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 노리는’ 웅진그룹의 무리수

떡 줄 사람 생각도 않는데…혼자 김칫국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웅진그룹이 코웨이 인수전에 나섰다. 이를 위해 1700억 규모의 증자를 감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웨이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관심조차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웅진씽크빅의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코웨이를 되찾으려는 ‘무리수’로 인해 웅진그룹 자체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윤석금 회장의 결정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코웨이 인수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한편 주력 계열사인 웅진씽크빅은 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충격적 유증
주가는 폭락

지난 3일 웅진그룹에 따르면 웅진씽크빅은 지난달 31일 타법인 취득자금 1690억5000만원을 조달하기 위해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새로 발행하는 주식은 보통주 4200만주, 신주 예정 발행가는 주당 4025원이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올해 11월29일이며, 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웅진씽크빅의 이번 유상증자 목적은 코웨이 인수 자금 확보다. 웅진그룹의 지주사인 웅진은 이번 유상증자에 400억원을 출자하고 초과 청약도 진행키로 했다. 웅진은 웅진씽크빅의 최대주주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지주사인 웅진은 최대주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코웨이 인수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번 유상증자와 스틱인베스트먼트와의 컨소시엄 구성으로 자금 우려는 크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이번 유상증자와 함께 PEF 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코웨이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에도 합의했다. 이번 합의를 통해 웅진이 약 5000억원,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약 1조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코웨이의 경영권은 웅진그룹이 갖고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재무적투자자(FI)로 나서는 것이 컨소시엄 구성의 핵심 목표다. 

업계에선 이례적인 자금조달 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계열사 간에 금전대여 등은 각자 이사회를 거치는 등 복잡다단한 구조를 취할 경우 가능할 수 있겠지만 외부서 보기에 향후 개별회사 입장서 배임 등의 우려도 있어 디테일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1700억 규모 증자…인수 움직임에 냉랭
남은 1조원은 어디서? “또 휘청거릴라”우려

이날 시장에선 매수 주체로 나서게 된 웅진씽크빅 주가가 25.3%(1660원)나 하락하면서 4900원으로 마감했다.

웅진그룹이 코웨이 인수 추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5000원대 주가가 6500원대까지 상승했지만 이날 상승폭을 모두 반납했다. 시가총액 2300억원 안팎의 회사가 총액의 75% 수준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자 부담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웅진그룹이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하고 컨소시엄까지 구성했지만 코웨이를 인수하기까지는 추가 자금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 
 


증권가에 따르면 코웨이의 예상 인수 가격은 2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웅진그룹의 자금 능력를 감안할 때 코웨이 인수 가능성에 대한 기대치가 낮다는 점도 윤 회장이 인수 행보에 적극 나서게 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표 정수기·공기 청정기 렌털기업인 코웨이는 원래 웅진그룹 소속이었다. 아직 웅진코웨이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됐다. 웅진그룹은 한때 웅진코웨이를 내세워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웅진은 지난 2012년 9월 극동건설을 인수하는 등 무리한 사업영역 확대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듬해에는 법정관리서 벗어나기 위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렌털사업부 코웨이 지분 30.9%(주당 5만원·1조2000억원)를 매각했다. 

“다시 돌리겠다”
업계는 부정적

당시 웅진과 MBK파트너스는 정수기 사업 겸업 금지와 우선매수권을 체결했다. 우선매수권은 MBK파트너스가 시장서 코웨이 지분과 경영권을 매각할 때 우선적으로 살 수 있는 포괄적 권리다.

당시 웅진과 MBK파트너스가 맺었던 겸업금지 시한은 올해 초 끝이 났다. 그 시한이 끝나자 웅진은 바로 코웨이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주요 계열사를 대부분 잃은 웅진은 수년간 절치부심했다. 

어느 정도 다시 기력을 회복하자 과거의 영광 재현에 나섰고, 그 시작이 코웨이 재인수였다. 다시 대들보를 찾아와 예전의 웅진그룹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생각이다.
 

윤 회장은 그동안 잊혀질 만하면 코웨이를 놓고 인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혀왔다. 코웨이를 두고 인수합병시장에서 ‘윤석금이 찜해놓은 곳’이란 말이 나돌 정도다. 

