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노력하는 수재’ 한덕수 신임 한국무역협회장

  • 정혜경 jhk@ilyosisa.co.kr
  • 등록 2012.02.29 11: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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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한 전력 회장님 ‘무역업계 잘 어루만질까’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한국무역협회 제28대 회장에 선임됐다. 한 회장이 국제통상 전문가로서 한국경제 성장동력을 찾아 대내외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최적임자라는 게 무역협회가 밝힌 추대 배경. 선출 과정에서 ‘낙하산 인사’라는 잡음이 있었지만 무역협회는 전혀 괘념치 않았다. 무역협회는 민간단체이지만 업무속성상 정부와 협조할 일이 많고 정부 정책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한 회장의 추대가 정당하다는 것이었다. 현재 협회는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다. 총리 출신의 한 회장이 수출증진을 위한 대정부 협상력을 크게 높여 주리란 것이다. 이처럼 협회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한덕수 신임회장. 그는 과연 어떤 인물일까.

서울대ㆍ하버드대 등 ‘초일류 엘리트 코스’
성실성, 일에 대한 열정 바탕으로 많은 결실

‘전형적인 모범생’ ‘뛰어난 균형감각의 소유자’ ‘일이 취미인 인물’. 이는 지난 22일 한국무역협회 제28대 회장에 선임된 한덕수 회장에 대한 평가다. 한마디로 ‘노력하는 수재’라는 것이다.

전북 전주 출생인 한 회장은 경기고ㆍ서울대 경제학과ㆍ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등 ‘초일류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대학 재학 중 행정고시 8회에 합격하고 경제기획원에서 출발했지만, 1982년 부처 간 교류 때 상공부(현 산업자원부)로 자리를 옮긴 것을 계기로 관료생활 대부분을 통상 분야에서 보냈다.

전형적인 모범생
일이 취미인 인물

한 회장은 성실성과 일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많은 결실을 이뤄냈다. 상공부 산업정책과정 시절에는 개별산업 육성법, 진흥법 등을 공업발전법으로 통폐합했다. 이로써 기존의 산업정책이 업종별 지원 체계에서 벗어나 입지?인력?자금?연구개발 등 기능별로 전환됐다.

이후 특허청장과 통상산업부 차관을 거쳐 DJ정권 시절 초대 통상교섭본부장에 취임했다. 이 때 각 부처에 흩어져 있던 통상업무를 통합함으로써 일사불란한 통상업무 체계를 수립했다.


경제부총리 시절에는 개방과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는 원칙아래 다양한 정책들을 내놨다.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제로베이스 금융규제 개혁, 역모기제도 활성화, 생계형 금융채무불이행자 대책, 서비스분야 경쟁력 강화 등과 관련된 방안들이 이 때 만들어지고 추진됐다.

한 회장은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토끼는 한 평의 풀밭으로 만족하겠지만 사자는 넓은 초원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 경제는 지금 넓은 들판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개방에 앞장섰다. 한미FTA체결지원위원회 위원장으로서는 우리 정부가 실제로 FTA를 원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미국의 의구심을 없애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도 바로 그였다.

이처럼 승승장구 해 온 한 회장이지만 길이 항상 평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경제부총리로서 지휘했던 8?31부동산종합대책은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보완책을 추가로 만들어야 했다. 2000년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중국과 벌였던 `마늘 협상'이 2002년 긴급수입제한조치 문제로 비화되면서 자리에서 물러난 일도 있었다.

한 회장은 꼼꼼한 일처리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탁월한 조정능력으로 정평이 나있다. 한 회장의 빈틈없는 일처리에 대해서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이해찬 전 총리도 인정할 정도다. 분권형 국정운영 도입 이후 국무조정실의 기능과 역할이 대폭 강화됐음에도 잡음없이 부처 업무를 총괄 조정해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이 총리로부터 상당한 평가를 받았다. 또 복잡한 사안을 아주 알기 쉽게 전달하는 한 회장의 브리핑 능력은 관가에 널리 알려져 있다. 부하직원에게도 치밀한 보고서를 요구하며, 만족할 때까지 몇 번이고 퇴짜를 놓는다는 후문이다.

한 회장은 또 빼어난 영어실력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미국인이 자국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편안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는 지금도 모르는 단어나 좋은 문장이 눈에 띄면 메모하고 암기한다. 2001년 OECD대사 시절 외환위기 극복 모델로 한국형과 말레이시아형 중 어떤 것이 바람직한 지에 대한 논쟁이 일어났을 때 20여분에 걸친 논리적인 영어연설을 통해 상대방을 제압, 토론을 곧바로 끝냈을 정도다. 한미자동차 협상 당시 유창한 영어와 치밀한 자료준비에 미국 대표들이 “다음부터 저 사람은 협상테이블에서 빼주었으면 좋겠다”며 혀를 내두른 것도 유명한 일화다.

