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신종마약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눈만 뜨면 새롭게 신종마약이 등장하고 있어서다. 실제 기존 필로폰, 대마초 등과 함께 이름도 생소한 마약류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형태도 변하고 있다. 케타민, 크라톰 등 신종 마약들은 투약자들이 사용할 때 사용상 불편함이 최소화 됐다. 캡슐, 일반 알약 모양의 정제, 액체, 또는 술에 타 먹는 분말 형태로 변화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세간에선 이에 대해 대한민국도 마약과의 위험에서 더 이상 안전지대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마약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도 아직까지 마약으로 등재가 되지 않거나 아직도 인터넷 상에 여전히 판매되는 것도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밝혀지고 있는 신종마약에 대해 집중취재해 봤다.
눈만 뜨면 선보이는 이름도 생소한 신종마약
마약으로 지정 안 돼, 인터넷서 버젓이 판매
정맥주사 형태에서 술에 타먹는 형태로 투약 방법 변화
세간에선 ‘마약지대서 안전하지 못하다’ 우려의 목소리
최근 등장하고 있는 신종마약들은 투약하기 편한 형태로 바뀌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신종마약은 캡슐, 일반 알약 혹은 술에 타 먹는 분말 형태를 띠면서 거부감을 줄이고 2차 가공을 거쳐 기존의 백색을 갈색으로 바꾸는 등 쉽게 구분하기 힘들게 만들어지고 있다.
2차 가공 거쳐
쉽게 구분 힘들다
국내에선 최근 드러나고 있는 향정신성의약품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지난 2006년부터 마약류로 분류·관리되고 있다. 암페타민, 메스암페타민 등의 각성제는 마약대용약물이지만 아직 마약류로 분류되지 않아 사이버 상이나 주류점 등에서 쉽게 구매가 가능하고, 일부는 건강기능식품 형태로 팔리기까지 하고 있다.
무엇보다 젊은 층의 유흥문화를 통해 신종마약이 퍼지고 있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례로 서울 강남의 부유층 자제들이 여성을 성폭행하기 위해 사용했다고 알려진 GHB의 경우 상대방 몰래 술이나 이온음료 등에 섞어 섭취토록 하기 때문에 미국이나 캐나다, 유럽 등에서는 ‘데이트 강간 약물’로 불리기도 한다.
물에 타는 필로폰이라 하여 속칭 ‘물뽕’으로 불리는 이 마약은 복용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몸이 처지는 느낌이 드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직까지도 인터넷 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어 우려가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정신적으로 예민한 상태의 청소년들이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마약의 구렁텅이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신종마약 ‘야바’
산업연수생 통해 반입
지난 11월26일, 부산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국내에 입국한 태국인 근로자를 상대로 신종 마약인 ‘야바’를 전국으로 유통시킨 판매조직과 투약자 등 221명을 검거했다.
불법체류 근로자인 공급총책 H(30)씨의 경우 지난 7월 초, 항공 특송수하물을 통해 태국에서 야바 4000알(1억5000만원 상당)을 밀반입해 부산, 경남, 충북, 경기 지역 등 전국 80여 개 공단에 근무하는 태국인을 상대로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야바’는 히로뽕과 카페인, 코데인을 섞어 알약 형태로 만든 신종마약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투약이 간편해 태국인들 사이에서는 보편화된 마약이다.
야바는 캡슐 1알(0.2g)에 태국돈 100~120바트(3000~5000원 상당) 정도지만 국내에 들어오면 1정당 3만~5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10만~30만원 하는 히로뽕(0.03g)보다 저렴해 태국인 근로자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야바는 태국의 마약조직이 직접 제조한 것으로 국내에 들어온 산업연수생이 이를 들여와 외국 노동자뿐 아니라 내국인에게까지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추세다.
마약퇴치본부에 따르면 세계 최대 마약밀매조직인 ‘쿤사’가 개발한 야바는 태국에서는 ‘말처럼 힘이 솟고 발기에 좋은 약’이라고 해서 ‘Horse Medicine’으로 통용되고 있다. 그동안 태국과 일본, 호주 등에서 청소년층과 격무에 시달리는 회사원들을 중심으로 남용되던 야바가 2000년부터는 국내에서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한 번 복용하면 3일간 잠을 자지 않을 정도로 환각효과가 강하며 중독성도 강하고 기존 히로뽕과 달리 노란색이나 붉은 색을 띠고 있는데다 정제나 캡슐형태여서 의약품으로 위장하기도 쉽다는 장점이 있다.
주사기로 투약하는 번거로움이 없고 소주·맥주에 넣어 희석시켜 마시거나 은박지에 넣어 라이터 불로 가열한 후 연기를 흡입하는 방식으로 이들은 숙소나 술집, 공장에서 상습적으로 투약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태국 근로자들은 도박을 할 때 잠을 자지 않고 정신 집중을 하거나 야간 및 심야근무 때 피로를 잊기 위해, 또는 향락을 즐기기 위해 주로 야바를 투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에 공급 책으로 검거된 H씨는 국내에선 경기도 평택소재 D 펌프 제작 공장에서 일했던 평범한 외국인 근로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실은 태국 마피아 조직원이다.
태국마피아 개입
월급날이면 칼 들고 협박
지난 2005년부터 올해 7월까지 근무하다 불법 체류자가 된 케이스다. 그는 도박으로 전 재산을 탕진한 후 야바를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친구가 귀국하면서 주고 간 마르샤 대포차를 이용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었다.
그는 대포차를 이용 수원, 진천, 고령, 울산, 부산, 경남 등 부부가 직접 판매하거나 중간 판매책을 이용 전국 82개 공장 태국인 근로자를 상대로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던 도중 경찰에 검거됐다.
야바 구입 시 대포통장을 이용 자국의 방콕은행과 끄롱타이 은행 계좌로 송금하고 항공택배 등을 이용 밀반입을 하는 등 치밀함까지 보였다. 평소에도 중간 판매자의 월급날이면 판매대금을 받지 못할 것을 대비 협박용으로 칼을 소지하고 다니면서 조직원으로서의 면모도 유감없이 보여줬다.
반면 경찰은 지능적이고 엽기적인 방법이 등장하면서 경찰 단속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마약 밀반입 경로가 더 영악해지고 치밀하게 변해 마약 조직들은 사슴벌레 몸통, 자전거 프레임, 가짜 바나나 등을 이용한 엽기적인 방식의 마약 유통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번 태국인 전국밀거래 조직을 검거할 때, 항공수하물 우편집중국 상대 내용물을 확인하거나 외국인 전용주점 탐문 등을 통해 검거했지만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경찰 단속에 어려움 호소
지능적·엽기적 방법 등장
경찰은 보통 정보제공자나 투약자들을 검거하면 형량을 감량시켜 주는 조건 등으로 수사 범위를 조금씩 확대해 가지만 이 방법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수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의 경우 노동부 고용지원센터 외국인취업자 파악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윤각을 잡아갈 수 있었지만 불법체류자의 경우 숫자와 체류지역 정보가 없어 전혀 손도 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시민단체와 관련단체, 마약관련 전문가들은 현행 마약 정책이 적발·처벌에 치중해 있어 투약자들을 위해 재활치료를 통한 사회적응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