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별대담]임진년 희망 전하는 박희태 국회의장

“국민에게 사랑과 신뢰 받는 국회 만드는 데 힘 쓰겠다”

[대담 정리=이주현 기자] 다사다난 했던 신묘년(辛卯年)이 저물고 임진년(壬辰年)이 밝아오고 있다. 지난해보다 새롭게 맞이하는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 할 것이라는 희망을 안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국민 모두 다가오는 임진년에는 새로운 희망을 가득 안고 밝고 활기찬 한 해가 되기를 너나 할 것 없이 바라고 있다. ‘서울G20국회의장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대한민국의 국격을 드높이는 데 기여한 박희태 국회의장은 <일요시사>와의 신년 대담을 통해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서울 G20국회의장회의 성공적 개최 자랑스러워”
한미FTA 비준안 “직권상정에 대해선 매우 유감”


박희태 국회의장은 지난 2011년 한 해를 누구보다 파란만장하게 보냈다. ‘서울G20국회의장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대한민국의 국격을 드높이는 데 기여함은 물론, 비록 철회하긴 했지만 국회의장으로서 57년 만에 법안 발의를 하기도 했다.

18대 후반기 국회의장 취임 이후 줄곧 국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노력해온 박 의장은 서민들의 편에서 그들의 고충을 직접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서민을 위한 국회의장’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박 의장은 <일요시사>와의 신년특집대담에서 “18대 국회를 잘 마무리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할 것이다”며 “기회가 된다면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국회를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다”고 남은 임기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 18대 국회에서 누구보다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내고 계십니다. 약 4분의 3의 임기를 수행하셨는데 그간의 소회가 어떠신지요.
▲ 검사로서 22년, 국회의원으로서 23년 동안 바쁘게 살아왔지만 특히 18대 국회에서는 참으로 분주하게 보낸 것 같습니다. 16대에 이어 두 번째 당 대표를 맡았고, 양산 주민들의 도움으로 6선 의원이 되어 현재는 국회의장으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조직에서 최고봉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제가 ‘화(和)’의 길을 걸어 왔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화는 단순한 화합을 넘어서는 더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의미의 융화, 차이를 받아들이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공존의 정신을 의미합니다. 우리 사회가 화의 경지에 보다 가까이 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늘 그랬듯 최근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들이 인식이 썩 좋지 않습니다. 국민들의 신뢰를 받아야 할 ‘민의의 전당’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이를 개선할 해결방안으로 염두에 둔 바가 있으신지?
▲ 나라가 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신뢰라 생각합니다. 일찍이 공자님도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을 신(信)’자 하나라고 했습니다. 신뢰가 없으면 무너지고 말지요. 따라서 국회다운 국회, 법대로 국회, 정쟁보다는 정책으로 대결하는 국회, 싸움보다는 타협의 장이 되는 국회만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이 의장 직권상정으로 진행됐습니다. 이를 결심한 배경과 입장을 밝히신다면?
▲ 한미 FTA 비준안이 여야 간 합의처리가 되지 못하고 직권상정 되었다는 점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야 원내대표와 수없이 만나고, 대통령까지 국회로 오시게 해서 타협안을 마련하려고 마지막까지 최대한 노력을 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의 깊은 이해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 한나라당이 연이은 재보선 패배 후 거센 후폭풍에 휘말렸습니다. 당 쇄신안을 놓고 탈당하는 의원까지 속출했고 결국은 박근혜 전 대표를 주축으로 한 비대위가 출범했습니다. 선배 정치인으로서 조언을 하신다면?
▲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정당에서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고 논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당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고 무조건 ‘갈등이다’ ‘대립이다’ 이렇게 보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봅니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이 생명이지요. 현재의 상황이 겉으로는 분열되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당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일치단결할 수 있다면 국민들에게 더 신뢰받는 새로운 정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 대변인 시절 ‘촌철살인’의 명대변인으로 꼽히셨는데, 오랜만에 대변인 시절로 돌아가 현재 정치권을 논평해 보신다면?
▲ ‘선 국사 후 당사(先 國事 後 黨事)’의 자세로 여야 의원 모두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 국회 역사상 가장 큰 국제행사로 기억되는 ‘서울 G20국회의장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셨습니다. G20국회의장회의를 치르며 느끼신 점들은 어떤 것들이 있으신지요?
▲ 대한민국의 국격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엄청나게 신장했다는 점입니다. 서울 국회의장회의의 개최도 오타와 국회의장회의에서 주요국 의장들이 만장일치로 지지해주어 자연스럽게 유치하게 된 것입니다. 작금 세계가 대한민국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봅니다. 세계의 도로에 우리의 자동차가 달리고, 세계인의 가정 곳곳에 우리 가전제품이 가득 차 있으며, 세계인들의 손에는 우리의 핸드폰이 들려 있지 않습니까. 저 넓은 오대양에는 우리가 만든 배들이 가득 떠다니는 등 한류가 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원조 받던 나라에서 원조 하는 나라로, 국제질서를 따르던 나라에서 국제질서를 만드는 나라로 변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가슴 벅차고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서울 G20국회의장회의가 남긴 의미와 역사적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먼저 G20 정상회의의 합의사항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각국 의회에서 법제화되고 정책으로 제도화하는 등 후속 조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서울 국회의장회의에서는 주요국 의장들이 모인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넘어 지구촌 안전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담아낸 공동선언문을 채택했습니다. 또한 이번 서울 국회의장회의에서는 정례화의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국회의장회의가 국제현안을 논의하는 주요 거버넌스([governance] 국가경영 또는 공공경영)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결실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국회의 의원외교 역량이 그 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세계대진출’에 있어 국회가 든든한 레일을 놓는 일에 앞장서도록 하겠습니다.


