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김부선이 고(故) 최진실의 전남편 조성민을 향한 일침을 가했다. 지난 11일 오전 ‘한부모 자녀를 걱정하는 진실모임(이하 진실모임)’ 주관으로 조성민의 친권 회복을 반대하고 현행 친권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부선은 “현행 친권 법률이 부당한 점이 있다”고 시 낭송과 함께 법안 개정을 촉구했다.
김부선은 이날 시를 통해 현행 법률상 친권이 자동적으로 남성에게 넘어간다는 현 법률은 잘못되었다는 내용의 ‘그 법, 집어치우라!’라는 시를 낭독하며 “아이들은 법이 아니라 사랑으로 키우는 것”이라고 친권 요구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싱글맘으로 알려진 김부선은 기자회견에서 조성민과 최진실의 이혼 후 지금까지의 사태를 묘사한 ‘그 법, 집어치우라!’는 시를 낭독하며 울먹였다.
김부선이 낭독한 시는 ‘한 남자가 임신한 아내를 무릎 꿇게 했다’는 내용으로 시작, 고인이 떠난 후 친권이 자동적으로 조성민에게 넘어가는 과정을 묘사하며 ‘아이들은 권리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 손숙, 김부선, 권해효, 방송인 허수경, 여성학자 오한숙희, 소설가 공선옥, 전 여성부 장관 장하진, 국회의원 이정희, 참여성노동복지 대표 전순옥 등 저명인사들이 ‘진실모임’을 결성하고 우리 사회의 친권제도 문제 개선을 위해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조성민의 친권 회복은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때로 약자에 대한 폭력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끔찍한 사례”라며 “앞으로 친권과 관련한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 행정, 사법 등의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친권 제도 개선 운동에 나선 건 최근 조성민이 전 부인 최진실의 사망 이후 두 자녀의 친권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조성민은 지난 10월30일 언론사에 배포한 호소문을 통해 “아이들의 복지와 행복을 위해 아빠로서 의무를 다하고자 한다”며 “양육권은 외가에 넘겨줄 수 있지만 본인은 재산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데 관여하겠다”고 밝혔다. 즉 두 아이의 양육권은 넘겨줄 수 있지만 친권과 재산권은 자신이 갖겠다고 못 박은 것이다.
이후 조성민을 비판하는 여론과 ‘조성민 친권 반대’ 서명 운동이 인터넷에서 벌어졌다. 하지만 조성민의 친권 주장은 현행법을 따른 것이다. 1990년 개정된 민법에 따르면 부모가 이혼할 때 한쪽이 친권을 가질 수 있지만 이 친권자가 사망할 경우 친권은 다른 쪽에게 자동 이관된다. 고 최진실의 모친 정옥숙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2004년 이혼 이후 조성민이 아이들 양육은 물론이고 아이들을 단 한 번도 만나지 않는 등 아버지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조성민의 친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을 연 ‘진실모임’ 역시 같은 견해다.
여성학자 오한숙희씨는 “최진실이 자식들에 대한 양육과 상속에 대한 대책 없이 떠나자 현행법은 그간 자녀 양육에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던 전 남편 조성민의 친권을 무조건적으로 기계적으로 부활시켰다”며 “이혼 당시 빚을 갚아주는 조건으로 친권을 포기했던 자가 이제 와서 친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친권…여성계 “아버지로서 의무 다하지 않은 조성민 친권은 인정할 수 없다”
재산분할권…재산분할 관한 모든 법률적 권리 친권 따라 조성민에게 넘어가
싱글맘의 길을 선택한 허수경은 “아시다시피 저는 한 부모 가정의 한 부모 엄마”라며 “역시 한 부모였던 최진실의 죽음과 그로 인해 빚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한 부모 가장은 짐작할 수 없는 미래를 대비해 아이들의 피난처를 미리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녀는 지금 생각지 못한 대한민국의 법 앞에서 발길이 얼어붙어 이 땅을 떠나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며 “진정한 ‘최진실법’이란 이름은 악플 관련법이 아니라 한 부모 가정의 아이들이 진실로 행복해지는 법에 붙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땅의 모든 나쁜 남편과 나쁜 아내로부터 아이들을, 모든 나쁜 사위와 나쁜 며느리로부터 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진실한 행복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제기된 또 다른 문제는 친정어머니의 재산분할권이 문제다. 최진실의 경우처럼 어머니가 딸의 재산형성에 기여한 바가 명백할 경우도 재산분할에 관한 모든 법률적 권리는 친권에 따라 조성민에게 넘어가게 되는 것.
조성민은 최진실이 남긴 재산을 투명하게 신탁관리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 신탁관리에 대한 법률상 신탁계약자(조성민)가 향후 임의로 계약 조건에 따라 이를 처분하거나 유용할 수 있다는 문제도 남아 있다.
오한숙희씨는 “최진실 친정어머니의 경우는 재산분할 청구권이 없다. 그동안 딸의 매니저 역할을 했고, 딸의 자녀를 양육했는데도 딸이 죽자 딸과 남남이 된 사람에게 재산이 넘어간다는 것은 누가 들어도 억울한 경우”라며 “이것은 아들을 가진 부모도 마찬가지다. 배우자에게 재산분할 청구권이 있듯 이런 경우에도 재산분할 청구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동네 찜질방에서 70대 할머니들이 조성민의 친권과 재산권에 대한 문제를 화제로 삼고 걱정을 했을 정도로 최진실 문제는 국민의 관심사”라며 “최진실 사후 한 달간은 친권 문제가 유명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호기심 차원에서 다뤄졌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공론화의 장으로 끄집어낼 때라고 생각해 우리가 모임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손숙은 “호주제 폐지로 성을 바꿀 수 있는 상황에서 세밀하게 정리되지 않은 친권법이 다른 법을 무시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친권을 부활시킬 경우 엄격한 자격심사가 선행해야 한다”며 향후 공청회와 서명운동을 펼칠 것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