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회자되는‘연예인 매춘사’

섹스스캔들 소문 ‘꼬리는 없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과거 유명 연예인 매춘 사건에 연루됐던 사실이 뒤늦게 거론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1990년 2월, 각 일간지에는 유명 연예인들이 재벌들과 어울려 호텔을 전전하며 필로폰을 투약하다 적발된 ‘재벌-연예인 환각 매춘’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당시 서울지검 특수2부가 영화배우 J씨와 미스코리아 C씨, 영동백화점 대표 K씨, 화가 M씨, 이들을 소개한 ‘마담뚜’ L씨 등 9명을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같은 혐의로 수배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검찰조사 결과 박 회장은 고가 옷가게를 운영하며 연예인들과 기업인 매춘을 주선한 ‘마담뚜’ L씨의 소개로 연예인들을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박 회장이 하룻밤 향략의 파트너를 해 준 대가로 연예인들에게 건넨 돈은 500~1000만원이나 됐다.

‘연예인 성상납리스트’ 인터넷서 일파만파 확산
꼬리 무는 ‘성상납설’ 연예계 이미지 먹칠 ‘쉬쉬’
구체적 증거 없어 사실 확인 어려워 의혹만 난무
연예계 일부 단면만으로 전체 ‘터부시’ 경계 촉구

박연차 회장의 과거 유명 연예인 매춘 사건 보도가 나가자 ‘연예인 매춘사’가 다시 한 번 회자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연예인 성상납리스트’란 괴문서 구하기에 혈안이다.
‘연예인 매춘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야기로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도 분명히 있으며 미래에도 사라지지 않을 것임’이라고 시작하는 이 자료에는 ‘안기부 내사자료’란 이름이 붙어 있다.

‘연예인 매춘사’라고 이름 붙여진 이 자료는 해방직후부터 지금까지 연예인 매매춘 전모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기록들이 실명으로 거론돼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리스트에는 전직 대통령·재벌회장·정치인·언론인은 물론, 현재 활동 중인 여성 연예인 상당수도 망라돼 있으며 일부 방송사도 정치권 로비를 위해 여성 연예인들을 이용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리스트에 나타난 어법과 시점을 등을 볼 때 실제 안기부에서 제작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연예인 성상납과 관련, ‘누구누구는 누구누구랑~했다더라’식의 루머들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어 내용의 진위 여부를 떠나 “연예계에서 성공하려면 실력 이외에 다른 요소가 필요하다”고 보는 냉소적인 시선을 그대로 느끼게 해 준다.   

50년대 상납매춘 유행
60년대 정계서 재계로

리스트는 지난 1950대부터 시작한다. 리스트에 따르면 1950년대에는 정계 관계자들과 연예인 사이에서 ‘매춘’이라기보다는 ‘상납’ 차원에서 이뤄졌다. 일례로 영화배우 A씨는 6.25 당시 북한군에게 끌려가 신의주 부근에서 집단윤간을 당하고 이후 삶의 질곡이 평탄치 않은 등 개인적으론 참 불운한 인물로 적고 있다.
1960년대는 정계 관계자에게 재계 관계자들이 발을 걸치기 시작했다고 기술돼 있다. 일례로 영화배우 B씨는 마치 당나라의 양귀비처럼 모 신문사 C회장 부자와 관계를 맺었다는 것이다.
당시 C회장 아들이 며느리감이라고 데려온 여자가 B라는 걸 알고 기절초풍했는데 자신이 이미 여러 차례 관계를 맺은 여자였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그 이유를 적고 있다. 하지만 아들이 ‘사랑한다’며 버텨 결국 결혼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리스트에는 또 1970년대를 1950~60년대의 최고급 연예인 매춘이 중간급으로까지 확대되는 시기이자 정·재계 관계자가 아니더라도 돈만 있으면 가능한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규정하고 있다. 
리스트에 따르면 탤런트 D씨는 1972년께 아주 헐값에 ‘매춘’을 한 것이 알려지는 바람에 당시 서울에선 강아지 이름을 ‘D’라고 짓는 게 유행하기도 했다. 또 탤런트 E는 1979년 당시 양말공장 사장과 ‘장기간 매춘’관계였는데 사장 마누라가 간통죄로 고소하는 바람에 쇠고랑까지 찼다.
탤런트 F씨도 처녀시절인 1975년 중소기업 사장과 관계를 맺다 간통죄로 고소당해 철창 신세를 진 뒤 나중에 그 사람과 결혼했고 중견탤런트 G씨는 1979년 간통죄로 고소당한 바 있다.

가수 H씨는 원래 ‘매춘 연예인’으로 유명했다. 1975년 방한한 모 대통령과 하룻밤을 보냈던 게 잘못돼 제주에서 흑인을 낳아 결국 이혼했는데 당시 병원의 간호사를 통해 이 소문이 유포됐다. 탤런트 I씨는 이 분야에서 워낙 유명해 아무나 돈만 주면 응했다. 그는 관계를 맺은 뒤 상대방에게 “별거 없죠”라는 멘트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70년대 돈만 있으면 가능
80년대 연예인 매춘 보편화

1980년대는 연예인 매춘이 보편화되던 시절로 리스트는 적고 있다. 연예인들의 홍보비용이 증대하면서 과거 강요나 억압에 의한 측면이 사라지고 자발적 매춘이 만연하기 시작했다는 것. 그 이유로 연예인 매춘의 대중화 모색 시기로 추정된다고 밝힌다.
리스트에 따르면 탤런트 J씨는 지난 1983년 데뷔 당시, 얼굴은 예뻤으나 대사를 책 읽듯이 하는 수준이었는데 선배 탤런트 K씨가 강력 천거해 기용됐다.
K씨는 당시 옛날 연예인 가운데서는 매우 드문 대학출신으로 PD들과 선후배 관계로 얽혀 당시 드라마 캐스팅 권한을 일부 갖고 있었다. 따라서 당시 초짜 연예인들이 K씨와 선을 대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K씨는 J씨를 데뷔시킨 뒤 6년간 J씨와 반동거 상태로 지냈다.

