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없는 사정칼날이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세종증권 인수 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이 노건평씨를 전격 구속했던 것.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도 검찰 수사 레이더망에 걸려들었다. ‘박연차 비자금’ 등이 바로 그것이다. 검찰의 사정칼날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낭할 수도 있다는 억측과 갖가지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숨은 후원자 중 한 명인 박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했고, 당선 당시 기업들로부터 당선 축하금을 받아 비자금을 조성했을 수도 있다는 게 소문의 주된 골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북정상회담 뒷거래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비자금 문제로 곤욕을 치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노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고개를 숙이기까지 했던 것.
실제 노 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금고지기’를 했던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SK비자금 11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사퇴를 했다.
이 때문에 그 당시 민주당 대변인을 맡았던 유종필 국회 도서관장은 “대선 이후 돈벼락이 떨어지니 노 후보 참모들은 이성을 잃은 듯했다”며 “최도술은 아예 바닷속으로 들어가서 짠물을 먹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친노 주변 인사들의 비자금 조성 정황이 검찰에 의해 드러나면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의혹이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에 의해 연일 제기되어 왔다. ‘노무현 비자금’이 바로 그것이다. 이같은 내용은 지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국회 법사위에서 활동했던 홍 원내대표는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1300억원의 비자금이 발견됐다”며 하나은행 발행 액면가 100억원의 양도성예금증서(CD) 사본을 증거로 제시했다.
참여정부 게이트 확산… 여권, 노무현 비자금 의혹 일파만파
남북정부 회담 뒷거래설 제기, “DJ와 별반 차이 없다?”"
또 “2003년 10월18일 하나은행 여의도 중앙지점이 2004년 2월18일을 만기로 100억원짜리 CD를 98억5900만원에 발행했다”며 “이 CD는 K증권회사가 매수했고, 이같은 형태의 CD자금 1300억원이 13개 계좌에 은닉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CD는 위조된 것으로 확인했다.
검찰은 이같은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노무현 비자금’ 의혹 사건의 수사를 진행했지만 모두 내사종결 처리했다. 또 지난 4월 삼성 특검팀에 의해 대선자금이 삼성그룹의 비자금에서 제공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무혐의로 판결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일까.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그 당시 권력 1인자인 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의 진실을 구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점에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을 다시 재수사해야 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수면 아래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남북정상 회담 뒷거래설에 대한 의혹도 점차적으로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당시 각종 비리들이 사실로 들어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이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했을 당시에도 이와 비슷한 거래(?)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를 말끔히 해소하기 위해 특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
실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DJ 정권 때와 마찬가지로 참여정부도 뒷거래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온 것. 그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왼팔로 불리었던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2006년 10월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북한 리호남 참사를 만난 것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더욱이 남북정상회담이 8월초에서 10월2일로 변경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여권의 반응이다.
특히 세종게이트의 박 회장이 남북정상회담 당시 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했다는 점도 뭔가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다. 따라서 박연차 비자금이 노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는 데 적잖은 영향을 끼쳤는지 여부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게 여권의 중론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노무현 비자금’,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뒷거래설’에 대한 의혹을 뿌리치기 위해서는 비자금 사건을 재수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과연 검찰의 사정칼날이 노 전 대통령의 심장까지 겨낭할지 여부에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