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딜레마에 ‘정세균 위상’ 달랑달랑

민주당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김민석 최고위원의 거취문제로 인해 최대 난관에 봉착했다. 당 차원에서 처음 대응했을 때는 ‘검찰의 부당한 야당 탄압’이라며 강력 대응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법원이 확보된 증거를 제시하며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구속영장 집행을 위해 수사관들이 잇달아 당사를 방문했다. 더욱이 김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영장 집행에 대한 불응 방침을 철회하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복잡한 기류가 형성돼 연일 주판알을 퉁기고 있을 정도다. 자칫 민주당과 검찰 간의 정면충돌이 빚어질 것으로 보이는 ‘전투’ 내막을 취재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혐의를 받고 있는 ‘김민석 사태’가 새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민주당 최고위원들이 신원보증까지 하면서 불구속 수사를 촉구했다”며 “그럼에도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 한다면 실질심사를 받겠다는 게 김 최고위원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민주당이 고수한 ‘강경모드’가 한풀 꺾인 기세다. 대신 단서조항이 붙는다. “법정에서 무죄를 밝히고, 야당 탄압이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실제 민주당은 김민석 최고위원을 구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있는 상태다. 불구속 수사를 요구하기 위해 ‘신원보증’을 서기로 했던 것으로 이는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코너에 몰린 민주당이 극약처방으로 ‘최후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 대표는 물론 최고위원 전원이 김 최고위원의 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재판 출석을 날인된 문서로 보증하기로 한 것이다. 

강경모드 꺾인 진짜 속내
“야당 탄압 보여주겠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지도부 개개인이 정치적 생명을 건 것”이라며 “당이 ‘김민석 구하기’에 대한 여론과는 상관없이 정면대응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김 최고위원에 대한 구속영장 시한이 다가오면서 더 이상 버틸 경우 당의 위상이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김 최고위원 때문에 당내 갈등도 확산될 조짐이다. 구민주계와 열린우리당 간의 갈등이 대표적이 사례다.


민주당 한 관계자에 따르면 A의원이 ‘입김’을 불면 단지 3분 정도만 김 최고위원의 상태를 살피고 있을 뿐 그렇지 않을 때에는 ‘무방비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자칫 김 최고위원의 사태로 당내 갈등이 확산될 수도 있다는 게 민주당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실 정 대표는 강경투쟁과 관련한 여론 악화와 당내에서 제기된 ‘대응책 실패론’으로 인해 입장이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 대표 위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내 의원과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법 집행까지 막고 나선 것은 지금까지 유지해온 합리적 온건 성향의 이미지를 깨버린 정 대표답지 않은 선택이라는 것. 이 때문에 악수(惡手)를 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악수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촛불집회 등 한미FTA 체결을 놓고 농성까지 벌였지만 아무런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또 당 정체성 문제가 연일 거론되면서 민주당의 색깔을 제대로 내지 못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를 입증하듯 민주당은 지난 10월 지방선거에서 대패했다. 기초단체장 2곳, 광역의원 3곳, 기초의원 9곳 등 14개 지역 중 5명의 후보를 냈으나 전북 임실군에서 무투표 당선된 기초의원 1명을 빼고는 모두 낙마했다. 후보를 5명밖에 내지 못한 것도 부끄러운 일인데, 충남·인천에서 참패한 것은 물론 텃밭인 여수에서도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패했다.

재보선은 조직력이 중요한데 여수에서 민노당에서 진 것은 조직력에서도 민노당에 밀린 것이라며 당 지도부의 리더십에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당 지도부는 선거결과와 관련해서 선거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 언급이나 사과도 하지 않았으며 “최선을 다했지만 아직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 같다”는 김유정 대변인의 평범한 논평으로 대신했다.

이제 겨우 4개월을 넘긴 정세균 대표 체제에 대해 당내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 가고 있는 양상이다. 최근 지지율이 바닥을 달리고 있는데, 민주당은 반대급부조차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에는 당을 이끌어갈 ‘스타플레이어’가 없다는 것도 지지율 하락의 원인 중 하나다.

비공개 난상토론
내부 의견 엇갈리기도


한나라당이 박근혜 전 대표, 정몽준 최고위원,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등 차기 대권주자들이 즐비하게 포진해 있고 지지율이 40%대에서 50%까지 근접한 것과 반대로 제1야당인 민주당 지지율에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 당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종전보다 5% 정도 하락하면서 현재 당 지지율이 10%대 초반에 겨우 턱걸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대표는 당 관계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리고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한 해법 찾기에 나섰다. 지도부의 행보가 ‘비상시국’과 다름없다는 것이 민주당 당직자의 전언이다. 자칫하면 한자리수로 지지율이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도 예상된다. 정부·여당의 지지도 하락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반사이익도 얻지 못하고 있다.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불붙을 가능성이 높다. 눈에 띄는 차기 대권주자도 아직 없다는 것을 보면 정권 탈환이라는 지상목표 달성은 물 건너 간 듯한 양상이다.

