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아래에서부터> 출판기념회 현장취재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6.18 10: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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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드러난 ‘김두관 사람들’…본격 대선행보 시동 걸었다

[일요시사=경남 창원 이주현 기자]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출판기념회를 가지며 본격 ‘세’ 다지기에 나섰다. 출마 여부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대선출마를 기정사실화 하는 말들을 쏟아내며 사실상 대선출정식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이날 현장에는 김 지사를 지지하는 정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김두관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볼 수도 있었다. 지난 12일 저녁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래에서부터> 출판기념회 현장을 <일요시사>가 직접 다녀왔다.

김두관 경남지사 출판기념회에는 3000여 명에 이르는 지지자들과 수많은 취재진들이 운집했다. 출판기념회 예정 시간은 저녁 7시였지만 이른 시간부터 많은 이들이 기념회 현장을 찾았다.

특히 김 지사의 고향인 남해군의 지지자들은 관광버스 10여 대를 나눠 타고 김 지사를 응원하러 창원을 방문했다.

행사장내는 순식간에 앉을 자리가 없이 가득 메워졌고 미처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한 참석자들은 컨벤션센터 내외부를 가득 채우며 장사진을 이뤘다.

부인했지만 사실상의
대선출정식으로 인식

그야말로 대성황이었다. 사전에 준비한 책 3000여 권은 행사 시작 전에 일치감치 매진돼 버렸고 주최 측에서 긴급하게 추가 확보한 2000여 권도 금방 동이나 참석자들은 책을 구입하지 못해 안타까워했다.


이런 이들을 위해 주최 측은 택배 배달 신청을 받았지만 이마저도 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주변의 눈을 의식해 1000만원만 들인 검소한 출판기념회였지만 대성황을 이뤄내 김 지사의 위상과 저력을 과시한 자리로 평가받기도 했다.

출판기념회 전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김 지사는 “오늘 대선출마 선언을 하지 않을까 하고 서울에서 기자들이 많이 내려온 듯한테 헛다리짚은 것”이라고 농을 건네며 운을 뗐다.

이어 김 지사는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이 노동자당 후보로 집권한 후 통합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를 씻고, 좌우 이념을 넘어 통합의 정치를 이뤘고 집권할 때보다 물러날 때 더 지지율이 높았다”고 높이 평가하며 자신이 롤모델로 꼽는 룰라 대통령의 성공이 한국 정치에 시사하는 바 등을 소개했다.

또한 룰라가 호세프 정부를 창출한 것을 언급하며 “대선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집권에 성공하고 다음 정부를 창출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노 전 대통령(당시 당선자 신분)이 청와대에 입성해 자신을 도와달라고 제안했지만 이를 거절하고 행정자치부 장관을 맡은 일화와 노 전 대통령과 고건 당시 총리까지 ‘시기상조’라고 반대했지만 특유의 배짱으로 주민투표제를 밀어붙였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3000여 명에 이르는 수많은 인파속에 책은 매진, 성황리에 마쳐 
5승6패 전적 “승률 5할 맞춰야 할 텐데, 올 연말에 승리할까요?”


그는 책 속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로 자신이 ‘백수’시절 남해 금산을 찾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정부는 자고로 힘들 때 찾아온 사람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는 산보다는 나아야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출마 여부와 관련해 별로 할 말이 없다”면서도 “여야 후보들을 봤을 때 삶의 궤적을 보면 저처럼 살아온 사람이 드물다”며 자신의 경쟁력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오는 19일에는 18개 시·군 순회 도정 설명회를 마무리 지을 계획과 21일부터 24일까지는 중국 출장 예정, 6월30일이 1년의 절반이자 자신의 도정 절반을 지나는 변곡점임을 강조하며 7월에 출마 선언을 할 것을 암시하기도 했다.

대선출마를 전제로 한 판세를 묻는 질문에는 “훌륭한 분들이 많기는 하지만, 주자들이 지금 모습으로는 박근혜 전 위원장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8~9월에 경선이 이루어지면 각 후보들이 자기 정책을 갖고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받을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1위와 2위의 순위가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대선 후보 경선은 역동적이고 흥미진진하게 될 것이라 본다”며 문재인 고문 등 민주당 후보들과의 토론 등을 거치면 자신의 지지율이 급등할 것으로 자신하기도 했다.

‘불환빈 환불균’
좌우명 퍼포먼스

이어 진행된 사인회에는 김 지사의 친필사인을 받기 위해 장사진을 이뤘고, 사전공연으로 흥을 돋웠다. 저녁 7시부터 시작된 본행사는 개그맨 노정렬씨의 사회로 1부-인간 김두관, 2부-김두관의 비전, 3부-대합창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출판기념회에 빠지지 않는 순서인 내빈소개가 생략되어 눈길을 끌었고 ‘김두관 사람들’ 면면을 파악하고 싶어 주의를 기울였던 기자를 당혹하게 만들기도 했다.