대인관계에서 세련되고 절제된 모습이며 항상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기존 고위관료들의 ‘권위적 카리스마형’과는 거리가 있다. 권위주의적 통제보다 전문적 식견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조율한 뒤 정책으로 추진하는 ‘수평적 리더십’을 중시한다.

낙하산 반발에도
무시하고 강행


경제부총리 시절에는 농림부·환경부·산자부 등 경제부처 실무진들과 격의 없는 토론을 통해 복잡한 사안에 대해 이해도를 높이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리더십을 발휘했다. 지위가 올라갈수록 정치적이고 계산적인 모습을 보이는 상당수 고위층과는 달리 술수가 없고 소박·진솔·담백하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통솔력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처럼 눈에 띄는 이력과 능력의 소유자인 한 회장이지만 무역협회장에 선임되기까지 과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무역업계 일각의 반발 때문이었다. 국무총리와 재정경제부 장관까지 지낸 관료 출신이 낙하산 방식으로 무역협회 수장 자리를 꿰차는 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전국무역인연합(전무련)은 “정부 보조금을 한 푼도 받지 않는 순수민간단체인 무역협회에 언제까지 정권 측근 인사가 회장을 맡아야 하느냐”고 반발했다. 이어 전무련은 “그동안 정부는 무역인들의 자발적인 모임인 무역협회에 퇴직 관료 출신의 낙하산 회장을 끊임없이 내려 보냈다”며 “무역협회가 무역업계를 위한 대변자 역할은 하지 못한 채 정권 입맛만 맞춰왔다”고 꼬집었다. 전무련은 또 올 연말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되면 한 신임회장이 1년 임기의 회장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세련되고 절제된 대인관계…‘수평적 리더십’
꼼꼼한 일처리 조정능력 정평…영어도 수준급

그러나 무역협회는 관 출신 인사가 무역업계를 대변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무역협회의 본 업무가 정부 정책 조율 등 굵직한 업무인 만큼 관 출신이 오면 오히려 유리하다는 얘기다.

무역협회는 “지난 17일 열린 무역협회 회장단회의에서 회장단 30명 가운데 20명이 한 회장을 신임회장으로 추대했다”며 “무전련이 총회에서 의견을 표명할 수는 있겠지만 한 회장 취임을 철회할 수 있는 구속력은 없다”며 예정대로 취임을 강행했다.

그리고 한 회장은 지난달 22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무협호의 키를 잡게 됐다. 이로써  향후 무역협회를 이끌게 된 한 회장은 민주통합당 등 한·미 FTA를 반대하는 세력에 맞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또 ‘FTA바로알기 운동’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한 회장은 “전 정권에서 총리를 했는데, 그때 같이 일했던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한·미FTA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한·미FTA를) 반대하는 분들과 대화를 나누고, 사실에 근거해 설득하는 작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 회장은 “우리나라는 자원이 없어 세계의 큰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며 “좁은 국내 시장과 부존자원 부족을 극복하고 국민의 생활수준과 복지 향상을 위해선 국민과 기업, 정부가 힘을 합쳐 개방과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는 길 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한 회장은 “무역업계가 활동할 수 있는 넓은 시장을 확보해 나가야하는데 FTA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FTA 이행 과정에서 원산지증명 등 수출 기업들이 당면하는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FTA 바로알기 운동을 핵심 사업의 하나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애로 해소
대정부 협상력 발휘

한 회장은 또 중소 무역업계 경쟁력 강화와 무역인프라 구축에 협회의 역량을 결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물론 유관기관과 정책적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한 회장은 “무역업계의 애로사항 파악과 해결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업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를 개선하고 무역 현장을 자주 방문 하겠다”며 “이제 1조 달러 무역시대를 넘어 세계 9위 무역대국에 걸 맞는 시장과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는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금 무역협회는 한 신임회장에 적지 않은 기대를 걸고 있다. 남덕우 전 총리에 이어 7년만에 국무총리를 역임한 인물이 회장에 취임함에 따라 무역업계의 애로해소 및 수출증진을 위한 대정부 협상력이 크게 높아지리란 기대감에서다. 한 회장은 과연 무역협회의 이 같은 기대에 적극 부응할 수 있을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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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