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연말연시는 화류계(룸살롱)의 1년 농사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다. 이때 돈벌이에 실패하면 바보라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돈다. 하지만 경제위기에 따른 주머니 가벼움은 유흥가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화류계에선 열심히 전화를 돌리거나 문자를 보내며 자신들 업소로 손님들을 끌어 모으려고 애쓰고 있다. 씀씀이가 확실한 이들에게 선물은 기본이다.
이런 가운데 일요일을 제외하곤 술자리가 거의 다 잡혀있다는 영업 사원 김모씨에게 매력적인 제안이 들어왔단다. 물론 단골 룸살롱 상무에게서 말이다. 10번을 찍으면 한 번은 공짜로 되돌려준다고 했다는 것이다. 아가씨 비용을 제외하곤 술값을 받지 않겠다고 했단다.
“형님, 어차피 회사 돈으로 마시는 거잖아요. 영수증은 끊어주지만 돈을 돌려드리겠습니다.” 영업 밥을 오래 먹은 김씨는 귀가 솔깃한 이 제안을 단박에 잡지 않았다고 한다. 10번이 너무 많기도 하지만 횟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배짱과 자신감을 상무의 간곡한 목소리에서 느낄 수 있었단다. 결국 마지노선을 7번으로 줄였다고 한다. 원래는 5번으로 밀어붙이려고 했지만 그러면 날도둑이 될 듯싶어 그 선에서 조율을 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자신은 그래도 양반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지인 중에선 몸 접대를 받은 이도 있다고 귀엣말을 했다. 업소 매출을 위해 과감히 다리를 벌렸다는 것이다. 믿을 수 없다고 크게 손사래를 치자, 믿고 싶으면 믿고 싫으면 관두라고 했다.
김씨에 따르면 해당 술집 마담은 지난해 가을쯤 마담으로 승진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적이 너무나 저조해 지난 겨울을 동장군 추위, 그 이상으로 춥게 보냈다는 것이다. 그 여파가 올해까지 이어졌단다.
이 때문에 올 연말 특수를 앞두고 단단히 각오한 듯 스스로 무장해제를 하고 있단다. 매출만 올릴 수 있다면 뭐든지 하겠다는 심산인 듯하다고 그는 호들갑을 떨었다.
사실 화류계에선 씀씀이가 큰 충성도 높은 단골고객을 상대로 몸 접대를 한다는 소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그 맛에 길들여진 남성들이 이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 술집 마담은 대놓고 한번 하자는 손님들도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농담이 심하다고 하면, 농담 아닌데 하면서 주기 싫으면 말고, 하면서 전화를 끊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어찌됐든 화류계에선 대목 중 대목인 연말연시가 다가오고 있다. 1년 내내 한 번도 룸살롱 같은 곳을 가지 않는 남성들도 자의반 타의반 한 번쯤 갈 기회가 생기는 시기가 연말연시다. 대부분이 앞장서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들을 잡으려는 화류계의 구애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