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문 굳게 닫은 친박계…“이명박·박근혜 이별 불가피하다”
1월 중순 이재오 귀국 ‘대회전 치른다’?…대리정치 통해 등장
박근혜 전 대표가 수상하다. 뭔가 작정한 듯한 모습이다. 박 전 대표는 ‘MB법안’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친박계 인사들도 말을 아끼고 있다. 심지어 여야 쟁점사항인 미디어 법안에 대해 ‘찬성표’를 던지는 인사들도 있어, 어딘지 심상치 않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야당 인사들은 박 전 대표의 ‘한마디’를 기대하고 있지만 정작 박 전 대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과연 박 전 대표는 어떤 작심을 한 것일까. “언젠가는 ‘이명박-박근혜 이별전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친박계 의원의 설명이 이를 대신할 뿐이다.
친박계 한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는 가는 사람 안 잡고 오는 사람 안 막는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심복인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게 권총살해 당한 아픔이 있기 때문에 측근들을 100% 믿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런 까닭에 박 전 대표가 특정 친박계 핵심 인사들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는 것.
대신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언젠가는 이별전쟁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물과 기름’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박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석에서만 MB비판 ‘왜?’
친박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MB법안 통과 문제로 여야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시기에 박 전 대표가 반이명박 전선을 형성할 경우 대권 플랜에 이상기류가 생길 수 있다. 결국 현 시점에선 박 전 대표가 움직이지 않고 ‘관망모드’로 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또 1월 중순 개각설이 나돌고 있으며 친박계 입각설도 거론되고 있다. 김무성 의원, 허태열 최고위원 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입각’을 원하고 있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는 상태에서 무조건 반이명박 체제를 가동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박 전 대표가 당장 태도를 취하기보다는 향후 행보를 위한 ‘정국구상’에 돌입한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수도권 규제완화, 한반도 대운하 등 이 대통령의 정책과 국정운영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표출했다. 또 친박계 대리인들이 비판적인 발언의 수위를 높여오며 이 대통령을 향해 매우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박 전 대표와 친박계 인사들은 말문을 닫았다. MB법안을 놓고 여야가 대치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또 4대강 정비 사업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을 믿어야 된다”고만 말할 정도다. 반면 사석에서 MB정부에 비판하는 목소리는 드세다.
그러면서도 변수가 많은 향후 정국 구상에는 여념이 없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간의 이별전쟁 시기를 조율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 구상도 이미 잡혀져 있다. ‘대리전’을 통해 2010년 이후를 전후로 ‘전면전’을 치르겠다는 복안이다.
실제 친박계 한 의원은 “이재오 전 의원이 복귀하면 친박-친이간의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가만히 있어도 반이명박 체제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굳이 나설 필요가 없고, 대리전을 치를 수밖에 없다”고 관측했다.
특히 박 전 대표는 핵심인사에서 힘을 몰아주기보다는 힘을 분산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를 따르려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전쟁을 치를 태세다. 게다가 4월·10월 재보궐 선거와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다면 박 전 대표는 본격적인 차기 대권 플랜을 가동시킬 것이라는 게 친박계 한 관계자의 귀띔이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정치권 인사들은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심지어 친박계 인사들조차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이 대통령의 독주행보를 박 전 대표가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차기 대권 후보로 박 전 대표를 밀어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결국 대권의 꿈을 꾸는 박 전 대표로서는 ‘이별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친이계 한 관계자도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박 전 대표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뿐 아니라 힘을 실어줘야 될 상황”이라면서도 “친박계 인사들이 이 대통령을 믿지 못하고 있고, 지난 과정들을 돌이켜볼 때 이들 간의 융합은 힘들 것”이라고 밝혀, 친이-친박 이별전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암시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표가 반 이명박 체제를 추구할 때는 큰 파장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시각이다. 문제는 박 전 대표가 언제 전면에 나서느냐다. 친박계에서는 빠르면 올해 말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설 것이라고 말한다. 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강할 뿐 아니라 MB법안 통과여부를 놓고 한나라당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 더 나아가 향후 국민들에게 중간평가를 받는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낙제점’을 받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시기적으로 좀 더 늦춰질 수도 있다는 게 친박계 관계자의 귀띔이다. 즉 이재오 전 의원이 1월에 귀국할 경우 친박계에서는 대리전을 통해 ‘대회전’를 치르면서 향후 ‘이별 전쟁’을 치르겠다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친박계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무모하게 탈당카드를 뽑지만 않는다면 박 전 대표는 차기 대권 플랜을 성공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현 시점에서는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 굳이 ‘찍힐’ 필요는 없다”며 “박 전 대표는 조용한 행보를 취하고, 친박계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 주군은 박 전 대표를 보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잡한 셈법 계산 중
어쨌든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간의 이별전쟁이 멀지않은 때 치러질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MB법안 등에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고 ‘관망 모드’ 자세를 취하는 것은 분명, 뭔가 작심한 듯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표가 정국 구상에 돌입, 이 대통령과의 관계 형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또 1월 개각설에 친박계 인사 입각설이 나오고 있고, 친박계 인사들도 ‘입각’을 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 전 대표는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박 전 대표는 친박계 인사들을 입각시키고 향후 이별 전쟁을 치르기 위한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사실상 친박계는 이 대통령과 ‘이별전쟁’을 치르기 위한 복잡한 셈법을 계산하면서 이에 대한 굳은 의지를 다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