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性(성)을 주제로 한 영화 <죽어도 좋아>가 개봉됐던 지난 2002년, 관객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많은 이들이 노인은 성에 무관심하고 성관계가 가능하지 않다는 통념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 편견은 6년이 지난 지금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많은 노인들이 성행위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이 실상이다. 그러나 배우자가 떠났거나 자식들의 시선 등이 두려워 그 방안을 찾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이 때문에 노인관련 성범죄도 늘어나는 형국이다. 점차 노령화되는 우리사회의 구조는 성범죄 노인을 양산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여인과의 동침 위해 쪽방으로 윤락촌으로 ‘기웃기웃’
“이 나이에 무슨 껍질이야” 콘돔 거부 성병 옮기기도
노인 인구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26년경이 되면 전체 인구의 20%가 노년층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이 시작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과 함께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것이 노인들의 범죄. 그중에서도 노인들의 충족되지 못한 성욕으로 인해 생기는 범죄가 주목받고 있다. 노인들은 성행위에 대한 욕구가 없을 거란 편견에 사로잡혀 그들의 성에 무관심했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빨간 불빛 찾아 삼만리
경찰청 조사결과 60세 이상 노인이 성폭행 가해자인 경우는 1996년 100건에서 2006년 423건으로 늘어 10년 사이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에는 노인의 성욕구로 인한 범죄가 끝내 살인으로 번진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른바 ‘노인과 바다’ 스릴러 판이라 불렸던 이 사건이 벌어진 곳은 전남 보성에 있는 한적한 어촌마을. 보성 앞바다에서 고기를 잡으며 생계를 유지하던 71세의 오모씨가 주인공이다.
당시 오씨는 10대 남녀를 자신의 배에 태우고 가다 여성에게 성욕을 느끼자 남성을 바다에 빠뜨려 숨지게 한 뒤 여성을 상대로 성추행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여성은 완강히 저항했고 결국 오씨의 손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오씨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똑같은 방법으로 여성 두 명을 무참히 바다에 빠뜨려 살해한 것.
당시 이 사건을 접한 뭇사람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젊은 남자도 아니고 노인이 성욕이 일어나 사람을 해친 것은 우리 사회의 통념상 벌어지기 힘든 일인 탓이다.
그러나 노인들에게도 분명 성욕은 존재한다. 그리고 노인들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방안을 강구한다. 적지 않은 노인들이 돈을 들여서라도 여성과의 잠자리를 하기도 한다. 서울 종묘공원 등지에서 5000원을 주고 박카스아줌마와 성관계를 맺는 것은 전통이 되어 버린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난 1970년대부터 노인들이 밀집한 서울의 공원에 출몰해 박카스 한 병을 들고 노인들을 유혹해 돈을 받고 성관계를 맺는 박카스 아줌마. 이들은 그 후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수법으로 노인들을 꾀어 돈벌이를 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여성과 관계를 맺은 상당수 노인들이 매독 등 성병에 걸린다는 사실이다. 이는 지난해 전국의 노인을 대상으로 성병 검사를 진행한 결과로도 나타났다. 성병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이들의 상당수가 종묘공원 검사장에서 나온 것으로 조사된 것.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구세군 및 일선 보건소와 함께 종묘공원(294명), 광주 광주공원(78명), 대구 두류공원(10명)에서 희망자 382명을 대상으로 무료 에이즈·매독 검사를 실시한 결과, 21명(5.5%)이 매독 양성반응을 보였고 그중 17명은 종묘공원에서 검사를 받은 사람들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종묘공원에서 활동하는 성매매여성들은 집창촌, 안마소 등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정기적으로 받는 성병검사를 받지 않기 때문에 성병에 걸렸을 확률이 매우 높아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이 나이에 무슨 껍질이냐”며 콘돔사용조차 하지 않아 병을 만들기도 한다. 게다가 주로 성매매가 이뤄지는 쪽방은 목욕시설조차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위생상의 문제도 도사리고 있다.
이처럼 적지 않은 노인들은 ‘죽어도 좋아’란 각오로 돈을 주면서까지 여성과 성관계를 맺으려 하고 있다. 일부 노인들은 집창촌에 가 윤락여성과 성관계를 가지기도 한다.
서울 용산 등에 위치한 집창촌에 가면 여성과 성관계를 맺기 위해 홍등가를 기웃거리는 노인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조차 노인들은 윤락녀들에게 환대를 받지는 못하지만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마지막 방편으로 빨간 불빛을 찾아 나서고 있다.
사회적 통념과는 달리 과학적으로 노인들도 젊은이들과 같은 성적행위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이 같은 노인들의 성범죄와 성매매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한내분비학회지의 논문 ‘노인의 성기능’에 따르면 60대의 95%, 70대의 70%가 성적 활동을 유지하고 있다. 또 한 의료기관에서 노인 성병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80%가 성욕구를 느끼고 한 달에 한 번 이상 성관계를 가진다는 이들이 81%에 달했다.
신체의 욕구 “어떻게 말려”
그럼에도 배우자가 일찍 세상을 떠나서, 또는 자식보기 부끄러워 피치 못해 성적 활동을 멈춘 노인들이 많은 것. 따라서 성욕을 분출하기 위해 음지로 파고드는 노인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회가 고령화추세에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심각한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상황이 여기까지 미치자 최근 시민단체 등에서 노인들에게 성과 관련한 강의를 하거나 솔직하게 서로의 성생활을 말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콘돔을 나눠주는 행사를 하는 등 노인들의 성을 존중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외로움에 지쳐, 신체의 욕구를 거스르지 못해 성병에 감염될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낯선 여인과의 동침을 위해 쪽방으로, 윤락촌으로 들어가는 노인들.
이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색안경을 벗고 ‘노인들의 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그네들의 성문화를 인정해주는 사회전반의 인식전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