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 ‘포차 스캔들’ 전말

세월호 사고 3일 뒤…제주 포장마차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팀] 장지선 기자 = 6·13지방선거는 집권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당선자는 7월 관내에 입성, 새로운 지방정치를 위한 닻을 올렸다. 전쟁은 끝났고 5개월이 흘렀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전·현직 시장의 4번째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안양시도 그중 하나다.
 

▲ ▲최재호 안양시장

정치인에 대한 의혹 제기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때는 선거 기간이다. 후보가 결정되고 선거운동에 돌입하면 의혹과 해명이 난무하는 난타전이 벌어진다. 의혹을 제기한 언론에 법적 조치를 언급하고, 후보 간 실제 고소·고발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끝나지 않은
고소·고발전

상황은 선거 결과가 나오면 양측 모두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것으로 대부분 마무리된다. 안양시는 일반적인 경우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선거 기간에 후보 간 제기한 고소·고발이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안양시는 2007년부터 현재까지 더불어민주당 최대호 현 안양시장과 자유한국당 이필운 전 안양시장이 번갈아가며 시정을 돌봤다. 두 전·현직 시장의 역대 전적은 22패로 팽팽하다. 한 사람이 연속으로 당선된 적이 없을 만큼 승부는 치열했다.

최 시장과 이 전 시장의 첫 맞대결은 2007년 민선 4기 재·보궐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중대 전 안양시장은 대법원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시장직을 잃었다.


20071219일 대통령 선거일에 치러진 안양시장 재선거서 당시 한나라당 소속으로 출마한 이 전 시장이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출마한 최 시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20106·2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소속 최 시장이 한나라당 이 전 시장에 승리했다.

20146·4지방선거는 새누리당 이 전 시장이 새정치민주연합 최 시장을 누르고 시장으로 재입성했다. 두 후보의 4번째 맞대결이 성사된 6·13지방선거는 최 시장의 승리로 끝났다.

10년 넘게 선거서 맞대결을 펼친 두 후보는 이번 선거서도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이 과정서 2014416일 일어난 세월호 사고 관련 논란이 제기됐다. 당시 안양시장이던 최 시장이 세월호 사고 3일 뒤인 2014419일 제주도를 방문,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이 나왔다.
 

▲ ▲이필운 전 안양시장

손영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원장은 5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 시장의 세월호 사고 직후 행적에 대한 의혹을 처음 꺼냈다. 손 원장은 “2014416일 세월호의 비통함. 온 국민은 밤잠을 못 이루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안양시청 직원의 자녀분 또한 그 안에 있었던 고통의 시간 속이었다그 시기 2014419일 제주 성산의 해안도로 한곳을 방문했다고 당시 현직 안양시장 최대호는 즐거운 흔적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최 시장 제주 방문 의혹 쟁점
측근들 가게 무단침입 드러나

손 원장은 당시 최 시장이 방문했다는 의혹이 나온 제주도의 포장마차 천막에 남겨진 사인을 근거로 들었다. ‘Smart A+ 안양의 시민들 행복하세요. 2014. 04. 19. 안양시장 최대호 Choi’라고 적혀 있는 포장마차 천막 사진도 공개했다.

그는 제주시에 공무상 다녀오셨나요? 그러시다면 전후 일정을 공개해달라. 제주에 간 적이 없다면 안 갔다는 한국 항공공사의 확인이 필요하다며 최 시장의 답변을 요구했다.


최 시장은 잘못된 사실 바로 잡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손 원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비통해하고 안양시청 수도과에 근무하는 직원 자녀분이 사고를 당해 고통을 같이 했던 시간에 뜬금없는 제주도 관광을 했다고 하고 있으며, 그곳에서 A+안양, Smart라는 내용이 포함된 내용의 사인을 남겼다고 하고 있어 황당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14419일 일정을 시간대별로 공개하면서 포장마차 천막에 쓰인 ‘A+’는 전임 신중대 시장이 재임 당시 만든 로고며, 자신의 필체는 더욱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손 원장은 최 시장의 주장과 언론보도를 비교한 자료를 페이스북에 게재하며 재반박에 나섰다.