행사 관계자는 “오늘 행사에서는 참석자 모두가 내빈이라는 김 지사의 인식아래 생략했다”고 전했다. 대신 참석자 모두가 서로를 격려하고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본 행사가 시작된 직후 김 지사가 노정렬씨와 토크를 시작하며 “제가 선거에 11번 나가 5번 이기고 6번 졌다”며 “승률 절반을 맞춰야 할 텐데 올 연말에 승리할까요?”라고 웃으며 묻자 청중석에서는 ‘김두관’ ‘김두관’이라는 연호가 터지기도 했다.

행사에서 김 지사는 “지방자치시대를 대비해 많은 이론적 연구와 실천적 행정을 해왔다”면서 “고 노무현 대통령은 지적 능력이 뛰어나 아이디어를 갖고 정책·의견을 내는 스타일이었다면, 저는 같이 일하는 분들의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수립해서 추진하고, 성과를 내는 방식이다”고 노 전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도지사는 지방정부에서 예산을 편성해서 집행하면 완결된다. 중앙부처 장관은 정책을 하려면 다른 부처와 업무 협조가 되지 않아 힘들 때가 있다. 저는 장관(행자부) 7개월 때보다 지금 도지사할 때가 훨씬 보람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행사 도중 한 서예가가 김두관 지사의 좌우명인 ‘불환빈 환불균’(백성은 가난함을 근심하지 않고, 불균등함을 걱정한다)을 쓰는 퍼포먼스를 벌여 무대 정면에 걸어놓기도 했다.

김 지사는 “남해종고 다닐 당시 <샘터>라는 잡지에 실린 ‘이달의 고사성어’에서 처음 보고 가슴이 뛰었다”고 밝히며 “지금도 지사실 한켠에 액자로 만들어 걸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 양극화를 극복하고 경제정의·경제민주화를 이룩하는 게 시급하다”고 국가 균형발전을 강조했다. 김 지사는 “2013년 체제를 이끌 정부는 제대로 중앙과 지방이 소통하면서 차별을 없애야 한다. 어느 정부가 되든 결단해야 한다”면서 “IMF 신자유주의 이후 재벌·대기업은 자본 축적이 되었지만 중소기업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사회에서 지난 10년 동안 변하지 않은 게 두 가지다. 하나는 농민들이 생산한 쌀값이고,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다. 차기 정부는 10년 동안 변하지 않은 그것을 깨뜨리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라며 “지금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될 수 없는 구조다. 대기업은 납품 단가를 후려치고 있다. 이 부분을 국가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공 영역을 시장에만 맡길 수 없고 국가가 맡아야 한다”고 강변하자 청중석에서는 “옳소”라는 소리와 함께 또 다시 ‘김두관’ 이름석자가 행사장에 울려 퍼졌다

행사장 가득 울린
‘김두관’ ‘김두관’

한편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정치권 인사들도 대거 참여했다. 지난 10일 김 지사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민주통합당 원혜영, 안민석, 김재윤, 민병두, 문병호, 신장용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부영, 장영달, 김재균, 김태랑, 정한용, 전현희 전 의원 등도 참석했으며, 이병완 전 비서실장(현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 윤승용 전 홍보수석 등 참여정부 인사들도 대거 자리를 함께했다.


 이밖에도 유원일 전 의원과 통합진보당의 권영길·조승수 전 의원과 고영진 경남도교육감 등 많은 인사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김 지사의 핵심 조직인 자치분권연구소의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는 원혜영 의원이 “경남도민 여러분이 뽑아주신 김 지사를 많은 국민들이 서민을 대변하는 대통령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며 “경남도민한테 죄송하지만, 김두관 지사를 대한민국을 위해 빌려 달라고 부탁의 말씀을 드리려 왔다”고 인사말을 하자 많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김 지사가 대선에 나서기 위해선 가장 힘든 관문인 도민 동의를 받아야한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원 의원은 이어 “궁핍·부정의 시기에 서민을 대변할 수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서민을 성공시킬 대통령이 필요하다. 김 지사의 경륜과 철학, 구상을 가지고 서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김두관 지사는 노무현재단 회원이다. 요즘 재단이 복에 겨워 있다. 많이 이끌어주고 만들어주신 분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함께 나서는 것 같다. 이사장으로서 노무현재단이 더욱 발전하려면 김 지사가 꿈을 이루어야 한다. 재단도 더 큰 꿈을 가질 수 있다. 저도 아래에서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와 경쟁적 관계가 된 문재인 고문은 “책 출판을 축하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긍정을 심어주는 책으로 되길 바란다”며 축전을 보내 김 지사의 출판기념회를 축하했다.

