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중국에서 한국인 남성접대부, 이른바 호스트들이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이 잇달아 적발됐다. 일본의 경우 지난달 도쿄에서 22명의 한국인 호스트들이 무더기로 꼬리를 잡혔다. 중국에선 또 지난달 한국인 호스트들과 함께 호스트바를 운영한 한국인에게 유죄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일본, 중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한국인 호스트들이 암암리에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는 한류 붐과 무관치 않다. 한국 남성연예인들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인 호스트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것. 해외에 퍼진 원정 호스트의 실태를 취재했다.
일본, 중국 등 해외로 건너가 호스트생활 하는 한국 남성 증가
한류 열풍으로 한국 남성 인기 높아져 호스트 수요도 고공 행진
일본 산케이신문이 지난 2일 자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호스트에 대해 보도했다. 도쿄 시내에서 한국인 호스트가 연달아 적발되고 있다는 것. 기사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새벽, 도쿄 가부키쵸의 한 호스트클럽에 경시청 수사관들이 들어가 한국인 호스트 22명을 검거했다. 이날 단속은 불법 퇴폐영업을 하는 호스트클럽을 색출하기 위해 시행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 호스트가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단속을 피하려고 25m 높이의 건물 8층에서 콘크리트 바닥으로 뛰어내렸다가 1시간 후 전신타박으로 목숨을 잃은 것. 당시 업소에 있던 종업원과 손님 등 34명은 풍기문란법과 불법체류에 관한 법 위반으로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 아닌 ‘저팬드림’
이처럼 한국인 호스트들이 경시청에 적발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금까지 적발된 한국인 호스트바는 5건으로 지난 9월에는 우에노와 아카사카의 유흥음식점에서 50명의 한국인 남성이 붙잡힌 일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산케이신문은 한국 남성들이 일본에 건너 와 호스트를 하는 것에 대해 ‘한류 붐’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인에게 관심을 갖는 일본 여성들이 증가하면서 한국인 접대부도 덩달아 인기를 얻는다는 것.
신문은 또 한국이 IMF 이후 최대 경기불황을 맞으면서 ‘일본에 가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인 남성들이 일본입국 러시를 이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매달 100~200명 가량의 한국 남성이 호스트로 활동할 목적으로 일본에 들어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실제 일본으로 건너가 접대부 노릇을 하는 한국 남성은 적지 않다. 업계종사자에 따르면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호스트바에서 경쟁하기보다는 아는 이도 없고 경쟁도 덜한 일본의 무대에서 뛰고 있는 이른바 ‘선수’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특히 일본에서 인기가 있는 한국 남자연예인과 외모가 닮은 사람들은 굉장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일본 호스트바 근무를 알선하는 인터넷사이트도 많다. 이 사이트를 통해 낯선 이국땅으로 원정 호스트 길을 떠나고 있다. 해외에서 둥지를 튼 호스트는 일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중국에서도 불법 퇴폐영업을 한 한국인 호스트바 업주에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중국 신민만보가 지난달 24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에서 한국인 남성접대부를 고용하고 호스트바를 운영한 한국인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신문에 따르면 상하이 제1중급인민법원은 최근 한국인 김모씨에 대해 음란공연죄를 적용, 징역 1년3개월에 벌금 5000위안을 선고하고 국외추방을 명령했다. 법원은 또 그에게 호스트바 운영 장소를 소개해준 중국인 여성 지(吉)모씨에 대해 징역 10개월에 벌금 3000위안을 선고했다.
김씨는 올해 초 지씨로부터 소개받은 상하이의 가라오케 두 곳에 호스트바를 차려놓고 한국인 남성접대부를 고용, 중국인 여성 손님에게 나체춤을 보여준 혐의로 기소됐다. 상하이 공안당국은 올해 3월 한국인 남성접대부가 나오는 호스트바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상하이의 한 가라오케를 급습, 한국인 남성접대원과 여성 손님을 적발했다.
일본, 중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한국인 호스트들이 암암리에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한국 연예인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한국문화를 접해보려는 여성들이 늘수록 한국 호스트의 숫자와 인기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 것.
동남아 등지에서 활동하는 호스트의 경우 한국 여성고객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관계자에 따르면 “동남아 관광을 온 중년여성 등이 한국인 호스트를 찾는 일도 많아 이 지역에서 한국 남성 호스트의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이처럼 아시아 곳곳에서 한국인 호스트들의 인기가 높아지자 국내에서 호스트를 경험했던 남성 등 젊은 남성들의 원정 호스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살펴보면 해외 호스트바에 근무하고 싶어 하는 남성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급여가 높고 호스트클럽이 발달된 일본에서 활동하길 원하는 남성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었다.
이들 중 한 남성은 “일본 호스트바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키는 177cm이고 얼굴은 잘생긴 편입니다. 그런데 일본어도 할 줄 모르고 비자문제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입니다”라며 조언을 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남성의 글 밑에는 일본에서 호스트생활을 해 본 남성들의 실감나는 답변과 일본 호스트를 알선하는 이들의 전화번호가 빼곡히 남겨져 있었다.
국가이미지 실추 우려
한국 남성 접대부가 아시아에서 인기를 얻자 우려의 시선도 늘고 있다. 그중 한 가지는 국가이미지에 먹칠을 한다는 것. 일본 등에 건너가 성매매를 하는 한국 여성들이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남성들까지 성을 팔러 해외로 떠난다는 비아냥 섞인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또 하나는 한류열풍을 주도하는 한국 연예인들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지역의 많은 호스트바들이 ‘한류스타 OOO와 닮은 선수 대기 중’이라는 등의 문구를 내세워 업소 홍보를 하고 있다. 이는 해당 연예인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 연예인들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
불법체류자 신세를 면치 못하거나 빚만 짊어지고 귀국을 하는 등의 사례들도 종종 알려져 원정 호스트들의 실상을 드러내주기도 했다. 한류열풍과 경제불황이 낳은 한국 호스트들의 해외 진출. 그에 따른 부작용이 많은 만큼 적절한 단속과 조치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