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수> KT&G 내부 괴문서 공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0.29 10:44:22
  • 호수 11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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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카르텔’이 꽉 잡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 1팀] 박창민 기자 = KT&G의 ‘내부 사장 승진 원칙은 철옹성 같다. 역대 모든 정부의 외풍을 견딜 만큼 견고했다. 하지만 철옹성 같은 원칙에 이면이 있었다. 이 때문에 조직이 휘청거리는 갈등에 치달았다. <일요시사>가 내부 관계자로부터 입수한 ‘KT&G 경영실태 보고서’는 전임 사장들로부터 이어지는 특정 인맥이 경영진을 장악해 패거리식 기업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공기업 민영화의 성공모델 KT&G. 민영화 이후 20여년간 내부 인사가 최고경영자에 올랐다. 역대 모든 정권서 KT&G에 낙하산 인사를 투입하려고 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이명박정부 때 임명된 민영진 전 KT&G 사장은 KT&G가 민영화되기 전인 전매청 시절부터 근무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촌 처남인 김재홍 전 KT&G 사장의 최측근이었기 때문에 ‘친이(친 이명박)’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그래도 내부 출신이었다. 

누가?
무슨 이유로?

박근혜정부는 KT&G 사장 자리에 노골적으로 눈독을 들였다. ‘최순실 국정 농단’ 수사 과정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KT&G 사장 후보자를 인사 검증한 문건이 발견됐다. 2015년 대대적인 검찰 수사로 민 전 사장을 끌어내렸다. 

하지만 민 전 사장은 측근인 백복인 당시 전무를 후임으로 정하면서 사실상 KT&G 사장 자리를 물려줬다. 박근혜정부의 낙하산 투입은 실패했다. 


문재인정부도 KT&G 사장 인사에 관여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기획재정부는 KT&G의 2대주주인 기업은행을 통해 백 사장의 연임에 공식적으로 반대하면서 판을 흔들었다. 그런데도 백 사장은 정부의 외풍을 뚫고 연임에 성공했다.  

KT&G는 ‘사장은 내부 출신’이라는 철옹성 같은 원칙 덕분에 민영화 기업인 포스코, KT에 비해 정치권 입김에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이 원칙에 또 다른 속사정이 있다. 이 속사정 때문에 KT&G가 흔들리고 있다. 

KT&G 내부가 전임 사장들로부터 이어지는 ‘TK 카르텔’로 오랜 반목이 이어지고 있다는 문건을 <일요시사>가 입수했다. ‘KT&G 경영실태와 올바른 방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보면 ‘10여년 걸친 TK 고향의 TK대학 출신자 중심 핵심경영층 독점’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문건은 KT&G 고위 관계자들이 내부 자료를 취합해 만든 문건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KT&G 내부 관계자들이 기획실 등 주요 부서의 자료를 토대로 작성했다. 회사 내부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리한 자료”라고 귀띔했다. 

문건에 따르면 경영진 행태에 대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행태 반복’이라고 지적했다. 김·민 전 사장과 백 사장에 이어지는 특정 인맥이 경영층 독점 및 지배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철옹성 같은 내부 승진 원칙    
‘경영실태 보고서’ 보니 ‘헉’

지난 7월1일자로 민 전 사장이 KT&G복지재단 이사장에 올랐다. 


KT&G 내부 관계자는 “백 사장 승인 없이 민 전 사장이 KT&G에 복귀하는 건 불가능하다. 민 전 사장은 비리로 검찰 수사 때 사임한 전 사장이기 때문에 다시 돌아오는 건 악수”라고 말했다. 이어 “백 사장은 민 전 사장의 최측근이다. 이들은 KT&G ‘TK 카르텔’의 정점”이라고 설명했다.

문건은 또 KT&G복지재단 이사 중 일부가 민 전 사장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일간지 기자 출신인 이모씨는 민 전 이사장이 추천, 탤런트 이모씨는 고모 전 KT&G 사외이사의 추천으로 선임된 것으로 전해진다. 