이어 “2014. 4. 19 논란의 한 글귀에 대한 최 시장 후보의 변론과 당시 언론 기사를 찾아 비교해봤다“(안양시 공무원 자녀) 시신 수습이 21일이고조문 갔다는 기사는 24일이고. 마치 19일에 조문 간 줄 알겠어요라고 썼다.

당시 최 시장 측은 세월호 사고 직후 최 시장은 제주도에 방문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줄곧 고수했다. 손 원장의 의혹 제기 이후 언론사 취재에 대한 답변,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방송토론회, 최 시장 측에서 제작한 동영상서도 마찬가지였다.
 

▲ 침몰 중인 세월호 (사진=진도사진공동취재단)

선거 닷새 전인 68일에는 최 시장 측 정기열 총괄선대본부장이 안양시청 브리핑룸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 시장의 제주도 포장마차 방문 의혹에 대해 국내 7개 항공사의 당시 탑승기록과 함께 필적 감정서를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 전 시장을 허위사실 공표죄, 후보자 비방죄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덧붙였다.

주장과 반박, 재반박이 이어지는 사이 세월호 관련 의혹은 안양시장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이렇다 할 결론 없이 613일 최 시장의 싱거운 승리로 마무리됐다.

포차 사인
누구의 것

하지만 선거 기간 중 반짝 논란으로 그치나 했던 의혹은 6월 말 손 원장이 제주의 포장마차서 최 시장의 것으로 의심되는 또 다른 사인을 발견하면서 불씨를 남겼다.

발견된 문구는 四海皆兄弟(사해개형제, 서로 존경하고 예의로서 교제하면 세상 사람이 다 형제가 된다) 2015. 12. 28. 安養 崔大鎬(안양 최대호), 내사랑, CHOI DAE HO’. 해당 문구가 적혀있던 천막은 장사가 시작되면 포장마차 측에서 말아 올려둔 터라 발견이 늦었던 것으로 보인다.

손 원장은 71일 해당 문구가 적힌 포장마차 천막 사진을 공개하면서 “(사해개형제)의 의미는? 2014년에 이 한자를 참 자주도 썼네요. 세월호 때 제주에 적힌 당신의 이름을 못보고 다시 적었나요? 아니면 뭐지요?”라고 의문을 드러냈다.


‘2014년에 이 한자를 참 자주도 썼네요부분은 최 시장이 현역 시장이던 2014년 예산안 시정연설서 사해지내(四海之內), 개형제야(皆兄弟也)라는 말을 사용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20131121일 안양시의회 본회의서 최 시장은 “‘사해지내 개형제야라는 말이 있듯이 온 세상은 모두 형제다. 이웃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손길이 더욱 필요한 시기에 오늘 2014년도 예산안 심의를 요청하면서 내년도 시정운영 방향에 대해 말씀드리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필운 후보 측은 824일 제주도 방문 관련 허위사실공표죄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최 시장을 고발했다. 고발인은 최 시장이 세월호 사고 직후 제주도에 방문했음에도 연설, 방송, 신문 등에서 방문하지 않았다고 허위 사실을 공표한 것은 후보자가 당선될 목적으로 경력, 행위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유리하게 공표한 것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사인이 남긴 불씨는 829일 제주의 포장마차에 최 시장의 측근으로 추정되는 3명이 등장하면서 재점화됐다.

포장마차 주인 A씨는 이날 오후 7시경 현재 안양시청 언론홍보기획관으로 근무 중인 정○○씨의 전화를 받는다. 당시 A씨는 장사를 일찍 접고 포장마차의 문을 닫은 상황이었다.

정씨는 안양시장이 여기에 왔다 갔다는 것 때문에 확인 좀 해보려고 왔다시장이 진짜 여기에 왔다 갔는지, 그 분이 맞는지 확인해줄 수 있는지 여쭤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측근 셋은
왜 포차에?

정씨는 A씨가 손영태씨(전공노 원장)를 통해서 온 것이냐고 묻자 아니다”며 저는 최대호 시장하고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포장마차 사인 문제로 고소·고발이 돼있는데, 사인이 진짜인지 시장(최대호 시장)이 한 번 가보라고 해서 왔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씨와 동행한 것으로 보이는 2명이 그 시간대 A씨의 포장마차에 무단으로 침입한 사실이 CCTV 확인 결과 드러났다는 점이다.