탤런트 M씨은 ‘누구나 부르면 간다’는 주의로 시도 때도 없이 다녔다. PD들 사이에 M씨를 두고 서로 싸움을 벌이는 등 난리도 아니었다. 탤런트 N씨는 1986년 데뷔 3달 만에 갑자기 외제차(벤츠)를 타고 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비난을 받았다.
리스트는 1990년대를 연예인 매춘이 은밀화되면서 매춘뿐 아니라 연예인끼리의 스캔들이 일반화되는 시기로 규정하고 있다. 연예인들은 ‘일부 연예인’에게 책임을 돌리면서도 상당수 연예인들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설명이다. 
리스트에 따르면 영화배우 O씨는 무명시절이 꽤나 길었던 인물로 ‘스타’가 돼야겠다는 조급증으로 온몸을 불살랐다. O씨는 익히 알려진 대로 별명이 ‘나르는 침대’였는데 술자리에 끝까지 남으면 무조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소문도 있다.

탤런트 P씨는 노년층을 주로 상대하는 편이라 어쩌다 40대 초반 이하의 젊은 층이 걸리면 대상자는 초죽음이 됐다. 탤런트 Q씨는 모 방송국 R국장과 동거했던 사이다. R국장은 당시 경찰청의 수사대상에 올라 조사를 받았던 인물이다.
탤런트 S씨도 R국장과 분장실에서 뒤로 관계를 맺으려다 다른 출연자에게 들켜 망신을 당한 바 있다. 모델출신 T씨는 사진작가를 시작으로 여러 명과 동거를 해왔던 자유분방하고 화끈한 인물이다.
톱스타 U씨는 지금까지 여우처럼 꼬리를 단 한 번도 잡히지 않고 있는데 지난 1995년 PD수뢰사건 당시 조사대상자가 U씨의 행적에 대해 불었는데 결국 나중에 사실 확인이 되지 않았다. 당시 연기자들 반응이 “드디어 잡혔구나”라며 U씨에 대해선 오히려 잘됐다는 분위기였다.

미스코리아들도 상당수 이 매춘파문에 휘말려 있다. 미스코리아 입상은 못 하고 출전 정도의 미스코리아 출신은 낮은 가격에 매춘을 하고 있다.
일례로 미스코리아 V씨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로 인해 상류층과의 매춘에 적극적이었다. V씨는 모 은행 오너 조카와 결혼했는데 나중에 이 남자가 V씨에 대해 알고 결국 파혼을 했다. 평범한 사람이 연예인과 결혼한 뒤 나중에 별 이유 없이 이혼할 때는 대부분 남편들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게 리스트의 지적사항이다.
 아나운서들은 연예인들과 별도로 ‘매춘’이라기보다는 그들 사회 내에서 관계가 이뤄지기도 했다. W아나운서는 신입 아나운서들을 한 번씩 건드리는(?) 걸로 유명하다.

연예계 성상납 문제는 가십거리?
여자 연예인들에 루머와 비아냥

연예계 매춘 고리는 고참 연예인들 외에 매니저들이 직접 주선하는 경우와 꼭 ‘매춘’이 아닌 상납 차원의 거래도 많았다. 이처럼 연예인들의 성상납에 대한 소문은 끊이지 않고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게 리스트의 결론이다. 
사실 스타가 된다는 것은 가능성이 1%도 안 되는 도박과도 같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연예인들은 기획사의 부당한 요구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연예계에 데뷔하기 위해선 전적으로 기획사에 의존해야 하는 연예인 지망생들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기획사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이 정도는 해야 한다’라는 요구 하에 성상납을 강요당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현재 활동중인 연예인들도 마찬가지다. 결국 연예인이 되었다 하더라도 좋은 배역을 따내야하고, 안좋은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선 무엇인가 힘이 필요하게 된다.
때문에 몇몇 기획사들은 스폰서를 확보하고 소속 연예인과 사업체의 안위를 책임져줄 인사들에게 소속 연예인의 성상납을 강요하는 것이다. 좋은 배역을 따내기 위해서 PD나 영화감독 등에게 성상납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PD 지망생 중 남성들의 경우 PD가 되고 싶은 이유가 “여자 연예인과 한 번 관계를 맺기 위해서”란 소리까지 나도는 실정이다. 일각에선 광고 계약을 매개로 한 성상납도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그렇다면 성상납을 왜 뿌리 뽑지 못하는 것일까. 문제는 연예계 전반에 만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성상납이 실제 수사에서는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PR비 등 금품 관련 부분은 계좌 추적 등 확인 경로가 다양하지만 성상납의 경우 구체적인 증거가 남지 않아 사실 확인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성상납 사건은 관련 인사들의 이니셜들만이 난무할 뿐, 실제적인 수사진행 과정이나 소송, 처벌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반면 성상납을 강요당한 여성들은 사건이 알려짐에 따라 또 다시 눈요기감이 되고, 여자 연예인들 전반에 대해 온갖 루머와 비아냥이 쏟아진다.
한국사회의 추악한 단면인 성상납 문제는 연예인에 대한 성상납 요구를 당연한 일인 양 간주하거나, 이를 선정적이고 단편적으로 바라보는 언론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해결이 요원하다는 게 연예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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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