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평·박연차 구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세종증권·휴켐스 매각 비리 의혹에 대한 ‘무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초호화 변호인단’이 구성된 것. 변호인단의 가장 큰 특징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거나 참여정부 고위직에 있던 인사들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검찰과 변호인단 간의 한판 승부도 불가피하다. 이른바 ‘창과 방패’ 싸움인 셈이다. 노씨와 박 회장의 변론을 맡고 있는 이들의 면면을 알아봤다.
세종증권·휴켐스 매각 비리 의혹의 핵심인물인 노건평씨와 박연차 태광 실업회장. 이들을 변호하기 위해 전직 고위직 출신인사들이 대거 포진했다. 한마디로 ‘매머드급’이다.
노씨를 변호하는 변호인단은 말 그대로 호화인맥이다. 노 전 대통령과 두터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사들이 대거 변호인단에 속해 있다. 참여정부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변호사,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정재성 변호사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법무법인 ‘부산’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고위 인사들 대거 변론
노 전 대통령과 ‘부산’의 관계는 특별하다. ‘부산’은 노 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2001년부터 일했던 곳으로 현재도 노 전 대통령의 사무실로 등록돼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 변호사는 어떤 인물일까. 문 변호사는 참여정부 시절 왕수석으로 불렸다. 노 전 대통령이 신뢰하는 핵심 참모 중 하나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시민사회수석, 민정수석, 비서실장 등을 맡으며 3년간 일했던 인물로 유명하다. 그러나 노씨의 변호에는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다.
실제 문 변호사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노씨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부산에 속해 있기는 하지만 현재 노 씨 변호인은 아니다”라며 “지금까지 노씨 변호는 정재성 변호사가 단독으로 맡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정 변호사가 도움을 요청할 때는 언제든 변호를 맡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정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의 둘째 누나 영옥 씨의 큰 사위로 사법시험 26회로 검찰 일선청의 핵심인사인 국민수·김수남 서울중앙지검 2·3차장과 동기생이다. 이재순 청안지청장과도 사법연수원에서 함께한 절친한 사이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정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의 측근 변론을 맡아본 경험이 있다. 부산지검이 건설업자 김상진 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수사할 당시 정 변호사는 법률자문으로 활발히 활동했다.
노씨와도 법정 인연이 있다. 지난 2004년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으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노씨의 변호를 맡았던 것. 최근에는 세종증권·휴켐스 매각 비리 의혹의 ‘주동자’로 손꼽히고 있는 노씨를 또 다시 변호하고 있다.
박연차 회장의 변호인단도 노씨 못지않다. 박 회장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수사를 대응할 변호인단으로 최근 김앤장 법률사무소 인사들을 선임했다.
김앤장은 ‘현대차 비자금 조성’ 사건으로 정몽구 회장이 구속될 당시 정대근 전 회장의 변호를 맡으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특히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이자 사시 19기로 임채진 검찰총장의 동기인 박상길 전 부산고검장이 박 회장의 변론을 총지휘할 예정이다. 박 전 고감장은 대검 수사기획관, 중수부장을 지낸 ‘특수통’이다. 뿐만 아니라 사시 25회로 대통령 법무비서관실에서 근무한 바 있는 최찬묵 변호사, 사시 31회로 서울지검 검사를 지낸 이병석, 법무법인 로고스의 이상도 변호사도 박 회장의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노씨와 박 회장은 말 그대로 ‘호화 변호인단’을 구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에서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방패를 뚫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이를 입증하듯 대검 중부수는 최재경 수사기획관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검찰, ‘방패 뚫겠다’
최 수사기획관은 지난 2006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을 수사했다. 또 2007년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김경준씨 간의 BBK 사건을 처리했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검찰 소방수’라는 별칭이 붙었을 정도다.
또 최 기획관의 오른팔로 불리는 박경호 중수 1과장도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외에 김범기, 오택림 검사도 수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검찰의 차세대 주자라는 점에서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검찰의 의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씨와 박 회장 호화 변호인단과 검찰간의 피 튀기는 창과 방패의 한판승부는 또 하나의 최대 관심사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