- 의장 취임 이후 줄곧 국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배경이 궁금한데요?
▲ 현재 우리나라 노동현장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바로 비정규직 문제입니다. 심지어 비정규직 여직원의 경우에는 1~2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기에 안심하고 2세를 가지기도 힘든 형편입니다. 그래서 국회의장이 된 직후 국회부터 비정규직을 없애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일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추진해 왔습니다. 국민의 대의기관으로 국민들의 아픈 부분을 치유하는데 앞장서지 않으면 누가 하겠습니까. 국가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실시한 이러한 조치들이 최근 다른 공공기관이나 사기업에도 파급되기 시작해 서민과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분위기가 확산되는 것 같아 큰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회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위해 노력 “보람 느껴”
“<일요시사> 애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최근 한국 영해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어로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이로 인해 해경 한명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국민들은 극심한 비난에 나섰고 한·중 간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높은데, 이에 대한 입장과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신다면?
▲ 한중어업협정에 따라 우리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조업이 허락된 중국어선은 연간 1700여 척, 허가 어획량은 6만5000톤 정도이지만 실제 불법조업 어선 수는 20만 척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이제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단속은 전투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에서 다각적이고 단호한 재발방지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보다 강력하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한·중 간에 최악의 분쟁요인이 될 위험성이 큽니다.


- 한국경제발전에 큰 공헌을 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얼마 전 별세하셨습니다. 고인과 각별한 인간관계를 쌓아 오신 것으로 압니다만?
▲ 그렇습니다. 박태준 명예회장은 제가 대변인직을 수행 할 때 대표(민정당)로, 또 최고위원(민자당)으로 모셨지요. 많은 사랑도 받았고 격려도 받았는데 아무 보답도 못 했던 것이 여러 가지로 죄송스럽습니다. ‘철강왕’이신 박 명예회장처럼 의지와 창의력, 끈질긴 노력을 후세들이 교과서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박 명예회장이 만든 용광로에 여야가 함께 들어가 화합했으면 하는 바람도 큽니다.


- 최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사망을 어떻게 보시는지?
▲ 김 위원장의 사망이 북한으로 하여금 개혁·개방의 길로 들어서,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북한이 세계와 맺은 약속인 비핵화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남북 간의 대화도 활성화 되어서 이산가족 상봉 등 실질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김 위원장 사망이 향후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시는지요?
▲ 그거야 아직 알 수 없지요. 분명한 것은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한 치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한 뜻으로, 특히 보수와 진보를 초월해 난국을 이겨내겠다는 일치단결의 자세를 갖는다면 한반도에 평화를 더욱 공고히 정착시킬 수 있는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 소망하시는 국회의장상은 어떤 것인지요?
▲ 국회는 원칙적으로 여야가 대화와 타협으로 운영하는 곳입니다. 따라서 의장이 국회운영과 관련하여 할 일이 많다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압니다. 다만, 이런 대화와 타협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 오랜 의정경험을 바탕으로 의장이 중재를 해서 얽힌 실타래를 풀 수 있었으면 합니다. 또한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의원외교의 강화를 통해 국익에 도움을 주고 입법부의 장기적 발전방향에 대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 남은 재임기간 동안 꼭 이루고 싶으신 일이 있으시다면?
▲ 무엇보다 18대 국회를 잘 마무리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국회다운 국회가 되어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국회를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합니다. <일요시사>와 애독자들에게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일요시사> 임직원 여러분 임진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색깔 있는 신문’ ‘소리 나는 신문’ ‘향기 나는 신문’ 등 3대 취재편집 방향을 더욱 발전시켜 <일요시사>의 사세가 더욱 번창하기를 바랍니다. 또한 <일요시사> 애독자 여러분의 가정에도 웃음과 행복이 넘쳐나기를 바랍니다. 특히 <일요시사>가 각계각층의 훈훈한 미담을 더 많이 발굴해 우리 사회에 온기가 넘치게 해주시고 <일요시사> 독자를 비롯한 국민들의 사기를 끌어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박희태 국회의장 프로필>

2010.06~ 제18대 후반기 국회 의장
2009.10 제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8.07~2009.09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2004.06 제17대 국회 부의장
2004.05~2008.05 제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3.05~2003.06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2002.05 한나라당 최고위원
2000.05~2004.05 제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1996.04~2000.05 제15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1993.08 법률구조공단 이사
1993.02~1993.03 제42대 법무부 장관
1992.05~1996.04 제14대 국회의원
1988.04~1992.05 제13대 국회의원
1980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성동지청 부장검사
1966 청주지방검찰청 검사
1961 제13회 고등고시 사법과 합격
~ 1987 건국대학교 대학원 법학 박사 
1957~1961 서울대학교 법학 학사 
~ 1957 경남고등학교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