새누리당 소속인 허기도 경남도의회 의장은 인사말에서 “좀 전에 원 의원이 김 지사를 빌려달라고 했는데 그러려면 보증서가 있어야한다”며 “많은 도민들이 도정 공백을 우려하고 있는데 이를 말끔하게 씻을 수 있도록 보증서를 끊어줘야 한다”고 뼈 있는 농담을 날렸다.

김 지사의 고향 친구이자 중·고등학교 동창인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은 게스트로 나와 “큰 인물이 될지 알았다” “축구를 상당히 잘했다”는 등 김 지사의 어린시절을 회고했다.

신 전 위원장은 이어 김 지사의 영어 이니셜 ‘DK’를 ‘DREAM KOREA, DIGITAL KOREA, DYNAMIC KOREA’라고 의미를 부여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뒤이어 무대에 오른 김영만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 상임대표는 “저는 김두관 지사가 존경하는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과 나이가 같고, 오는 12월19일(대선 날짜)이 제 생일날이다”며 “만약에 김 지사가 12월19일 꽃다발을 많이 받게 되면 저한테도 하나 보내주길 바란다”고 말하며 김 지사의 대선승리를 우회적으로 응원했다.

“박근혜 대항마는 나 자신! 지지율은 변하기 마련!”
원혜영 “대한민국을 위해 김두관 지사를 빌려 달라”

김 지사는 마지막 발언으로 “많은 국민들이 정권교체의 기대를 갖고 있는데, 정권교체도 중요하지만 시대교체도 해야 한다”면서 “어려운 노동자·농민 등 서민의 삶이 좋아지는 따뜻한 나라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의 소개 영상 시청과 사회자 노정렬씨의 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의 풍자 성대모사 등으로 즐거운 분위기 속에 이어진 출판기념회는 김 지사와의 포토타임과 대합창을 피날레로 성황리에 마쳤다.

김 지사는 출판기념회 직후 마련된 기자들과 ‘호프타임’도 가졌다. 바쁜 일정상 오랜 시간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감사의 뜻을 전하며 짧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번 출판기념회로 김 지사의 대선행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김두관 사람’들 면면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친노그룹부터 재야그룹, 정동영계, 천정배계, 동교동계까지 다양한 인사들이 속속 결집하며 민주당내 역학구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중 핵심인사는 친노 그룹의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있다. 이 전 수석은 한때 손학규 상임고문을 도왔으나 현재는 김 지사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윤 전 홍보수석도 김 지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다만 이병완 전 비서실장의 경우 출판기념회에 모습을 비추긴 했지만 문재인 고문에 이어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어 김두관 사람으로 규정하기는 무리라는 평가다.

민병두·강창일 의원은 과거 정동영계로 분류됐던 인사들이고 문병호·최재천 의원은 천정배계였다. 안민석 의원은 손학규계, 배기운 의원과 김태랑 전 의원은 동교동계 출신이다. 김재윤 의원은 무계파 인사였지만 김 지사로 방향을 선회했다.

4선 원혜영 의원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자치분권연구소’와 김태랑 전 의원이 주도하는 ‘생활정치포럼’ 등의 싱크탱크와 지방자치단체장 출신 모임인 ‘머슴골’ 등이 지지그룹이다.

재야·운동권 출신도 포진했다.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도 김 지사를 돕고 있으며, 최근 경남도당위원장으로 선출된 장영달 전 의원도 김 지사를 지지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토사구팽 당하며 공천을 받지 못한 유원일 전 의원도 김 지사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김 지사와 정서적으로 맞고 개인적으로 신세진 부분도 있어 고맙게 생각한다”며 “김 지사가 출마를 선언한다면 적극 도울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대선캠프의 면면도 구체화되고 있다. 김 지사의 최측근 11인은 지난 16일 경남 창원에서 1박2일간 대선 출마를 전제로 한 전략 수립과 캠프 구성 작업 워크숍도 열었다.

대선캠프 구축
1박2일 워크숍

캠프 대변인은 호남 출신 서울 재선인 최재천 의원이 맡고 기획은 전략통인 민병두 의원이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출판기념회를 기점으로 김 지사의 외곽 지지그룹 숫자와 규모는 눈에 띄게 불어나고 있다. 본격 대선정국으로 접어들기 전 김 지사를 지지하는 이들이 속속 집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 있는 정치인’으로 ‘최고의 블루칩’으로 평가받는 김 지사의 본격적인 세 불리기에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선을 향해 성큼성큼 한발을 내딛고 있는 그의 종착지가 과연 어디까지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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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