 이 트위터 계정에 대해 “이재명 후보 측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지난 4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경기도선관위에 신고했다. 이후 사건이 경찰로 넘어가며 수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전 의원은 지난달 당내 화합을 이유로 고소를 취하했다. 하지만 지난 6월에는 이정렬 변호사가 3000여명의 고발인을 대리해 김씨를 문제의 트위터 계정주로 지목,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변호사는 고발장을 통해 “피고발인 김혜경은 트위터 '@08__hkkim' 계정주로, 2016년 11월28일경부터 12월28일까지 39회에 걸쳐(문재인 대통령 아들의 취직 등과 관련해)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트위터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에 아들을 특혜 취업시켰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앞서 혜경궁 김씨는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이 지사의 정치적 경쟁 상대였던 문 대통령을 겨냥해 악의적인 비방을 쏟아냈다. 세월호 참사를 거론하며 다른 계정 사용자들을 비난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혜경궁 김씨 계정주는 지난 2016년 12월 “아들 취직 시킨 문재인은?”이라며 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취업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대선과정서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지난 1월 이 지사를 비판하는 의견에 대해서 “적어도 품위 있게 아들 취직시키고 실수였다는 일 따위는 안 하겠죠?”라고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이외에도 “문재인이나 와이프나 생각이 없다. 생각이” 등 문 대통령을 비방하는 글들을 다수 올렸다. 문준용씨의 채용비리 의혹은 지난해 11월 무혐의로 결론났다.

‘혜경궁 김씨’ 사태 일파만파 
고발→수사→기소의견 검찰로

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모욕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해당 계정주는 2016년 12월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꼭 노무현처럼 될 거니까 그 꼴을 꼭 보자. 대통령 병 걸린 놈 보다는 나으니까” “노무현 시체를 뺏기지 않으려는 눈물, 가상합니다! 파이팅”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것도 모자라 세월호 참사를 거론하며 패륜적인 말을 내뱉기도 했다. 혜경궁 김씨는 2016년 2월 일부 트위터 계정 사용자에게 “너의 가족이 꼭 제2의 세월호 타서 유족되길 학수고대할게” “딸이 꼭 세월호에 탑승해서 똑같이 당하세요”라는 글을 보냈다. 

경기 남부경찰정 사이버수사대는 해당 계정의 게시물 4만건을 분석하고 김씨를 지난 10월24일과 이달 2일에 두 번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검찰 송치와 관련된 구체적인 증거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재판과정서 이 지사 측 주장을 반박할 목적으로 감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2013년 만들어진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는 성남 거주 여성이며 군대에 간 아들이 있고, S대서 음악을 전공했다. 휴대전화 뒷자리 번호가 ‘OO44’로 끝난다. 김씨와 모두 일치한다.

트위터 계정주는 2016년 7월 휴대전화를 안드로이드폰서 아이폰으로 교체했다. 공교롭게도 김씨도 2016년 7월 아이폰으로 바꿨다.

또 하나는 김씨가 두 차례 올린 사진이다. 김씨는 2014년 1월15일 오후 10시40분 자신의 카카오스토리에 이 지사의 대학 입학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은 10분 뒤 문제의 트위터 계정에, 20분 뒤에는 이 지사의 트위터에 각각 올라왔다.
 

▲ 혜경궁 김씨 트위터

2013년 5월18일 이 지사가 올린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사진도 마찬가지다. 이 사진은 지난 19일 낮 12시47분 혜경궁 김씨의 트위터에, 같은 날 오후 1시에 이 지사의 부인 김씨의 카카오스토리에 각각 올라왔다. 김씨는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온 이 사진의 캡처 시작도 12시47분으로 표기돼있다. 결정적인 스모킹 건은 없지만 너무도 많은 우연이 겹쳐 있어 김씨가 아니고서는 생각할 수 없다는 게 경찰 측 입장이다.

자신의 부인과 혜경궁 김씨와의 연관성을 줄곧 부인해온 이 지사로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듯 입장을 밝혔다. 

꼬리 문 의혹
스모킹건 있나

이 지사는 지난 19일 오전 9시경 도청 신관 입구서 기자들을 만나 “계정에 글을 쓴 사람은 제 아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제 아내가 아니라는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도 이미 목표를 정하고 ‘이재명 아내’라고 맞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진실보다는 권력을 선택했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이재명 부부에 대해서 왜 이렇게 가혹한지 모르겠다”며 “아내에 대해서는 6명의 전담 수사관을 편성하고 (19일 검찰 송치에 대해)이틀 전 미리 영화 예고편 보듯 틀어줬다”고 말했다. 그는 “때릴려면 이재명을 때리고, 침을 뱉어도 이재명에게 뱉어라”며 “죄 없는 무고한 가족과 아내를 이 싸움에 끌어들이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이 지사는 “저들이 바라는 바 저열한 정치 공세의 목표는 이재명으로 하여금 일을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에서 ‘의혹이 사실이면 사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데 대해서는 “뇌물을 받았다면 처벌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무고한 사람에 죄지었다고 하는 것은 프레임”이라고 말해 사실상 지사직 사퇴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이번 사안을 둘러싼 진실 밝히기는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문제의 트위터 계정 소유주와 로그 기록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미국에 있는 트위터 본사가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어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다. 트위터 계정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입증하려면 아이디 간의 유사성과 같은 간접 증거 외에도 본인의 자백이 필요하지만 김씨는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결국 결정적인 다른 증거나 김씨의 자백을 받을 수 있느냐가 검찰 수사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이 아무런 결정적 증거 없이 의혹만을 가지고 기소를 했겠느냐”며 “법정서 결정적 증거들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는 다음달 13일까지다. 3주 정도 남은 시간 검찰이 얼마 만큼의 증거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검찰은 해당 사건을 사실상 처음부터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다.
 

