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08①> 정치권 강타 숨은 뒷이야기 대공개

속으론 요란해도 겉은 조용하게


다사다난했던 2008년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정치권은 연말 연례행사였던 ‘극한 대치’ 상황을 또 다시 재현 중이다. 한편에서는 2008년을 되돌아보면서 숨은 뒷이야기를 꺼내는 이들도 있다. 일각에선 “당을 위해 자신이 통과시킨 법안을 뒤집는 의원이 있다”, “H의원은 언론을 이용하려다 언론인 사이에서 신임을 잃어버렸다”는 등의 말들이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특히 계파를 넘나들며 주류로 활동하려는 의원들도 많다. 비주류보다는 주류에서 활동해야 향후 정치 행보에 득이 될 수 있다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서라는 게 일각의 중론이다. 하지만 이는 곧 정치 생명에만 눈이 멀어 뚜렷한 주관 없이 휩쓸려 다닌다는 얘기와도 일맥상통한다. 올 한 해 정치권의 숨은 뒷얘기를 조명해봤다.


정치권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경제 위기론 등으로 정치인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샅바싸움’에만 관심이 많은 듯하다. 국민들의 염원에 부응하지 못한 채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치인들에 대한 뒷담화가 화제다. 의원들이나 보좌관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이명박 대통령을 시작으로 모든 정치인들이 한 번씩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정치권이 혼란스러운 만큼 정치인들의 잘못된 행동을 꼬집으며 비판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나아가 사석에서 정치인들에 대한 ‘괴담’이나 ‘사생활’ 등을 술안주로 삼기도 한다.

MB 뒷담화 가장 많이 거론?
여야 인사, 사석선 정보교환

정치권 한 관계자는 “사석에서 여야 보좌관들이 만나면 허심탄회하게 얘기한다. 이때만큼은 여야 구분이 없다. 서로간의 정보를 교류하기도 하고, 각종 현안에 대해 서슴없이 토론을 한다”며 “의원들끼리 서로 대화를 하면서 다른 의원에 대한 뒷얘기도 간혹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여야 보좌관들은 친분이 두텁다. 학교 선후배 관계도 많을 정도다. 이 때문에 서로 간의 정보 교류를 비롯해 의원들의 사생활에 대한 얘기가 농담조로 오가기도 한다. 의원들 역시 야당 의원은 여당 의원, 여당 의원은 야당 의원을 주타깃으로 뒷담화를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들의 뒷담화에 오르내리는 인사는 과연 누가 있을까. ‘권력의 1인자’로 불리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괴담은 마친 진짜 있었던 일처럼 들릴 정도다. 4대강 정비 사업을 둘러싼 괴담이 대표적이다.

야당에선 “대운하를 위한 전초전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여당에서는 “대운하 사업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당 일부에서는 대운하 사업을 위한 구상은 이미 끝났고 시기 조율만 남았다는 등 갖가지 괴담이 하루가 멀다시피 회자되고 있다.


실제 대선 캠프 당시 36개 건설사 사장 등이 모여 2주마다 대운하 추진을 위한 모임을 가지기도 했을 뿐 아니라 업체 간의 사업자 선정도 이미 완료됐다는 후문이다. 특히 대권 과정에서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기업들에게 ‘받은 만큼 되돌려 준다’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별명은 불도저다.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대운하는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며 “언젠간 추진하지 않겠느냐”고 관측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과 건설사 간에 뒷거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뿐만 아니다. 이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인연을 놓고 말들이 많다. 경제 위기론이 대두됨에 따라 여권과 야권에서는 강만수 사퇴론이 제기됐다. 그렇지만 이 대통령은 강 장관을 해임하지 않고 현재까지 한 배를 타고 있는 상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1980년도에 소망교회에서 처음 만났고, 이 대통령의 장로가 강 장관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 때문에 강 장관을 해임하지 못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대통령의 주변인물에 대한 뒷얘기도 정치권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다. L씨가 대표적이다.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L씨는 음주문화에만 흠뻑 젖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무난히 A기업에 입사했는데 이 대통령이 가장 안심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곳이 A기업이었기 때문이라는 말이 회자된다. L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L씨가 유흥업소 등을 다니지 못하게 하는 등 금족령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대통령 선거 당시 이 대통령를 적극 도왔던 Y인사도 거론된다. 보이지 않는 실세로서 이 대통령에 각종 조언을 해주기도 했지만 이들 간의 불화가 시작되면서 이 대통령은 Y인사가 기획한 모든 것들을 ‘누락’시키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왕따’였다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다.

