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일부의원을 중심으로 연초 거사설이 나돌고 있다. 민주당이 또 한 번 격동의 시기를 맞을 공산이 크다. 민주당 한 의원은 “내년 초 당이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A급 태풍이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지도부 총사퇴론. 이미 민주당 일부에서는 ‘정세균 퇴진론’이 꿈틀거리고 있다. 개혁 성향 의원과 민주연대 등은 ‘지도부 총사퇴론’까지 갈 태세다. 연초 거사설을 추적했다.
한나라당의 새해 예산안 처리강행으로 민주당이 흔들리고 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당에 희망이 없다”며 연초 거사설을 예고하기도 한다. 개혁성향 의원과 원외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민주연대 등에서 흘러나온 것.
민주당 한 의원은 “당 지도부를 이대로 이끌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원혜영 원내대표를 추슬러 당을 살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내년 초를 기점으로 정세균 퇴진론이 불거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민주당은 정체성 논란 등으로 정 대표에 대한 불만이 꾸준히 표출됐다. 최근에는 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안 처리를 강행함으로써 거대 여당에 끌려 다니면서 정세균 퇴진론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모든 것은 당 전술·전략 부재론이 대두되면서부터다. 때문에 민주당 의원들은 4월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장담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 개혁진영에서 ‘지도부 총사퇴론’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최근 민주연대 등 외곽조직의 움직임도 관심의 대상이다. 개혁진영과 민주연대 등에서 ‘지도부 총사퇴론’을 들고 나올 경우 사실상 정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는 설자리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리더십’에서부터 ‘자질론’에 이르기까지 도처에 비보만 전해지고 있어, 이들의 거취가 불투명할 정도다.
지도부 신뢰 바닥
그러나 개혁진영 등에서 ‘지도부 총사퇴론’을 들고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렇지만 어수선한 당 분위기를 보아 내년 1월을 기점으로 대안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대반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게 민주당 한 의원의 귀띔이다.
그렇다면 민주당 의원이 말하는 대반란은 과연 무엇일까. 그동안 말로만 나돌았던 ‘지도부 총사퇴론’을 요구하고 조기 전당대회를 치를 수도 있다는 게 주된 골자다.
물론 당 지도부는 전열을 재정비한 채 국회 의사일정에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새해 예산안 처리를 일방적으로 강행한 한나라당의 사과 및 이한구 예결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
그러나 문제는 정작 다른 곳에 있다. 민주당이 ‘MB 법안’을 비롯해 어떠한 결과물도 얻어내지 못할 때에는 ‘지도부 책임론’이 또 다시 거론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지도부 책임론’을 비교해 볼 때 이것은 분명 A급 태풍이다. “민주당이 변해야 산다”고 말하는 개혁진영 인사들을 비롯해 민주연대 등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다.
실제 지난 16일 당내 야당을 자처한 민주연대는 이종걸, 최규성 대표와 우원식 대변인은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를 만나 임시국회 내 두 세력의 연대를 제안하기도 했다.
또 같은 날 민주당 개혁성향의 비주류 인사들은 ‘국민과 함께하는 국회의원 10인 모임(이하 국민모임)’을 발족했다. 장세환 의원이 주도한 국민모임에는 최문선·이종걸·강창일·문학진·주승용·김재균·김희철·안규백·이춘석 의원 등이 포함됐다.
국민모임은 “야당성의 회복과 당 쇄신을 유보한다면 민주당의 미래는 없다”며 “당의 환골탈태와 전면적인 쇄신만이 민주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해, 민주연대와 더불어 당내 야당을 자처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 피바람 예고
이 때문에 민주연대와 국민모임은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론을 강화할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협력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민주연대-국민모임이 ‘전략적 연대’를 할 수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지도부 총사퇴론을 통해 전당대회를 개최하려는 게 민주연대의 노림수”라고 귀띔했다.
국민모임에 합류한 한 의원은 “민주연대는 원외인사들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원내인사들과 현안에 따라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며 “내년 초를 기점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속 시원하게 해주는 정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이는 이들이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연일 표출하다 연초를 기점으로 ‘거사’를 치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 당 지도부가 MB법안 등에 대한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않을 때 당내 야당을 자처한 비주류 인사들로부터 ‘정세균 퇴진론’ 등이 불거져 코너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자칫 ‘지도부 총사퇴론’을 통해 조기 전당대회 개최설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당내 야당을 자처하는 이들은 민주당 재건을 목표로 ‘연초 거사’를 준비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들이 연대를 통해 지도부 총사퇴론에 이어 조기전당대회 개최가 현실화된다면 당내 엄청난 피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탈당설’ 등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조심스런 관측이다. 이 때문에 내년 초는 민주당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지도부 총사퇴론이 기승을 부리느냐, 아니면 현 체제를 유지하느냐의 중대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