정씨와 통화를 마친 A씨는 포장마차 뒤쪽으로 몇몇 사람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포장마차로 돌아간 A씨는 포장마차 뒤편 지퍼가 평소와 다르게 잠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 CCTV에는 두 남자가 포장마차에 무단침입해 내부를 살피는 모습이 포착됐다. 조사 결과 두 사람의 신원은 전직 안양시 공무원 염○○, 언론인 이○○씨로 드러났다.

염씨는 93전복을 구입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A씨는 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포장마차에 무단침입한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이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정씨 등 3명을 914일 현주건조물 침입 혐의로 고소했다. 제주 서귀포 경찰은 의왕서와 안양 동안서에 촉탁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포장마차에 침입한 염씨와 이씨를 기소 의견으로, 밖에 있던 정씨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최 시장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1022일 안양시의회 본회의서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최우규 의원은 이날 본회의서 최 시장에게 포장마차 무단침입 사건에 대한 심경을 물었다.

최 시장은 제가 설령 제주도에 간 사실이 있다면 누군가를 시켜서 주인을 만나서 회유를 하든 증거물을 없애든이라고 부탁이나 지시를 했겠지요라며 제주도 간 사실도 없는데 왜 가 가지고 만나봐라뭐 확인을 하겠습니까, 그게라고 항변했다.

“시장이 가보라 해서 …” 
전직 공무원의 증언

이어 마치 제가 시켜서 하는 것처럼, 사주해서 했던 것처럼 이렇게 지금 하고 있습니다만, 전연 사실과 다르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음경택 의원은 시장님께서는 제주도는 물론 포장마차도 가지 않으셨다고 하는데 측근 세 분이 왜 제주도의 포장마차에 갔는지 하는 것은 모두가 궁금해 하는 대목이라며 시장님과 제주도에 가서 포장마차 주인(A)과 통화한 그 분(정씨), 둘 중의 한 분은 분명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포장마차 무단침입 사건은 정씨의 채용 관련 논란으로 번졌다. 정씨가 안양시 홍보기획관 채용시험에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부적격 논란이 불거졌다. 827일 안양시서 낸 채용 공고에 따르면 홍보기획관은 일반직 공무원과 외부 인사 모두에 문이 열려 있는 개방형 직위다.

안양시는 731안양시 행정기구 및 공무원 정원 조례 시행규칙개정을 통해 홍보기획관을 지방자치단체의 개방형 직위 및 공무 직위의 운영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개방형 직위로서 지방임기제 공무원으로 보할 수 있다고 했다. 당시 일부 안양시 공무원들 사이에서 시행규칙 개정에 대한 뒷말이 무성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정씨는 서류전형과 면접 등 채용절차를 거쳐 최종 합격했고 111일부터 시청서 근무 중이다. 한 안양시청 관계자는 그 자리(언론홍보기획관)에 갈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닌데, 굳이 논란이 된 인사를 앉힌 이유를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지난 8일 기자는 정씨에게 당시 제주도에 내려간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정씨는 최 시장이 엉뚱한 오해를 받고 있어 해소해 주려 했다면서도 사적인 영역이고,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잘랐다.
 

또 제주 포장마차서 발견된 두 번째 사인에 대해서도 근무를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모른다시청서 내놓은 해명 자료를 참고하라고 말했다.

안양시청 안전행정국 총무과 관계자는 “(정씨의 문제는) 현직에 있을 때 벌어진 일도 아니고, 아직 결론이 난 사안도 아니다. 불기소 처분된 것으로 알고 있다.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서, 지방공무원법 31조 결격 사유에 해당된다면 문제가 될 소지는 있다. 또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징계 사안으로 넘어갈 수 있다어떻게 결론 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적격논란
결격 사유?

최 시장은 이 문제에 대해서 1022일 본회의서 답변했다. 자유한국당 음경택 의원은 “(정씨가) 앞으로 재판을 받을 수도 있고 시장님의 명예를 훼손했다. 이 사건을 표면적으로 불러내서 파장을 일으켰는데 이런 분을 홍보기획관에 임명하는 게 적절한 지 시민 여러분들께서 판단하셔야 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최 시장은 누구든지 죄가 확정되기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지 않느냐사법기관의 판단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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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