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 총선특집>치고받고 불꽃 뿜는 격전지 총정리(下)

달아오른 총선불판 어디가 가장 뜨거울까?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4ㆍ11 총선이 코앞으로 바짝 다가오자 정국의 긴장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공천도 마무리되며 대진표의 윤곽도 또렷해졌다. 하지만 곳곳에서 치열한 혈전이 예고되며 총선판세는 점점 더 안개국면이다. 링 위에 올라온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싸늘해진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전력투구 중이다. 벌써부터 치열해진 신경전으로 불꽃이 뿜어져 나오는 화제의 격전지를 지난호(846호)에 이어 두 번째로 살펴봤다.

새누리 제1당 예측 못해, 민주 압승 전망 어려워 비상
은평을 ‘친이’ 이재오 ‘친노’ 천호선 대결…혈전지 급부상 

제19대 총선이 목전으로 다가오자 여야 모두 선거대책위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선거체제로 전환했다. 여야는 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선대위 진용을 갖추고 승리를 단단히 벼르는 모양새다. 진통 끝에 완료된 공천에 따라 대진표가 확정되며 공식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한 가운데 각 후보자들은 사활이 걸린 총선에 ‘올인’하며 비장감마저 감도는 상태다.

특히 올초까지만 해도 ‘내곡동 사저’ ‘돈 봉투 살포’ 등 대형악재가 맞물리며 여당의 참패와 야당의 압승이 전망됐다. 하지만 야권연대의 불협화음과 공천 잡음으로 다시 여야의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간 양상이다. 이처럼 안개국면으로 치닫는 판세 속 혈전지로 관심도가 높아진 지역들은 어디일까?

여야 선거체제로 전환
잔인한 4월 누가 웃을까?

이번 4ㆍ11 총선에서는 246개 선거구 중 112개가 몰린 서울과 수도권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증명하듯 수도권의 대다수 지역구가 혈전지로 급부상 중이다.


지난호에서는 여야 거물급들의 출사표로 단숨에 격전지로 떠오른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와 ‘한미FTA 대전지’로 변모된 강남을, ‘BBK 맞수’들이 격돌하는 동대문을 지역 등을 살펴봤다. 또 4번째 대결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서대문갑과 안개지역구로 꼽히며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구로갑ㆍ영등포을 격전지도 들여다봤다.

이들 지역 못지 않은 지역이 바로 친이와 친노의 대결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서울 은평을이다. MB정부 실세인 이재오 새누리당 후보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인 천호선 통합진보당 후보가 맞붙었기 때문이다.

특히 현 정권의 실세가 공천을 받은 만큼 이 지역구는 MB정부 레임덕 가속화와 친이계 와해, 정권심판론 등이 복잡하게 얽히며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때문에 이 후보가 지역구 수성에 성공할 경우 야권의 정권심판론에는 타격을, 임기말 MB정부에는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반면 수성에 실패할 경우 MB정권의 레임덕 가속화는 물론 여권 내 친이계 몰락이 불가피하다.

반면 천 후보가 깃발을 꽂는다면 총선정국 이후 정권심판론이 대선정국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뿐만 아니라 통합진보당 내 구 국민참여당의 조직 확대는 물론 유시민 공동대표의 입지도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천 후보가 낙선할 경우 통합진보당의 교섭단체 구성이 어려워지고, 유 대표의 대선가도 역시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때문에 MB정부와 참여정부의 대리전으로 치닫는 두 후보 간의 팽팽한 맞대결은 혈투가 예고된 상태다.

서울 중구 역시 정치인 2세들의 맞대결이 성사되며 격전지로 급부상중이다. 특히 7선의 조순형 자유선진당 의원이 불출마와 함께 정계은퇴를 선언하며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양강구도가 형성됐다.


새누리당에선 6선의 정석모 전 내무장관의 아들이자 3선 의원인 정진석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통합당에서는 8선의 정일형 박사 손자이자 5선의 정대철 전 의원의 아들인 정호준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진석 후보는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이란 풍부한 국정경험을, 정호준 후보는 지역 토박이임을 앞세워 팽팽한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특히 중구는 지난 6차례 총선에서 3승 3패의 무승부를 기록할 만큼 바람의 영향을 받는 접전지역이다. 이처럼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혈투가 총선정국을 더욱더 뜨겁게 가열시키는 양상이다.

여야 텃밭은 이제 옛말?
더욱 치열해진 샅바싸움

서울 마포을에서는 김성동 새누리당 후보, 정청래 민주통합당 후보, 무소속의 강용석 후보가 3파전을 벌이게 됐다. 세 후보의 피 튀기는 혈전이 총선판세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들며 격전지에 이름을 올린 지역구다.

역대 전적은 지난 17대 총선에서는 정 후보가, 18대 총선에서는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강 후보가 각각 승리를 거머쥐었다. 현재 판세는 지난 10년간 지역 기반을 탄탄히 닦아놓은 정 후보가 앞서는 가운데 지난해 마포을에 자리를 잡은 김 후보가 뒤쫓는 양상이다.

