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곳곳 유흥가에 성매매 암시전단 살포한 일당 잡혀
출장마사지 영업 목적 전라사진·선정 문구 담아 배포
성매매를 암시하는 출장마사지 전단을 제작한 인쇄업자와 전단을 살포한 업자들이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수십만 장의 명함사이즈 전단을 찍어 서울 곳곳의 유흥가와 모텔 밀집지역 등에 뿌렸다. 반라의 여성사진과 휴대전화번호가 찍힌 이 전단지는 청소년들의 눈에도 쉽게 띌 만큼 엄청난 양이 뿌려졌다. 유영철 연쇄살인사건 이후 종적을 감추는 듯했던 출장마사지 전단이 다시 꼬리를 드는 데 일조했던 일당이 잡히면서 당분간은 남부끄러운 전단이 차 유리 창문에 꽂혀 있는 일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 홍대 인근. 회사원 김준희(24·여)씨는 직원들과 회식 후 자신의 승용차로 갔다가 낯 뜨거운 작은 전단지를 발견했다. 이 전단지에는 수영복이나 속이 비치는 속옷 등만 입고 있는 반라의 여성사진과 함께 ‘1:1 서비스, 화끈한 밤을 보장합니다’ 등의 낯 뜨거운 문구가 적혀 있었다. 성매매를 암시하는 듯한 출장 마사지 홍보 명함이다.
불쾌한 마음에 주변의 차들을 둘러본 김씨의 눈에는 차들마다 유리창에 이 같은 전단지들이 꽂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심지어 도로변에도 여기저기 작은 전단지들이 바람이 이리저리 쓸리고 있었다. 그녀는 혹시라도 초등학생들의 눈에 띌까 불안해하며 자신의 주머니에 주워담았다.
유영철 사건 뒤 자취 감춰
실제 이같은 전단지는 2004년 이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갑자기 홍보 명함이 종적을 감춘 것은 ‘유영철 연쇄살인사건’이 터지고부터였다. 유영철이 살해한 20여 명 중 11명은 출장마사지로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이었다.
유영철은 당시 출장마사지 홍보 명함에 나온 전화번호를 통해 여성들을 불러냈고 성관계를 맺은 뒤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경찰은 출장 마사지 홍보 명함을 배포하는 것을 강력하게 단속했고 그 결과 민망한 전단지가 사라졌던 것.
그러던 것이 어느 순간부턴가 다시 유흥가와 뒷골목, 주택가까지 점령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성의 나체사진이나 직접적인 성매매 관련 문구가 써있는 홍보 전단지를 유포하는 것만으로도 불법으로 간주되는 성매매 특별법의 시행도 전단지의 유포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이처럼 밤거리의 흉물로 성매매 근절에 훼방꾼 노릇을 톡톡히 한 홍보 전단지를 제작하고 유포한 일당이 적발됐다.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영등포·구로·금천·강서·관악구 등 서남권 5개 자치구에서 성매매를 암시하는 내용을 담은 전단지를 뿌린 혐의(청소년보호법 위반)로 업주 정모(34·여)씨와 인쇄업자 이모(38)씨, 배포자 서모(36)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전단지 16만 장을 압수했다.
서울시 특사경은 도심 곳곳에 파고든 전단 배포조직을 적발하기 위해 지난 9월 중순부터 2개월간 밤낮 없이 추적활동을 벌여왔다.
출장마사지 업주는 주로 일정한 영업장소를 두지 않고 외국인 명의 등의 대포폰을 사용해 영업하는데다 퀵서비스 등을 통해 노상에서 은밀히 전단을 주고받는다.
또 배포자·배포총책·광고주 등이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광고주 적발이 어려웠던 것. 그러다 인쇄업소의 퀵서비스가 전단지를 싣고 배달하는 것을 확인해 단서를 잡아 인쇄업자와 업주를 잡을 수 있었다.
서울시 특사경 관계자는 “서울시내 곳곳에서 단속활동을 벌이던 중 서남권 지역에서 단서가 나와 추적 끝에 우선 적발했다”며 “다른 곳도 조사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특사경에 따르면 업주 정씨는 지난 8월부터 여성 3명을 고용해 출장마사지 영업을 하면서 홍보를 위해 전단지를 만들어 매일 1000장씩 유흥가와 여관 밀집 지역에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압수수색 당시에도 정씨는 15만여 장의 전단을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홍보 전단을 제작한 이씨는 영등포 지역에서 인쇄 기획사를 운영하면서 정씨에게 전단 제작을 의뢰받아 300만원을 받고 30만장의 전단지를 납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 역시 압수수색 당시 1만여 장의 전단을 보관하고 있었다.
이 전단지는 서씨 등이 일당 4~8만원을 받고 전단지 배포 알바를 통해 서남권 지역에 배포했고 출장 마사지 여성과 남성들을 이어줘 성매매를 할 수 있게 해줬다. 명함에 찍힌 전화번호로 남성이 연락하면 여성이 출장을 가 10~15만원의 돈을 받고 불법 마사지와 성매매 등의 행위를 한 것.
이번 적발로 출장마사지 전단지는 당분간 사라질 전망이다. 그동안 전단 배포자가 잡힌 경우는 있었지만 전단 제작자 등 핵심 인물을 잡은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번 일은 청소년에게 유해한 성매매 암시전단을 살포해 실질적으로 이득을 취하는 광고주를 검거한 것은 물론 시중에 유포될 뻔했던 16만 장의 유해전단을 압수함으로써 유사한 범법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청소년 보호법 위반
이번에 검거된 5명은 ‘청소년 보호법 위반’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지게 된다. 미성년자도 통행하는 길거리 등의 장소에 청소년 유해전단을 배포했기 때문이다. 검찰에 송치돼 추가혐의가 발견되면 형량은 더 무거워질 수 있다.
서울시 사법보좌관 지석배 부장검사는 “이번 검거는 일반 경찰이 시간과 인력 부족으로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일에 특사경이 나서 시민 생활 속 유해환경을 제거한 대표사례”라며 “앞으로도 불법 전단지 배포를 통해 실질적 이득을 보는 광고주 검거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부터 전단 제작자 및 배포자 등에 대한 단속활동을 해왔던 특사경은 68명의 광고주, 배포총책, 배포자 등을 검거하고 전단지 24만 장을 압수, 수거하는 성과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