나름대로 당력을 집중해 사퇴를 요구한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오히려 힘을 받아 자신들의 위상 강화에 나서고 있어 무기력하게 여당에 끌려 다니고 있다는 지적이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C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11월5일과 6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한 주간 정례조사 결과, 한나라당은 45.1%로 조사되었다. 전 연령층에서 지지율 1위를 차지한 한나라당은 20대와 50대 이상에서 특히 강세를 보였다.

성별로는 남성의 55.9%가 여성의 33.6%가 한나라당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10.29 재보궐 선거 참패와 김민석 최고위원 영장청구로 논란을 빚고 있는 민주당은 전주 대비 5.5% 하락한 19.3%로 나타났다.

지난 11월17일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김 최고위원의 처리 문제를 놓고 격렬한 난상토론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최고위원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하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보증서를 검찰에 제출하자는 제안을 했다. 검찰에 불구속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민주당 의원 전원이 의원직을 걸고 김 최고위원의 신원보증을 하자는 것.

이에 정 대표는 “각서로 검찰에 압력을 넣으면 중립성을 중시하는 검찰에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최고위원이 임시국회가 끝나면 검찰이 김재윤 의원도 구속을 시도할 것이라며 재차 요구하는 동시에 또 다른 최고위원도 동조하자 정 대표는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면서 짜증섞인 모습으로 토론을 끝내버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평소에는 회의를 진행하면서 좀처럼 감정을 표시하지 않는 정 대표가 이날은 매우 이례적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회의 참석자들이 회의를 끝내고 밝힌 일화다.

한편, 검찰은 11월17일 김 최고위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집행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과 관련해 민주당을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김수남 3차장검사는 “김 최고위원은 이미 범법자가 됐지만 그를 붙들고 있는 민주당에 더 큰 실망감을 느낀다. 지금이라도 김 최고위원 본인과 민주당이 법 집행에 순순히 응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 차장검사는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범법자를 보호하는 것이 당론이라니 참으로 애처롭고 안쓰럽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김 최고위원이 사업가 두 명에게서 4억7000여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것 외에 차명계좌에 추가로 2억~3억원을 입금 받은 사실을 추가로 확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검찰은 김 최고위원이 작년 8월 중국에서 사업하는 박모씨에게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설 예정이라며 경선을 치르는 데 필요한 자금을 보내줄 것을 요청해 며칠 뒤 자신의 계좌로 2억원을 송금받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추가 범죄 확인
사실과 다른 부분 찾아내

또 작년 12월에는 중국에서 사업하는 문모씨를 서울 여의도 커피숍에서 직접 만나 문씨 명의로 된 수표 15만 홍콩달러(1788만원 상당)를 정치자금으로 받았으며 올 2월부터 6월까지 14차례에 걸쳐 총 26만5000달러(2억5328만원 상당)를 차명계좌로 송금받은 사실도 밝혀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검찰은 김 최고위원이 문씨로부터 송금을 받을 때 자신이 직접 건네준 9명 명의의 차명계좌를 번갈아 사용했으며 2만 달러 이상 송금 때 적용되는 국세청 추적을 피하려 1만9000여 달러씩 송금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총선을 앞둔 2월 11차례에 걸쳐 집중적으로 송금됐으며 하루 6차례 각각 다른 명의 계좌로 분산 송금된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위원이 문씨를 지난 2월 홍콩에서 만났을 때 자신의 차명계좌로 추적을 피할 수 있도록 돈을 나누어 보내달라고 부탁했다는 문씨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문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실제로 김 위원의 계좌를 추적한 결과 문씨는 2월21일부터 27일까지 10차례에 걸쳐 8개의 차명 계좌에 1만2200달러∼1만9700달러씩 모두 18만6900달러를 보냈던 것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김민석 최고위원이 그의 후원자인 문씨를 정치 재개 활동을 시작하고 난 뒤에서야 처음 만났던 것으로 추정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그동안 김 위원과 홍콩사업가인 문씨의 출입국 기록을 비교 분석한 결과 2007년 12월30일에 두 사람이 처음 대면했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12월30일은 바로 문씨가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김 위원한테 15만 홍콩달러(약 1790만원)을 건넨 날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문씨가 사전에 김 위원을 다른 사람한테 소개받고 전화 등 간접 접촉을 통해 정치 후원금을 주기로 약속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이 만난 시점은 둘 사이에 오간 돈의 성격을 규명하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돼 수사에서 김 최고위원의 혐의를 입증하는 주요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최고위원은 “문씨는 정치활동 하기 전에 처음 만나 순수한 의미에서 나를 지원해준 키다리 아저씨와 같은 분”이라며 일관되게 자신이 일명 ‘키다리 아저씨’라고 부르는 문씨를 정치 활동을 다시 시작하기 전에 만났다고 해명했었다.

김 최고 위원은 문씨를 2006년 말 혹은 2007년 초에 처음 만나 유학비를 꾸준히 지원받았다고 말했었다. 검찰은 김 위원의 이런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김 위원의 차명계좌를 포함해 여러 개의 계좌 추적활동을 벌였다. 검찰은 김 최고위원이 문씨로부터 받은 돈이 불법 정치자금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만난 시점을 1년 정도 앞당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