웅진은 7월에도 공시를 통해 “자문사를 선정해 코웨이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윤 회장도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서 코웨이를 놓고 “아직은 짝사랑이지만 꼭 들고 오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코웨이는 2분기에 매출은 분기 기준으로, 영업이익은 2분기 기준으로 최대 기록을 세웠다. 대기업들이 렌털 시장에 잇달아 뛰어들고 있는 상황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것이다. 국내서만 SK그룹의 SK매직,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렌탈케어 등이 렌털사업을 벌이면서 경쟁 심화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소송으로 감정
“김칫국 아닌가”

코웨이는 해외서 확실한 돌파구를 찾고 있다. 2006년부터 해외에 진출하기 시작해 해외에 기반을 마련해 둔 만큼 다른 렌털회사보다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웅진은 지난 2월 ‘웅진렌탈’이라는 이름으로 5년 만에 정수기 사업을 재개했다. 그러나 이미 국내 렌털 시장은 코웨이를 비롯해 LG와 SK매직 등의 입지가 공고했다. 웅진렌탈의 실적은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코웨이의 국내 계정 수는 584만 개에 이른다. 특히 코웨이가 성과를 내는 해외시장 기반이 대부분 웅진코웨이 시절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윤 회장의 아쉬움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웅진의 코웨이 재인수 시도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무척 부정적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코웨이 재인수를 선언했을 때와 비교해 사정이 나아진 게 없기 때문. 물론 스틱인베스트먼트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기는 했지만 인수합병(M&A) 자체가 워낙 변수가 많은 만큼 스틱인베스트먼트 유치만으로는 전체 판도를 뒤집기에는 어렵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무엇보다도 코웨이의 주인인 MBK파트너스의 매각 의지가 중요하다. 업계에선 MBK파트너스가 굳이 코웨이를 매각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코웨이의 실적이 무척 좋기 때문이다. 코웨이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7.9% 늘어난 2606억원에 달했다. 국내 렌털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도 여전하다. 

게다가 웅진과 MBK파트너스는 최근 소송전을 벌인 적도 있어 감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웅진은 MBK파트너스가 코웨이 지분 일부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로 매각한 것을 두고 “우선매수자 동의 없이 지분을 매각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1심과 2심서 법원은 “이 사건 매각은 특정인을 상대로 하지 않은 장내매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모두 MBK파트너스의 손을 들어줬다. 


수년간 절치부심 “과거의 영광 되찾겠다”
렌털시장 독보적…MBK “매각 이유 없어”

웅진을 바라보는 MBK파트너스의 시선도 불안하다. MBK파트너스는 웅진이 코웨이 인수 여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웅진의 인수 선언에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니겠냐는 시각이 많다. 투자 펀드의 만기가 도래해 정리를 해야 한다고 해도 굳이 불안한 매수자에게 넘길 이유는 없다. 

사실 MBK파트너스의 입장에는 코웨이를 이렇게 팔 이유가 없다. MBK파트너스는 이미 지난 5년간 코웨이에 투자한 투자금을 모두 회수한 상태다. 따라서 서두를 필요가 없고 가장 좋은 시기에 최대한 많은 금액을 받고 팔면 된다.

더 많은 이득을 위해선 경쟁입찰이 최선이다. 웅진 혼자 나서는 구도는 MBK파트너스가 바라는 일이 아니라는 것.

물론 경험이 풍부한 스틱인베스트먼트가 가세한 만큼 MBK파트너스가 원하는 가격을 제시한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업계에선 현재 웅진의 상황을 보면 스틱인베스트먼트에 인수 자금의 상당부분을 의지해야 하는 만큼 MBK파트너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팔 마음이 없는데도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생각만으로 무분별하게 인수를 추진한다면 서로에게 득이 될 게 없다”며 “자칫 김칫국부터 들이키는 것이 아닐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회장 거취 논란
공식 직함 없이…

이런 와중에 코웨이 재인수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윤 회장의 거취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윤 회장은 현재 웅진그룹 내에서 회장으로 불리우고 있지만,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공식직함을 맡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과거 유죄 판결로 인해 2020년 말까지 회사 내 등기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룹 내 지분도 없고, 공식적인 직함도 없는 윤 회장이 코웨이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논란이 생길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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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