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이 전격 구속되면서 급기야 정 대표 지도력의 한계가 드러난 탓이다. 당내에서는 이 상태로 당이 운영될 경우 ‘희망이 없다’는 지적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물론 정 대표의 지도력만을 비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야당임에도 정부 여당의 태도를 취한 것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민주당 분위기를 살펴봤다.
‘김민석 사태’는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에 대한 불만의 결정판이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이다. 지난달 24일 일어난 김 최고위원의 전격 구속은 민주당이 ‘불구속 수사 원칙’을 내세웠던 시점에서 불거진 일이어서 정 대표에 대한 불만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
또 박희태-정세균 대표간의 단독회동은 ‘정 대표의 지도력이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게 민주당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때문에 민주당 의원 한 명이 탈당을 할 경우 연쇄 탈당을 할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지도부 ‘무용론’ 확산
‘정 대표가 지도력이 없다’는 평가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온 말이다. 강성이미지가 아닌 안정적인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은 ‘여당 대표의 이미지’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민주당이 국정감사 기간 내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론을 내세웠지만, ‘쌀 직불금’ 이외에는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다. 또한 국가 지급 보증 동의안을 통과시켜주면서도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경제 정책에 대한 책임을 묻지도 않았다. 이는 민주당이 나아갈 방향을 잃었다는 얘기와 마찬가지라는 것.
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에 대한 사퇴론도 펼쳤지만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말만 앞설 뿐 행동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게 민주당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아울러 10·29 재보선 참패도 결국 도마 위에 올랐다. 단독 출마한 전북 임실 기초의원 1명을 당선시켰을 뿐 전남 여수에서까지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패배했다. 뿐만 아니라 제1야당임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은 10%안팎에서 허우적대고 있을 정도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 대표의 지도력을 비롯해 ‘지도부 무용론’, ‘조기 전당대회 개최설’ 등 비난의 목소리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제1야당으로서의 아성을 찾기는 힘들다. 오히려 민주노동당 지지율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다. 당 지도부는 와해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대안 정당은커녕 당내 분위기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다. 일부에서는 차라리 추미애 의원을 당 대표로 선출했다면 이 정도 상황까지는 안 됐을 것이라고 후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당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민주당의 앞날을 책임질 만한 인물이 없다는 점도 최대 아킬레스건”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민주당의 고질병인 ‘정체성 문제’가 정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현 민주당은 진보·보수의 갈림길에서 뚜렷한 색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진보적인 성향을 내비칠 때는 민주노동당 이미지를 추구할 수밖에 없고, 보수적인 성향을 띌 때는 한나라당에 가깝다는 점에서 정체성을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같은 점을 우려해 민주연대, 구인 모임, 민주시니어 모임 등에서 민주당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그에 앞서 정 대표 때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민주당 외곽조직 세력들 중 구심점 역할을 한 만한 단체가 없다는 게 민주당 한 관계자의 귀띔이다.
실제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은 당 정체성이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심지어 민주당 일부에서는 ‘차리리 분당하는 게 낫다’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정치 모임에서 정 대표를 비판하는 세력들도 급증하고 있다. 자칫 정 대표의 지도력·리더십 부재가 민주당 내부 갈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일부의원 아직도 ‘여당’ 행세
민주당 의원들의 안일한 태도도 문제다. 10년 만에 여당에서 야당으로 변모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태도가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
실제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일부 의원들은 ‘정부 여당’으로 생각하고 활동하고 있다”며 “민주당 의원들이 당에 관심을 가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수색채를 띤 의원을 비롯해 개혁성향을 띤 의원들이 이합집산으로 모여 있다 보니 민주당이 뚜렷한 색깔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 대표의 지도력·리더십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민주당 전체가 위기에 봉착해 있는 상태다. 당내 갈등을 비롯해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너에 몰린 정 대표가 위기에 내몰린 민주당을 구할 수 있을지 여부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