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이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아끼는 것 중 하나가 치장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특히 화장품을 사는 데 적지 않은 돈을 쓰는 여성들은 가격이 저렴한 샘플 화장품을 구입해서 쓰기도 한다. 불황이 깊어질수록 샘플 화장품은 더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비매품인 샘플 화장품 판매는 엄연히 불법. 게다가 유통기한 등의 정보가 없고 수입화장품의 경우 ‘짝퉁’일 가능성도 높아 피해를 보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정품대신 값싼 샘플 화장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자 화장품업계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불법 유통되는 샘플 화장품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알아봤다.
화장품가게에서 화장품을 사고 난 뒤 작은 용기에 담긴 샘플을 받은 기억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샘플 화장품은 구매자에게 사은품으로 제공하거나 홍보용으로 나눠주는 용도로 만들어진 비매품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샘플 화장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대부분의 샘플 화장품이 유통되는 공간은 인터넷. 수 십 개의 사이트에서 국산, 수입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샘플을 팔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꾸준히 인기몰이를 하던 샘플 화장품은 불황을 타고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가격. 용량이 클수록 단위가격은 내려가는 것이 상식이지만 샘플 화장품은 다르다. 가격이 정품과 비교해 10분의1 수준밖에 되지 않는 제품도 부지기수.
예를 들어 50ml 용량의 정품화장품이 10만원인데 5ml의 샘플이 1000원 정도인 제품도 많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소비자들은 정품을 사는 대신 샘플 10개를 구매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라 여기고 정품대신 샘플 화장품을 구입하게 된다.
용량이 적고 가격이 싸 설사 자신의 피부에 맞지 않거나 색상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본전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것도 샘플 화장품의 매력 중 하나다. 값비싼 수입명품화장품을 부담 없는 가격으로 손쉽게 인터넷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는 점도 샘플 마니아를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터넷에서 자주 샘플 화장품을 구입한다는 경기도 부천의 정모(27·여)씨는 “고가의 수입화장품의 경우 정품을 사기 전에 나에게 맞는지 알아볼 목적으로 샘플을 자주 구매한다”며 “값비싼 백화점 제품에 비해 부담이 없어 다양한 제품을 사용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홍보용으로 만든 샘플제품이니 정품보다 더 나은 성분으로 만들었겠지’라는 막연한 믿음도 샘플을 구매하는 데 한몫을 한다. 여기에 깜찍한 사이즈와 디자인, 휴대하기 간편한 장점은 덤이다.
이렇다보니 아예 샘플 화장품만 이용하는 마니아들까지 생길 만큼 그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샘플 화장품을 취급하는 업체도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샘플’ 등의 키워드로 검색하면 수십 개의 쇼핑몰이 뜨는 것을 볼 수 있다.
문제는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샘플 화장품이 대부분 불법으로 유통되는 제품이라는 것. 이렇다보니 관리감독이 소홀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화장품은 유통과정 중 변질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철저히 감독해야 하는 제품 중 하나다. 그러나 샘플 화장품의 경우 이것이 잘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문제점 중 하나다.
단기간 홍보를 할 목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유통기한 등의 정보가 기재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때문에 최근 구매한 샘플 화장품으로 피부트러블이 생겼다는 등의 피해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 잠실에 사는 회사원 김모(31)씨는 인터넷서핑을 하다 명품 화장품 샘플을 파는 사이트를 우연히 알게 됐다. 이 사이트에서 평소 구입하고 싶었던 파운데이션 샘플을 발견한 김씨는 고민하지 않고 제품을 구입했다. 정품용량과 비교해 가격이 5분의 1에 지나지 않아 부담이 없어 먼저 샘플을 써보고 정품을 구매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제품을 발라본 뒤 이내 샘플 화장품을 산 것을 후회했다. 뺨과 이마 등에 좁쌀만 한 여드름이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놀란 그는 제품사용을 중지했고 5일 만에 피부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김씨는 “유통기한이나 제조일자도 쓰여 있지 않은 제품을 구매했으니 피해보상을 받을 길도 없다”며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을 새삼 실감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비매품인 샘플 화장품 인터넷공간에서 버젓이 판매
저렴한 가격으로 불황에 인기몰이…각종 피해 증가
또 다른 문제점은 수입화장품의 경우 진품과 성분이 다른 ‘짝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정식루트를 통해 들어온 백화점 제품이나 일부 온라인 판매를 제외한 다른 제품의 경우 정품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며 “불법유통된 샘플 화장품을 쓴 뒤 문제가 생기면 피해보상을 해 줄 수 없으니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샘플 화장품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뿐만이 아니다. 화장품업계도 샘플 화장품으로 인해 각종 피해를 입고 있다. 소비자들이 값싼 샘플에 눈을 돌리는 동안 정품화장품의 판매량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품에 비해 턱없이 싼 가격이니 누군들 끌리지 않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것은 샘플 화장품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 경우 그 제품의 이미지가 손상되어 결국 자신들에게 불똥이 튄다는 것이다. 그러나 딱히 샘플 화장품 판매를 처벌할 법적 근거도 없어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소비자와 업계 모두 샘플 화장품 판매로 인해 각종 피해를 입지만 불법유통을 막을 뚜렷한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피해자가 계속 생길 우려를 낳고 있다.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대책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