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구원투수 유장희 신임 동반성장위원장

  • 정혜경 jhk@ilyosisa.co.kr
  • 등록 2012.04.30 11: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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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기업적 성향…누구 편에 설까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동반성장위원회의 새 수장이 됐다. 지난 3월말 돌연 사퇴한 정운찬 전 위원장을 대신해서다. 유 위원장의 내정을 두고 중소기업계에선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경제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로서 정 전 위원장의 공백을 대체할 적임자라는 견해도 있지만, 그동안 친기업적 성향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 정책 추진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유 위원장은 과연 그간 부진하던 대기업-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이뤄낼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2기 동반성장위원회의 수장 자리에 내정됐다. 지식경제부와 동반성장위원회는 정운찬 전 위원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동반성장위원장에 유 교수를 임명했다고 지난달 24일 밝혔다. 유 위원장은 4월30일 제15차 동반위 본회의를 통해 공식업무를 수행한다.

“양극화 심한 상황
무거운 책임 느껴”

유 위원장은 취임일성으로 “사회적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동반성장 문화가 착근해 경제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유 위원장은 미국 UCLA 대학원 경제학 석사, 미국 Texas A&M 대학원 경제학 박사학사를 거쳐 한미경제학회(KAEA) 회장,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한국경제학회 회장, 이화여대 대외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MB 대선 캠프에 몸담은 바 있는 유 위원장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활동을 하며 현 정부의 경제자문역을 맡기도 했다. 현재는 이 대통령의 기부 재산으로 장학사업을 벌이는 청계재단 이사와 언어통역봉사단체인 BBB코리아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재계와는 포스코 이사회 의장과 2009~2010년 중소기업중앙회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정 전 위원장이 동반위를 정착시키고 사회 공론화를 위해 대기업과 대립각을 세우길 마다하지 않았다면 2기 위원장은 대·중소기업 간 화합을 통한 동반성장 문화를 정착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유 위원장은 이해당사자 간 원만한 합의를 중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유 위원장은 “우리나라가 모범적인 경제강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동반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동의할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각계각층 지혜를 모으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MB 캠프 출신에 청계재단 이사 ‘뒷말’ 무성
대·중소 간 화합을 통한 동반성장 문화 정착

유 위원장의 내정을 소식이 전해지자 중소기업계에선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정 전 위원장의 공백을 대체할 적임자라는 견해도 있지만, 무게감이 적고 그동안 친기업적 성향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 정책 추진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먼저 유 위원장을 새로운 동반성장위원회 수장으로 추대하는데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경제단체들은 약속한 듯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전국경제인연합은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으로 유장희 교수가 선임된 데 대해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신임 위원장이 대·중소기업간 상생과 건설적인 동반성장 문화 확산에 기여해 줄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경련은 “유 신임위원장은 학계, 연구기관, 대·중소기업, 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경륜을 바탕으로 대·중소기업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동반위의 수장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경련은 또 “대-중소기업간 상생과 건설적인 동반성장 문화 확산에 기여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합리적인 공생발전 방향을 제시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논평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유장희 교수가 동반성장위원장으로 선임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상의는 “전문적인 식견과 경륜, 균형 감각을 두루 갖춰 동반성장위원회를 잘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된다”며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이 더욱 강화되고 기업 자율의 동반성장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일각선 ‘맥 빠지는
인사’라는 얘기도

반면, 중소기업계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당초 동반성장위원장에 정치권의 거물급 인사가 선임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포스코 이사회 의장, 대학교수 등을 거친 ‘엘리트풍’의 위원장이 선임돼서다. 중소기업계 일각에선 ‘맥이 빠지는 인사’라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특히 ‘민간단체’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동반위가 지난 2년 동안 큰 영향력을 행사해 올 수 있던 배경에는 국무총리를 지낸 정 전 위원장의 강력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그러나 유 위원장이 비교적 중량감이 적다는 이유에서 ‘할 말을 못하는’ 위원장에 그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MB캠프 자문위원과 청계재단 이사를 맡을 만큼 현정부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대기업의 사외이사를 역임하며 친대기업 성향을 보여 온 점도 동반위원장에는 맞지 않다는 견해가 많다.

참여연대 측 관계자는 “국무총리를 지낸 정운찬 위원장도 제대로 힘조차 못쓰고 사퇴한 마당에 거물급 인사는커녕 대기업, 정부와 관련이 깊은 인물을 동반성장위원장에 앉히면 무슨 일이 되겠냐”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정운찬 위원장이 사퇴한 이후 유명무실해진 동반위가 이번 기회를 통해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경제단체 환영하는 반면 중소기업계는 울상
친재벌 성향 보여 왔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

소상공인단체연합회 측 관계자도 “동반성장위원장은 정부, 대기업과 싸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책임이 막중한 자리”라며 “특히 재벌개혁이나 동반성장과 관련해 정책 추진 능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인물을 선임한 것 자체만으로도 사실상 정부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 위원장이 전형적인 보수경제학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소업계는 더욱 불안에 떨고 있다. 실제, 유 위원장이 지난 2008년 집필한 <민영공화국>이란 저서에서 “전환기 한국경제는 민영화가 도약을 이끈다. 세계 일류 국가들과 경쟁하려면 민영화가 필수”라면서 민영화 대상으로 KBS, 금융기관, 각종 공기업들을 예로 들기도 했다.

또 <한계선 너머 빛이 보인다>라는 저서를 통해서는 국가 경제에서 지나친 정부 역할을 비판하고 민간의 역할과 기업의 자율적 혁신, 좋은 기업환경 등을 강조한 바 있다. 결국 유 위원장의 견해를 종합해 보면,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전형적인 자유주의자로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뒷받침해온 인사로 평가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측 관계자는 “유 교수는 대표적인 보수경제학자로서 그동안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에는 관심이 없었다”며 “정부와 대기업에 휘둘리면서 (동반위원장으로서)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안 파악 못해
의견 표명 미뤄

이런 우려 속에서도 중소업계는 이번 위원장 선임으로 표류해오던 동반위가 정상화되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중소 간 동반성장과 관련한 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달 말로 예정된 동반성장지수 발표가 대표적이다. 동반위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동반성장점수를 매겨 최우수, 우수, 양호, 개선 등 4개 등급으로 발표하기로 했다. 동반위는 또 올해 유통ㆍ서비스업 분야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해야 한다. 유통ㆍ서비스업은 제조업과 달리 산업 범위가 방대하고 업종 간 경계가 모호해 어려움이 예상된다.


유 위원장은 현안들에 대해 “아직 업무 파악이 완전히 안 돼 있어 당분간 현안들에 대해 리뷰를 할까 한다”며 구체적 의견 표명을 미루고 있는 상태. 그는 과연 동반성장을 이뤄낼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유 위원장을 바라보는 중소업계의 눈빛에 간절함이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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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