이 대통령의 측근인 P씨는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이다. 이 때문에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도 했다. 이로 인해 지역주민들에게 평이 좋지 않았고 이 대통령 역시 “제발 고개 좀 숙여라”고 말했을 정도로 거만했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뒷얘기도 많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내에 야당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4대강 정비 사업에 대해 “정부의 말을 믿어야 된다”고 말해 과거와는 유화적인 표현을 썼다. 그 이면에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박근혜 아킬레스건 ‘가족’
“K의원과 오찬 두렵다”

실제 박연차 리스트가 나돌면서 정치권은 초긴장 상태였다. 당시 민주당 A최고위원, S·L의원을 잡으려다가 박 전 대표를 잡겠다는 말이 나돌았다. 박 전 대표 핵심 3인방으로 불리는 K·Y·K씨가 모두 연루되면서 정치권의 수사가 종결됐다는 것.

친박계 관계자는 “박 전 대표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모습과 다를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박 전 대표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가족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잖다. 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차녀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지난 10월1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웨딩홀에서 신동욱 백석문화대 교수(40)와 결혼식을 올렸다.

이날 식장에는 1천여 명의 하객이 몰려 성황을 이뤘지만, 박 전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신 교수가 정치적인 의도를 품고 박 전 이사장과 결혼하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친박계에서는 더 나아가 “그동안 박 전 대표와 가족 간의 사이가 좋지 않다고 소문이 난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가족들과 일정부분 선을 긋겠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갖가지 뒷얘기도 심상치 않게 전해지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내부에서 월박, 복박이 거론되면서 의원들의 계파별 성향도 나돌고 있다. 문제는 계파 성향표가 나도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

한나라당 L의원은 계파 성향표를 만들어 최신형으로 업데이트를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의원 계파성향을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상과 일맥상통하는 의원들과 친분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든다는 것이다. 다분히 정치적 발을 넓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 J·K의원은 비주류 계파보다는 주류계파에 줄서기를 좋아한다는 말도 있다. 향후 정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자신의 뚜렷한 주관 없이 권력을 따라다닌다는 얘기다.


사실 J의원은 손학규계, K의원은 정동영계로 분류되어 있다. 그러나 일부 정치권 관계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J·K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정동영 전 장관의 측근이라고 말했다. 또 손학규 전 대표가 민주당 당대표로 등극할 당시에는 손학규계로 분류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세균계 인사로 분류되면서, 계파를 넘나들며 이른바 ‘박쥐정치’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비난의 봇물이 줄을 잇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회의원의 성품을 비롯해 사생활 등 갖가지 뒷얘기들이 여의도 정가를 뒤덮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 K의원은 정치권 내에서 평판이 안 좋다는 후문이다.

전직 K의원과 함께 일했던 관계자는 사석에서 “K의원은 임기응변이 제로에 가깝다. 모든 법안 등에 대해 자신이 읽고 이해할 수 있게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K의원은 말문이 막힌다”며 “또한 절대 자기 돈을 쓰지 않는 자린고비다”라고 회상했다.

실제 K의원은 뒤에서 경적을 울려도 차안에서 전화통화를 다 끝낸 다음에야 내린다고 한다. 또한 입는 양복도 300만원에 달한다. 그런데 비싼 양복 구입은 가까운 지인을 통해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인 100여만원에 구입한다는 게 K의원의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특권의식에 젖은 정치인
“내년엔 초심 잃지 말라”


뿐만 아니라 국회부의장 선거 당시에 자신과 같은 계파였던 인사가 직접 방문해 지지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지만 그 의원에게 “다른 분을 찍겠다”고 말해 변덕스러운 정치성향을 고스란히 보여주기도 했다.

한나라당 K의원을 둘러싼 재미난 얘기도 있다. K의원실 보좌관, 비서관들은 K의원과 오찬을 먹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게 정치권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점심식사가 꾸중식사라는 이유에서다. K의원은 각종 행사를 직접 챙길 뿐 아니라 미흡한 점이 있다면 곧바로 보좌관, 비서관들을 질책한다고 한다. 성격이 매우 꼼꼼할 뿐 아니라 완벽주의자에 가깝다.

이런 까닭에 K의원 측 관계자는 “도대체 무슨 힘이 남아서 그러는 지 모르겠다. 오찬회동마다 매일 깨지니 밥 먹다가 체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S의원은 신기(神氣)가 있다’는 등의 각종 뒷얘기도 나돌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2008년 한 해를 보내는 동안 정치권에서는 수많은 뒷얘기가 난무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활동을 위해 좋지 않은 소문에 휘말리더라도 특권의식에 젖어 이를 시정하거나 변화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치인들이 국민을 대변하는 만큼 신중하고 겸손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개인적인 영리 추구가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활동을 하길 바란다는 것을 반증한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정치인들이 정치인의 본분에 맞게 행동하길 바랄 뿐 아니라 다가오는 2009년에는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