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지령800호를 발행하며

꿈에~

#1. 옛 국회의사당이었던 서울시의회. 저 멀리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걸어온다. 중간에 이 대통령은 방으로 들어갔는지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고, 박 전 대표는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종종걸음으로 다가온다.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평소 궁금했던 사항들에 대해 단독 인터뷰를 한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지만 상당히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는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아쉽게….

#2.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수많은 취재기자들 앞에서 잠깐 동안 브리핑을 한 다음 황급히 현장을 빠져나가다 나와 맞닥뜨린다.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저와 잠깐 얘기 좀 나누실까요?’라는 말에 ‘그러자’면서 흔쾌히 인터뷰에 응한다. 한참 동안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 수년 전에 있었던 ‘왕자의 난’ 얘기를 꺼내자 버럭 화를 내며 자리를 뜬다. 그 때 뒤를 돌아보니 평소 친분이 있는 전·현직 현대차 홍보실 인사들이 나를 응시하고 있다. 나는 그들에게 보란 듯이 한 번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이는 현실이 아니다. 두 상황 모두 어느 날 꿈속에서 본 생생한 ‘현몽’이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정·재계 최고의 뉴스메이커인 두 사람과의 꿈속 인터뷰는 너무도 생생했다. 깨고 나서도 한동안 가슴이 설레고 흥분을 감출 수 없었던 꿈. 더구나 꿈속 인터뷰 내용을 잠결에 ‘지렁이 글씨’로나마 정리해둘 정도였으니….

오죽하면 이런 꿈을 꿨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내년 대선에서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박 전 대표도 그렇고, 요즘 재계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정 회장도 단독 인터뷰만 성사시킨다면 그야말로 ‘인터뷰 특종’임에 틀림없다. 그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만큼 사회적 파급력과 파괴력을 지니기 때문이다.

나는 그날 꿈속에서 그런 인터뷰를 했다. 평소 하고 싶었던 말, 궁금했던 질문들을 거침없이 쏟아냈고, 그들 역시 생각지도 않은 답변을 해주었다.


과연 이것이 꿈으로만 그칠 것인가? 아니다. 꿈은 현실을 예시하는 빛이다. 꿈은 꾼 자만이 느낄 수 있고 누릴 자격이 있다.

작으나마 언론사에서 편집국장이 어떤 자리인가. 편집국장이 졸면 기자들은 자고 편집국장이 촌지를 받으면 기자들은 뇌물을 받는다. 그러면 그 언론사는 병들고 머잖아 쓰러진다.

반대로 편집국장이 꿈을 꾸면 기자들은 실천하고 편집국장이 뛰면 기자들은 난다. 그러면 그 언론사는 머지않은 장래에 ‘대형사고(?)’를 치게 될 것임은 불을 보듯 훤하다.

오늘도 <일요시사>의 편집국장은 또 다른 꿈을 꾼다.

인터넷 창만 열면 쏟아지는 천편일률적인 뉴스가 아닌 독자가 진정으로 듣고자 하는 소리가 어떤 소리인지 꼼꼼히 찾아 생생하게 들려주고, 독자의 가려운 곳과 아픈 곳을 샅샅이 찾아 시원하게 긁어주고 통쾌하게 어루만져주겠다던 <일요시사>의 500호 때 ‘다짐’과 ‘소명’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제 지령800호를 맞은 <일요시사>는 편집국장부터 말단 기자에 이르기까지 잠자면서 꾸는 꿈이 아닌 깨어있는 사고와 진취적인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고 또 다시 새로운 내일을 준비하고자 한다. 기필코 ‘사람향기 나는 신문을 만들겠다’던 그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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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