무소속으로 두 후보를 뒤쫓는 강 후보는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에 대한 병역 의혹 제기 등으로 잇단 구설에 올랐지만 동시에 인지도도 상승해 선거막판에 의외의 선전을 보일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인천 남동갑은 공천에 탈락한 무소속 후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내던지며 선거 판세를 좀처럼 가늠하기 힘들어졌다. 윤태진 새누리당 후보와 박남춘 민주통합당 후보가 뛰고 있는 가운데 4선 중진인 이윤성 후보와 성하현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

친이계 핵심이었던 이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여권 지지층이 갈리면서 친노계인 박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막판에 성 후보가 뛰어들면서 남동갑은 이제 네 명의 후보가 각축전을 벌이며 선거 막판까지 혼전양상을 띌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천 남동갑은 소래포구와 남동공단, 논현신도시 등이 함께 있어 표심을 예측하기 어려운 곳으로 꼽힌다. 그동안 여당 강세지역으로 분류돼 왔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노동당 출신인 배진교 구청장이 당선됐고, 여전히 정권심판론이 불붙고 있는 상태다.

윤 후보는 3차례 구청장 경험으로, 높은 공약실천력을 박 후보는 참여정부서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지낸 경력을, 이 후보는 KBS 앵커 출신으로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경력을 각각 앞세웠다. 특히 박빙 구도로 선거가 치러지면서 당세와 인물론보다는 지역개발 공약의 차별화가 판세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며 혈전을 예고하고 있다.

현역인 장세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전북의 전주 완산을 지역구는 그 어느 곳보다 경쟁이 치열해졌다. 정운천 새누리당 후보는 현정부에서 농식품부장관을 지냈고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전북도지사로 출마해 지역 내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갖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이광철 후보는 이 지역에서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에 반해 민주통합당은 정치신예인 이상직 후보가 나섰다.


불모지 개척에 도전하는 새누리 이정현과 민주 김부겸
대구 중구·남구 ‘현역’ 배영식-‘왕차관’ 박영준 성적 관심

기본적으로 이 지역은 민주당 텃밭이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무소속 후보가 20% 안팎의 득표력을 보이며 섣불리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됐다. 도청과 경찰청 등 공공기관이 밀집해 있고 신도시 개발로 젊은 유권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이 반영된 탓이다. 때문에 후보들 간의 샅바싸움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새누리당의 불모지 광주 서구을에서 새누리당과 야권연대 후보가 혼전양상을 보이며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이정현 후보가 불모지에 출사표를 내던졌고 야권연대 후보인 오병윤 통합진보당 후보가 맞선다.두 후보는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판세 결과가 어려워진 상태다.

때문에 일찌감치 서구을에 출마선언을 한 뒤 ‘호남예산지킴이’를 자처하며 지역기반을 닦아 온 이 후보가 지역 구도를 깨는 이변을 연출할 수 있을지가 전국적 관심사다. 무엇보다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는 단순한 새누리당 의석 1석의 추가가 아니라 정치권의 견고한 지역 구도를 깨뜨리는 그야말로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 후보 역시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진보 간판’을 들고 세 번을 광주에서 출마한 경력이 있는 만큼 지역 기반에 대해서도 이 후보 못지않다는 평이다. 지난 1985년 전남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오 후보는 진보정당 당원으로서 지역을 기반으로 꾸준히 민주화를 위해 힘써온 점이 강점이다.

대구 수성갑 역시 이번 총선에서 ‘빅매치’가 예고된 상태다. 새누리당 경제통인 이한구 후보와 적진에 뛰어든 3선의 김부겸 민주통합당 후보가 격돌하면서다. 특히 새누리당에선 광주의 이정현 후보가 불모지 개척에 나섰다면 민주당에서는 대구의 김 후보가 지역타파에 도전하며 역시 전국적인 시선이 쏠려있는 지역구다.


대구 수성갑은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동시에 TK(대구경북)의 정치적 상징지역으로 새누리당의 세가 강한 지역구다. 하지만 최근 새누리당의 대구 공천 결과에 대해 ‘돌려막기 공천'‘계파 공천’ 등 비난이 잇따르고 있는데다 대구의 발전을 위해 여당과 야당이 서로 경쟁하면서 대구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실정이다.

여론조사 결과 여전히 이 후보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그 격차가 눈에 띄게 줄고 있어 새누리당 텃밭에서 야권의 돌풍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무소속 출사표가
4ㆍ11 변수로 부상

대구 중구·남구 선거구는 대구지역 12개 선거구 중에서 경쟁률이 가장 치열하며 격전지로 떠올랐다. 새누리당이 김희국 후보를 공천하면서 탈락한 현역 의원인 배영식 후보와 박영준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야권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김동열 민주통합당 후보와 무소속 이재용 후보가 모두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이번 새누리당의 공천에 반발해 무소속 출사표가 줄을 이으며 총선 판도에 이상기류가 감지된 상태다. 배 후보는 새누리당의 이번 공천을 밀실야합 등에 의한 ‘사천’이라고 규정하고 공천 심판을 지역 주민들로부터 직접 받겠다는 생각이다. 또 MB정부 왕차관으로 불리며 텃밭을 다졌던 박 후보 역시 새누리당의 공천을 수용할 수 없다며 무소속 카드를 선택했다. 두 후보는 단일화에 협의한 상태다.

때문에 이들이 약진할 경우 여당의 표심이 분산되며 야권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돼 단숨에 격전지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번 공천 역시 수차례 번복을 거듭하며 막바지에 후보자를 발표했다. 이에 대한 지역 민심은 크게 악화된 상태다. 때문에 배ㆍ박 두 후보의 무소속 연대가 얼마만큼 선전하는지가 최대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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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