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민주당은 전략·전술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제 1야당의 위상을 잃어버렸다.” 오랫동안 전주에서 지역 활동을 하다 국회에 들어온 장세환 의원은 민주당의 문제점을 거침없이 지적했다. 또 사랑받는,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는 게 장 의원의 말. 이 때문에 2008년 한 해 의정활동을 정리하며, 다시 한 번 첫 마음을 강조했다. ‘사랑 받는 정치인’을 꿈꾸는 장 의원을 만나 각종 현안 등을 들어봤다.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정치부 차장·지방지 편집국장을 지낸 장세환 의원이 정치에 입문한 계기는 남다르다. 취재기자 신분으로 정치권을 바라봤을 때 많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었던 것. “왜 저렇게밖에 하지 못하는 걸까”라는 한숨을 내쉬기도 했을 정도다. 이를 발판삼아 비판만이 최선이 아니라는 판단 하에 정치권을 한번 바꿔보겠다는 다짐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 놓게 됐다.
장 의원은 “정치는 취재기자 시절 느끼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렵게 구성되어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분명한 진리는 취재기자 신분이건 취재대상의 국회의원이건 국민을 위해 노력하는 신분이라는 것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정치를 해 나가야 한다는 것은 동일하다”며 “신뢰의 정치를 만들어 나가도록 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장 의원과의 일문일답.
-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놓고 말들이 많은데.
▲ SOC 사업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형님 예산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편중되어 있다. 서민·중산층 사회적 약자가 소외되고 부자를 위한 발상이다. 또 4대강 정비 사업 등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이 때문에 ‘또 언제 어디서’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할지 모른다는 이유에서 긴장할 수밖에 없다.
- 문화체육관광방통위원으로 활동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 신문법·방송법 등 대기업의 방송사 소유를 가능하도록 했다. 가진 자들끼리의 특권 의식이 팽배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실S를 장악하는 과정에서 ‘혹시’했는데 너무 쉽게 장악했다. 또 YTN 노조에서 저항을 하고 있지만, 벌써 ‘돌발영상’ 등이 없어졌다. 게다가 MBC는 재벌들이 2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것만 봐도 언론을 장악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다음도 장악됐다는 느낌이 든다.
-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높은데.
▲ 불신의 원동력은 국민과 함께 하는 정치를 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정책, 즉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1%의 국민이 나머지 99%의 살릴 수 있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다.
- 민주당이 대안정당으로 거듭나지 못하고 있다.
▲ 정세균 대표의 리더십·정체성·개혁성 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당 전략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정세균 퇴진론’을 비롯해 ‘원혜영 자질론’ 등이 거론되고 있을 정도다. 당직자들도 문제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만큼 대안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술·전략을 써야 되지만 그렇지 못하다.
-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강기갑 대표가 과감한 행동을 보였다. 그를 지켜보는 입장은.
▲ 가슴이 아팠다. 그만큼 민주노동당은 설 자리를 찾아가는 반면, 민주당은 그렇지 못하다. 또 강 대표의 행동을 봤을 때 숫자 얘기는 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참여정부와 민주당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데.
이명박 정부는 편가르기식 정치를 하고 있다. 이는 국민들을 설득시키기에는 부족하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잘못이 있다. 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편가르기식 정치를 했다. 이른바 ‘증오정치’를 한 셈이다. 비록 참여정부가 잘한 점도 있기는 하지만, 전 정권에 대한 반성과 참외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뼈를 깎는 자성의 목소리를 통해 쇄신을 해야 된다고 본다.
- 민주당에 인물 부재론이 심각한 상태다.
▲ 외부 수혈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권 인사들은 훈련을 받은 인물로서 ‘정치다운 정치’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인물은 전술·전략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인물을 키우는 게 가장 큰 과제다.
- 재보궐 선거가 다가오면서 거물급 인사들의 복귀론이 솔솔 나오고 있는데.
▲ 정동영 전 장관과 손학규 전 대표가 복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실패한 것에 대한 참회와 대국민 사과 없이는 복귀해서는 안 된다. 당에서 요구할 경우 ‘바람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당이 처한 환경을 봤을 때 그런 요구는 하지 않을 것 같다. 거물급 복귀설에 대해 군불때기만 하고 있을 뿐 흘러간 물을 되돌릴 수는 없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연합론’ 등을 강조하고 있는데.
▲ 전직 대통령 생각을 당 지도부는 왜 생각을 못하는지 모르겠다. 문제는 전직 대통령이 현실 정치에 대해 말하지 말아야 하고, 국민들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전직 대통령을 따라 간다면 잘못됐다.
- ‘국민과 함께 하는 10인 모임’이 발족됐다.
▲ 당 전략이 부족한데도 거기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인사들이 없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결정된 모임이다. 앞으로 소금 역할을 통해 당에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다.
장세환 의원 프로필
▲1996 한겨례신문 정치부 차장
▲1998~1999 전라일보 편집국장
▲2000~2001 전북 정무부지사
▲2008 18대 민주당 국회의원
“사랑받고 희망주는 정치하겠다”
초선 의원들은 국회에 진출한 이후 나름대로 자신들이 꿈꿔 온 정치를 펼치기 위해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한다.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막상 의정활동 현장을 뛰어보면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장세환 의원 역시 “국민과 함께 숨쉬고 사랑받는 정치,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아직까지 그런 정치를 못 했다”고 아쉬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남은 의정활동 기간 동안 초심의 자세로 돌아가겠다고 말한다. 장 의원은 “국민들이 원하는 사랑 받는 정치인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야당의 고질적인 병폐 등을 고쳐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