수원지방검찰청의 한 관계자는 “경찰이 그동안 계정 주인을 찾기 위해 엄청 노력했고, 그 결과 계정주가 김씨고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는 게 경찰의 의견”이라며 “그 계정주가 누군지도 중요하고, 행위가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 지도 처음부터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지사와 관련된 의혹은 친형 강제입원, 검사 사칭, 분당 대장동 개발과 관련된 직권 남용 및 허위사실 공표 등 4건으로 늘어났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후보자 본인 100만원, 후보자의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이 3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당선무효가 된다.

만약 맞다면…
정치인생 끝?


이 지사는 여배우 스캔들과 조폭 연루 등 자신과 관련된 각종 의혹에도 꿋꿋이 버텨왔지만 이번 문제는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이 지사의 정치적 터전인 민주당의 수장인 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을 저격한 내용이 다수 담겨있어 사실로 결론날 경우 이 지사의 정치적 입지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는 주말 내내 “이재명 아웃(OUT)” 요구로 들끓었다. 문 대통령의 팬카페 ‘문팬’은 ‘경찰 발표에 대한 입장’을 통해 “분노하고 경악한다”며 “사법 절차를 떠나 이 지사는 대통령님께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민주당을 탈당하라”고 했다.

혜경궁 김씨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한 ‘혜경궁닷컴’도 “민주당은 즉각 이 지사에게 자진 탈당을 권고하고 반할 시 즉각 제명 조치하라”고 했다.

김씨가 혜경궁 김씨라는 경찰 수사결과 발표로 더불어민주당은 난감한 모습이다. 지도부에선 내홍을 경계하며 언급 자체를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벌써부터 ‘사퇴론’까지 거론하며 대선 구도 변화를 관측하고 있어 여권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지난 18일 민주당은 경찰 수사결과에 대해 공식 입장 발표를 자제했다. 경찰 발표 직후인 전날 홍익표 당 수석대변인이 구두로 “법원 판단을 보고 나서 당의 최종 입장을 정해야 한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을 뿐이다. 

진실 공방이 벌어지는 와중에 섣불리 입장을 냈다간 자칫 당내 분열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당 전국대학생위원회 발대식이 끝난 뒤 이 지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침묵을 지켰다.
 

문제는 이 지사 측의 완강한 혐의 부인으로 추후 법정 공방이 불가피해 최종 사태의 매듭까지는 오랜 시간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 지사가 자당 소속 핵심 지방자치단체장인 데다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만큼 향후 공방이 장기화된다면, 당 입장에선 명백한 악재다. 이 지사 문제가 당내 권력 암투로 인식돼 비판적 국민 여론이 확산될 경우 향후 총선과 대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관성 줄곧 부인한 이재명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표면적으론 언급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선 이 지사 책임론도 언급된다. 표창원 의원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혜경궁 김씨 트위터 사용자가 김씨라면 이 지사는 책임지고 사퇴해야 하고, 거짓말로 많은 사람을 기만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 지사 측과 대립했던 친문(친 문재인) 진영에선 벌써부터 ‘탈당론’까지 거론하는 상황으로 최종 결론에 따라 당내 역학 구도는 물론이고 차기 대권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지사가 지난 대선 경선 때 친문 그룹과 각을 세운 후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이어 이 지사까지 하차할 시 당내 비주류 후보 군은 사실상 공백 상태가 된다. 

이 지사를 벼락 끝으로 몰아넣고 있는 아내 김씨는 누구일까. 서울 태생인 김씨는 숙명여대 피아노과 85학번으로, 1990년 이 지사와 연애를 시작해 1991년 결혼식을 올렸다. 1992년과 1993년 연년생인 두 아들을 낳았다. 김씨의 어머니와 이 지사의 셋째 형수가 종교활동을 통해 맺은 인연으로 처음 만났다고 알려져 있다.

‘성남시장 이재명’의 부인으로 살다가 김씨가 대중들에게 알려진 건 이 지사가 ‘친형 강제입원’ 사건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면서부터다. 김씨로 추정되는 여성과 이 지사의 친형 고 이재선씨의 딸로 추정되는 인물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된 것.
 

이 지사는 성남시장이던 2012년 보건소장 등 소속 공무원들에게 친형 재선씨에 대해 강제입원을 지시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필요에 따라 환자를 입원시킬 때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정신과 전문의 대면상담 절차가 누락돼 있는데도 관계공무원에게 강제입원을 지속적으로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지난 1일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로 추정되는 여성은 재선씨의 딸에게 “주영아 전화 좀 받아라. 미안하지만, 아침 일찍 작은 엄마가 너의 문자를 봤는데 작은 엄마가 무슨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그러느냐”며 “길거리 청소하는 아줌마한테도 그 따위 문자는 안 보내겠더라. 네가 집안 어른을 어떻게 봤길래, 노숙자 부부한테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전화 매너를 갖고 있느냐”고 했다. 

불똥 튈라
여, 전전긍긍

또 “너가 엄마 아빠 입장서 생각할 것 같아 얘기 안 해준다고 했지. 네 엄마한테 들으라고”라며 “네가 판단한다고 하지 않았냐? 니가 그렇게 판단한 것 까지는 괜찮다. 그런데 어떻게 그 따위 문자를 보낼 수 있냐. 내가 집안 어른 아니냐?”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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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