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조준 ‘세종 스캔들’ 파장

‘사정 폭탄’돌고돌아 결국 봉하 투하?

변죽만 울리고 있는 검찰의 저인망식 수사에 ‘세종 스캔들’이 걸려들었다. 이 검은 고리는 세종증권에서 농협을 타고 참여정부로 연결될 조짐이다. 결국 검찰의 칼끝이 친노계를 정조준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최근 다시 떠오른 휴켐스 헐값 매각 등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농협을 둘러싼 각종 의혹도 검찰이 병행 수사하면서 ‘전 정권 사정 시나리오’가 제대로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여기저기를 쑤시던 검찰이 표적에 바짝 다가선 기류마저 감지된다. 과연 이들 두 사건이 참여정부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검찰이 지난 20일 김형진 전 세종증권 회장을 전격 체포했다. 김 전 회장이 대표로 있는 세종캐피탈이 2005년∼2006년 제조업체인 상장회사 H사의 주가를 조작한 의혹을 캐기 위해서다.
2005년 10월 H사의 주식 308만주(14.7%)를 매수해 2대주주로 올라선 김 전 회장은 주가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앞서 세종캐피탈과 대부업체 5∼6곳 등을 압수수색해 김 전 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이 정작 예의주시하는 부분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김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 의혹이다.

세종증권은 2006년 1월 농협에 인수됐다. 농협은 세종증권의 지주회사격인 세종캐피탈이 보유한 세종증권 지분 1160만주(47.6%)를 주당 8910원, 총 1039억원에 사들였다. 농협은 이후 세종증권에서 NH투자증권으로 이름을 교체했다.
거액의 비자금과 로비 의혹이 제기된 것도 이때부터다. 세종증권은 NH투자증권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주가가 무려 10배 이상 폭등했고, 김 전 회장은 그만큼 거액을 챙길 수 있었다. 실제 2001년 1월 2000원 정도였던 세종증권의 주가는 농협 인수 직전 2만원대로 뛰었다.
이 무렵 증권가에선 NH투자증권의 주가가 오른 배경에 참여정부 인사들이 연루, 이익금을 분배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에 개입한 뒤 내부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내용이다. 호남 출신인 김 전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실세 정치인 K씨, 노무현 정부의 실세였던 C씨 등과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당시 농협 회장은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 부지 매각과 관련해 현대·기아차그룹으로부터 3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2006년 5월 검찰에 구속 기소돼 징역 5년형을 선고받은 정대근씨다. 검찰은 최근 참여정부 인사들의 개입 여부를 수사하기 위해 복역 중인 정씨를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도 노 전 대통령은 물론 참여정부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정씨는 지난 정권 5년 내내 참여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정부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검찰은 정씨의 금품수수 수사 당시 정치권 인사들의 연루 정황을 추적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뿐만 아니다. 전 정권을 향한 검찰의 예리한 칼끝은 또 있다. 바로 휴켐스 헐값 매각 의혹 수사다. 이 사건 역시 농협을 통해 전 정권 인사들을 정조준하고 있는 형국이다.
검찰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농협의 자회사였던 휴켐스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농협이 태광실업에 정밀화학업체인 휴켐스를 300억원이나 할인된 가격으로 매각했다는 정황이다.
농협은 2006년 6월 휴켐스 주식 46%를 1777억원에 태광실업에 넘기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77억원과 127억원씩 금액을 낮춘 바 있다.

농협 세종증권 인수과정 전 정권 인사 개입 수사
‘김형진 게이트’추적… 휴켐스 의혹도 병행 조사

박 회장도 빼놓을 수 없는 노 전 대통령 측근 중 측근으로 꼽힌다. ‘노의 남자’란 별칭이 따라붙을 정도다. 부산·경남 지역에서 거물급으로 통하는 박 회장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노 전 대통령 일가와 경남 김해 같은 마을에 살면서 예전부터 알고 지낸 남다른 인연으로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2002년 대선에서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지역에선 “박연차 인생도 고속도로처럼 뻥 뚫렸다”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살고 있는 봉하마을 부지도 박 회장의 측근이 노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씨에게 판 땅이다.
박 회장은 이미 검찰과 ‘대협공’을 펼치고 있는 국세청의 세무조사 과정에서 계열사의 횡령 및 탈세 혐의가 일부 확인돼 출국금지된 상태다. 특히 박 회장은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한 시점을 전후해 지인 명의로 세종증권의 주식을 사고팔아 거액의 차익을 거둔 혐의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이 두 사건 모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지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선이 쏠린다. 검찰의 수사가 전 정권에 대한 사정 작업으로 비춰지는 대목이다.
대검 중수부는 주로 정치인 등 고위층 관련 대형 비리 사건을 수사하는 부서다. 주요 수사 내용을 검찰총장에게 수시로 직보할 정도로 막강 파워를 자랑하는 중수부는 정권 교체 이후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10년 동안 불거진 각종 비리와 특혜 의혹 정보를 다시 꺼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친노 인사 ‘표적 사정설’에 대해 “우연일 뿐”이라고 딱 잡아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특정 인물을 겨냥한 표적 수사가 아니다”라며 “전 정권 인사들의 연루 부분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참여정부를 향한 검찰의 수사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검찰은 작은 티끌도 끝까지 물고 늘어질 태세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검찰은 전체적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재계에 사정없이 휘몰아치고 있는 ‘검풍’이 어떤 방식으로, 누구를 타깃으로 ‘세종 스캔들’을 터뜨릴지 주목된다.


김형진 전 세종증권 회장은?
사채시장서 잔뼈 굵었다!

1958년 전남 장흥 출신인 김형진 전 세종증권 회장의 전직은 사채업자다. 1982년 H캐피탈을 설립하면서 제3금융권에 뛰어들어 1998년 세종기술투자란 창업투자회사를 세운 뒤 이듬해 부도 위기에 몰린 동아증권을 인수해 세종증권(현 NH증권)으로 키운 뒤 2006년 1월 농협에 매각했다.
IMF 사태 직후 자금난에 빠진 기업들의 회사채 1조7000억원어치를 정부 허가 없이 사고팔아 417억원의 차익을 얻은 혐의로 1999년 구속기소되기도 했다.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2002년 항소심에선 벌금 4500만원에 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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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