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아무리 화려한 별도 ‘천년만년’ 반짝일 수는 없다. 간혹 질 때도 있고 어느 사이 다시 뜨기도 하는 게 스타들의 운명이다. 올 한 해도 많은 스타들이 팬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으면서 전성기를 보냈는가 하면 일부 스타들은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나 고개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올해는 주식 폭락, 환율 급등 등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경제 위기에 연예인들의 한숨 소리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주식이나 펀드에 손댔다가 손해를 본 연예인들도 적지 않다. 전통적으로 저축만 고집해온 연예인들조차 얼마 전까지 불어 닥친 펀드 투자 열풍에 편승했다가 적지 않은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타들의 엇갈린 명과 암을 알아보았다.
안방극장
김명민 오연수 웃고 박신양 문소리 울고
2008년은 어느 해 보다 많은 스타들의 안방극장 복귀가 봇물처럼 이어졌다. 특히 영화시장의 침체로 스크린 스타들이 대거 드라마에 복귀하는 등 어느 해보다 많은 스타들이 드라마에 몰렸다.
오랫동안 스크린에서 활동하다 드라마에 복귀한 스타들의 드라마 흥행 성적은 대부분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영화 제작이 지난해에 비해 50% 가까이 급감하면서 드라마를 택했던 이들은 자신의 이름값을 해내지 못해 눈총을 받았다.
박신양, 문소리, 송혜교 등은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게 연기력 논란에 휘말리며 톱스타로서의 체면을 구겼다. <바람의 화원>으로 첫 사극 신고식을 치른 박신양은 사극에 어울리는 절제된 연기를 보여주기보다 현대극처럼 과잉된 감정 표출을 고집하다가 비난의 표적이 됐다.
영화계에서는 연기파 배우라는 소리를 들었던 문소리도 <내 인생의 황금기>에서는 과장된 표정과 억양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의 송혜교 역시 지나치게 많은 대사를 속사포처럼 내뱉어야 하는 캐릭터로 인해 연기력 논란을 일으켰다.
권상우도 <못된 사랑>이 한 자릿수 시청률로 초라하게 퇴장했고 최지우가 주연을 맡아 현재 방송 중인 <스타의 연인>도 기대 이하의 시청률에 머물고 있는 등 한류스타들이 주연을 맡아도 시청률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
이름값을 못한 스타도 있지만 “역시○○○이야”라며 찬사를 받은 스타들도 있다. 최진실은 지난 10월 자살로 생을 마감해 전국민을 충격에 몰아넣기도 했지만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에서 보여준 코믹 연기만큼은 제2 전성기를 열었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큰 화젯거리였다. 특히 중년의 사랑을 능청스러울 정도로 잘 표현해 아줌마와 신데렐라의 합성어인 ‘줌마렐라’라는 신조어까지 낳았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은 절정의 연기력을 선보이며 전사회적으로 클래식 붐을 일으킨 ‘강마에 신드롬’을 낳았다. 이준기 역시 <일지매>를 통해 시청률 30%의 벽을 깨며 안방극장에 화제를 불러 모았으며 아시아 한류 열풍을 다시 한 번 일으킬 것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송승헌도 <에덴의 동쪽>의 30%에 가까운 시청률로 스타성을 입증하고 있다.
예능계
이효리 박예진 웃고 강병규 박준형 울고
예능계에서는 유재석과 강호동의 영향력이 여전했다. ‘투톱’ MC 유재석과 강호동이 맡고 있는 <무한도전>,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 결혼했어요>, <해피선데이-1박2일>,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 코너의 인기가 두드러졌다.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적잖은 스타들도 탄생했다. 가수 이효리와 탤런트 박예진은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에서 활약이 돋보였다. 이효리는 특히 2007년 디지털 싱글 <톡톡톡>의 부진을 딛고 올 한해 3집 <잇츠 효리시>가 대박을 터트린 데 이어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면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박예진 역시 토종닭을 맨손으로 붙잡고 숭어를 단칼에 기절시켜 요리하는 등 파격적인 모습으로 ‘달콤살벌녀’란 별명을 얻으면서 ‘예진의 재발견’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이와 함께 배우 이천희와 김수로, 그동안 예능프로그램에서 감초 역할을 해왔던 가수 윤종신은 ‘예능 스타’로 탄생했다.
그런가 하면 김C, 은지원, 이수근도 <해피선데이-1박2일>에 출연, 스타가 됐다. 신애와 알렉스, 크라운제이, 서인영, 황보, 김현중, 앤디, 솔비 등도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 결혼했어요>에 가상 신혼부부로 등장,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MC 강병규를 비롯해 개그맨 박준형과 정종철은 씁쓸한 한 해를 마감하게 됐다. 강병규는 베이징 올림픽 연예인 응원단의 국고 낭비 논란을 비롯해 인터넷 도박사이트에서 억대의 불법 도박을 벌인 사실까지 밝혀지는 등 잇따른 악재로 사면초가에 몰린 상태다. <비타민>의 MC 자리까지 내놓은 그는 언론이나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은신 중이다.
<개그 콘서트>의 얼굴이나 다름없었던 박준형과 정종철은 <개그야>로 이적하면서 큰 기대를 모았지만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명성에 걸맞지 않게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주식
연예계 주식 갑부들 “행복했던 옛날이여!”
주식부자 연예 스타들은 따로 주식 투자를 했다기보다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가격이 폭락하면서 예외 없이 손해를 입은 상황이다.
배용준과 비는 평가액이 10분의 1수준으로 깎이는 아픔을 겪고 있다. 이밖에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회장, 김종학프로덕션의 김종학 대표 등도 손실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엽과 강호동은 워크원더스의 유상증자 실권주를 각 130만6122주, 34만136주씩 갖고 있어 얼굴에 주름이 깊어지게 됐다.
한류 스타들 가운데는 환율 때문에 웃고 울기도 했다. 최근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00엔당 1400원대를 기록하는 등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1000원대의 원/엔 환율보다는 상당히 높이 치솟은 상태다.
그러다 보니 일본에서 공연이나 팬미팅을 실시한 연예인들 가운데는 계약 조건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엔화로 출연료를 계약했을 경우 가만히 앉아서 30% 가까운 돈을 더 벌었다. 반대로 원화로 계약했을 경우 땅을 치고 후회를 해야 했다.
실제로 일본에서 국내 가수의 공연을 진행한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경우 운 좋게 엔화로 계약을 해 환율 폭등의 수혜를 톡톡히 봤다. 이밖에 일본에서 인기가 있는 한류 스타들의 경우 국내에서 일본 팬을 상대로 팬미팅을 개최한다든지 일본에서 공연을 여는 등 활발히 움직이며 원/엔 환율 상승의 기회를 적절히 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