문건에 따르면 고 전 이사는 민 전 사장과 두터운 친분 관계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백 사장의 추천으로 고 전 이사는 2016년 2월 KT&G 사외이사에 올랐다.  

KT&G의 주요 지배 세력은 TK 출신인 것으로 보인다. 문건에 따르면 출신 지역(대구·경북), 출신대학(영남대, 경북대, 계명대, 대구대)이 모두 TK 지역인 특수한 형태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견고함이 강화됐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역량 있고, 의식 있는 임직원의 성장 기회가 박탈됐다. 인사적 소외와 퇴출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문건은 전했다.

백 사장이 회사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연임과 임기유지에만 몰두한 것으로 전해진다. 백 사장은 연임을 위해 정부와의 협의 내용도 폭로하겠다고 이사회를 협박했다고 한다.

지난 5월16일 MBC가 보도한 ‘기획재정부의 KT&G 사장 인사개입 정황 문건 입수’ 보도가 KT&G의 기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보도는 기재부가 기업은행을 통해 백 사장 연임에 반대했다는 내용으로 당시 파문이 일었다.

문건에 따르면 백 사장이 지난 1월 해당 기재부 문건을 입수했다. 청와대 민수석실의 지인으로부터 입수했다는 설이 파다하다. 이후 지난 1월26일 이사회서 관련 내용을 설파한 것으로 전해진다.

10년간 KT&G 사장
특정 인맥이 장악?

문건에는 또 현재 백 사장이 금융감독원의 정밀감리 대응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써있다. 지난 3월부터 금감원은 KT&G 인도네시아 트리삭티 인수 의혹에 대해 정밀감리에 착수했다. KT&G는 2011년 인도네시아 담배회사인 트리삭티를 인수했다. 

이후 이중장부로 인한 분식회계, 자산 과다계상, 에스크로 자금 지급, 베트남 수출선 무상 양도 등 불법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백 사장은 당시 전략기획본부 본부장으로서 해외 신사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전 임직원들은 지난 1월 백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문건에 따르면 백 사장은 금감원 감리가 시작되자, 김앤장을 로펌으로 선정했다. 금감원의 요구 자료 제출을 최대한 늦추는 방법 등으로 현재까지 대응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문건에는 KT&G 현 경영진에 대한 평가도 있다. 신뢰가 낮고, 미래에 대한 비전 상실로 전반적인 분위기가 침체돼있다고 전했다.


올해 2월 회사는 임직원 30∼50명에 대해 휴대폰 압수조사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 인권침해소지가 다분했지만, 임직원들은 생존을 위해 어떠한 저항도 못했다고 문건은 전했다. 지난 7월에는 KT&G가 대대적으로 임직원 컴퓨터를 교체했다. 문건에는 ‘노후 PC교체 명분이었지만 규모·前例(전례)·시기로 볼 때 향후 검찰 수사 대비 일환’이라고 기재돼있다. 

특정 인사들 쥐락펴락…
임직원 성장 기회 박탈?

최근 KT&G 관련 내부고발성 글에 등장한 A사외이사와 관련된 내용도 해당 문건에 자세히 나와 있다. A이사는 도를 넘는 경영·인사 개입으로 도마에 올랐다. 심지어 지난 16일 오후 5시경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왜 우리 KT&G는 A사외이사의 놀이터가 돼야 하나요?’라는 글까지 올라왔다. 

A이사는 충남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로 국내서 손꼽히는 회계 전문가다. KT&G 이사회 8명(사내이사 2명·사외이사 6명) 중 3명이 A 이사의 지인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외이사 구성을 보면 회계 전문 3명, 정관계 2명, 기타 1명으로 채워졌다. 회계 전문 이사들은 모두 A이사와 관련된 것으로 전해진다.

KT&G가 재선임한 이모 이사는 한국세무학회 이사장이다. A이사와 함께 KT&G 사외이사였던 이모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의 사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규 선임된 이모씨는 외국계 의류기업의 재무, 운영 담당 전무로 근무 중이다. 

