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은 많은 것을 바꿔놓는다. 소비행태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도 바꿔놓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동창회는 이런 분위기를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모임이기도 하다. 특히 동창회란 것이 단순히 예전의 친구를 찾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부와 권력을 자랑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더욱 예민한 모임이기도 하다.
IMF를 거치면서 국내의 동창회 모임은 1차적인 변화를 겪었다. 당시 잘나가던 은행권 친구들은 어느 동창회를 가든지 고개를 떳떳하게 들 수 있었다.
하지만 IMF를 거치면서 그렇게 잘 나가던 친구들이 어느날부터 동창회에 나오지 않기 시작했던 것이다. 회사가 문을 닫거나 직업이 없는 상태에서 동창회를 나오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동창회의 구성원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기도 했다. 술자리 문화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처럼 학창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며 2차, 3차를 외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동창회가 어느덧 활력을 잃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일신된 것은 IMF의 충격파가 어느 정도 가라앉았을 당시였다. 지난 2001년에 공식적으로 IMF 체제를 탈출하기는 했지만 그때부터는 본격적인 ‘계급화’가 이뤄지는 시기이기도 했다.
본격적 계급사회로 바뀌며 상류층·하류층 대별
경기 악화되면서 사라지는 동창회 구성원 속출
중산층에서 하류층으로 전락한 사람들과 기존의 상류층으로 나눠지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이 형성됐던 것이다. 물론 이때부터는 유흥문화도 새롭게 발전하기 시작했지만 예전 같지는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었다.
최근에는 또다시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미국 발 금융위기가 한국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소비심리가 급속도로 악화됐고 이런 분위기 역시 동창회에 반영되곤 했다. 또다시 IMF와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동창회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생겨나는가 하면 역시 구성원 자체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직장인 H씨는 “솔직히 지금의 경기 불황이 장기화된다는 것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는 점에서 동창회도 지금보다 더 많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동창회에서 사라지고 있는 친구들이 생기고 있다는 점에서 IMF를 넘어서는 충격파가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기가 추억을 함께한 친구들과의 관계마저 바꾸고 있다는 것은 분명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