A이사의 대학 동문의 부인인 것으로 전해진다. 문건에 따르면 A이사가 이씨를 KT&G 사외이사로 추천했다고 평했다. 


사내 인사개입, 과도한 경영개입 등 전횡을 일으키고 있다고 문건은 전했다. 

KT&G 내부 관계자는 “A이사가 이처럼 KT&G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이유는 백 사장의 약점을 쥐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이사는 앞서 KT&G 인도네시아 트리삭티 인수 의혹을 조사했던 당사자다. 

앞서 관계자는 “A이사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백 사장의 비리를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인사”라고 설명했다.

직원들 휴대폰 압수 조사 왜?
경영·인사 개입 사외이사도

문건에는 전임 사외이사의 실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앞서 KT&G복지재단에 탤런트 출신 이사를 추천한 고 이사는 2016년 3월 BH(청와대)내정 주장으로 KT&G 사외이사에 입성했다. 또 BH 추천 사칭 등 문제로 그해 8월경 비밀리 사임각서 제출 후 식물이사로 전락했다고 한다. 그 다음해 3월 주총서 사임했다.

단국대 교수인 손모 전 KT&G 사외이사는 2015년 2월 선임됐다. 2016년 7∼8월 조교 성추행혐의, KT&G 중국 개발 사업 강요와 이권개입 등 문제로 그해 12월 사임했다. 대전국세청장이었던 박모 KT&G 사외이사는 2014년 3월 선임됐다. 세무조사 무마 등 개인 비리 의혹으로 사임했다. 

비리 혐의 사임
전 사장의 컴백

KT&G 측은 이 문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KT&G 관계자는 “해당 문건은 회사 차원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KT&G 입장은? “사실과 다른 부분 많다”

KT&G 측은 ‘KT&G 경영실태와 올바른 방향’문건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회사 관계자는 “관련 문건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 다만 당사의 성장과 발전을 바라는 의도로 여겨진다”고 답했다. 다음은 회사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해당 문건에 대해 사측은 알고 있었나?
▲당사는 관련 문건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 다만, 추측건대 아마도 당사의 성장과 발전을 바라는 의도라고 여겨진다. 

-문건에서는 10여년 간 KT&G 경영진이 TK 출신 중심이 독점했다고 한다. 
▲사실과 다르다. 우선 역대 KT&G 사장의 출신은 특정 지역과 학교에 한정돼있지 않다.(백복인 사장: 경북/영남대, 민영진 전 사장: 경북/건국대, 곽영균 전 사장: 인천/서울대, 곽주영 전 사장: 전남/부산대) 당사의 사장은 사외이사들로 독립적으로 구성된 사장후보추천위원회 엄정한 심사에 거쳐 추천되고 이사회 및 주주총회 의결을 통해서 선임된다. 60여명인 임원들의 출신 또한 특정 지역과 학교에 편중되지 않고 다양하게 분포돼있다.

-특정 인맥이 인사를 독점해서 임직원이 기회를 박탈당하고 소외됐다고 문건은 전했다. 
▲사실과 다르다. 조직 내의 경쟁구도 속에서 탈락하게 되면 일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이는 비단 당사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검찰 수사를 받고 사임한 민영진 전 KT&G 사장의 KT&G복지재단 이사장 복귀가 부적절하다는 시각이 있다.
▲사실과 다른 점이 있다. KT&G복지재단은 동 재단의 이사회에서 당사의 사회공헌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실천할 적임자로 민영진 전 사장을 추천, 선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 불거졌던 A사외이사 문제에 대해서 회사 차원 입장은?
▲최근 국민청원의 A이사 관련 내용은 당사 직원이라고 밝힌 청원자의 개인적인 의견 내지 주장이다. 이러한 의견은 존중하지만, 내용 중에는 당사가 알지 못하는 개인적인 부분, 소문 내지 추정 등이 포함돼있어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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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