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폭탄세일의 비밀

싸게 팔고 욕먹게 생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아우디코리아의 소비자 우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아우디의 가솔린 세단 A3가 4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고 전격 발표했지만 이후 진행이 미적지근한 것. 이에 따라 소비자가 혼란에 빠지고 있다. 이 상태로는 싸게 팔고도 욕먹을 수 있는 상황. 아우디의 폭탄세일 논란을 확인했다.
 

아우디코리아가 가솔린 세단 A3를 파격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는 풍문이 소비자 사이서 돌았다. 업계에선 아우디코리아가 이미지 쇄신을 위해 단행한 조치로 해석했다. 실제 최근 아우디코리아의 이미지는 하락세였다.

소문 어디서?
누가 퍼트렸나

아우디코리아는 7월25일 2018년형 A3 3000여대를 약 4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당시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아우디코리아는 8월 초부터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를 거친 A3 3000여대를 40%대 할인 폭을 적용해 판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해당 차량이 평택항에 대기 중이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아우디 신형 A3의 공식 판매가격은 3950만원서 4350만원으로 책정되면서 그랜저를 살수 있는 가격에 아우디를 살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40%의 가격이 책정될 경우 엔트리 트림 2370만원, 프리미엄 트림 2610만원 수준에 구입할 수 있게 되는 셈이었다.


아우디코리아가 대대적인 할인 판매를 단행한 이유로는 2016년 8월 당한 영업정지가 거론됐다. 당시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환경부로부터 영업정지를 당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수입·판매 당시 제대로된 인증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환경부는 “폭스바겐이 자동차 인증을 받는 과정서 위조서류로 불법인증을 받은 32개 차종(80개모델) 8만3000대에 대해 2일자로 인증취소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A3 3000여대 40% 할인 판매 얘기 돌아
대리점마다 난리…딜러들 가계약 받아 

당시 인증이 취소된 차량은 2009년부터 조사가 시작된 시점까지 판매된 골프, 제타, 티구안, 폴로, 파사트, A3, A6, TT, Q3, Q5, 벤틀리 컨티넨탈 등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수입·판매한 차량이다.

폭스바겐측이 위조한 서류는 배출가스 성적서 위조 24개 차종, 소음 성적서 위조 9종, 배출가스와 소음 성적서 중복 위조 1종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거짓이나 속임수로 인증을 받은 것은 법률에 따른 당연한 인증취소 사안으로 이는 자동차 인증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문제”라며 “이에 따라 엄중한 처벌을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또 환경부는 이번 인증취소와 별도로 배출가스 성적서를 위조한 24개 차종 5만7000대에 대해 17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당시 인증취소 및 판매정지 처분으로 아우디폭스바겐은 실질적으로 영업을 할 수 없었다. 이번 서류 위조에 다른 인증취소 차량에 지난해 11월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에 따른 인증취소 12만6000대를 더하면 폭스바겐이 2007년 이후 국내에 판매한 30만7000대 중 68%에 대한 영업을 할 수 없었다.

물량 확인 없이
계약부터 덜컥

잡음은 영업정지 전에 판매된 모델 등에서도 차량 하자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미지는 더욱 악화일로를 겪었다. A6 등 일부 아우디 고급 승용차의 엔진룸서 이상 소음이 발생한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당시 아우디 측은 안전운전에 지장이 없다는 이유로 리콜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논란이 발생했다.

<동아오토> 보도에 따르면 당시 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리콜센터에 2016년 10월~2017년1월 접수된 관련 신고 건수는 22건이다. 특히 신고된 차량을 보면 판매정지 시점까지 판매된 A6 및 A7 TDI 콰트로가 다수를 차지했다. 

이 같은 논란은 미국서도 발생했다. 2016년 당시 미국에서는 아우디 엔진 이상 소음으로 인한 수리를 공식화하고 교체를 권고한 바 있다.

사실 아우디 판매 정지에 따른 이미지 훼손은 실질적인 기업 평가에도 작용했다. 한국기업평가는 2016년 8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와 딜러쉽 계약을 맺었던 위본모터스의 제3회 무보증사태 신용등급을 기존 BB-에서 B+로 내렸다. 

한기평이 평가한 이 회사의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 검토’다.

한기평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와 딜러쉽 계약을 맺고 있는 위본모터스는 다수의 모델 판매 정지로 영업실적 저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운영자금 부담 가중, 금융권 크레딧 라인 축소 등 유동성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아우디 브랜드가치 훼손과 달러쉽 영업경쟁력 저하로 단기간 내 영업실적이 회복될 지는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위본모터스의 판매 전망과 관련해서는 “2016년 상반기에는 신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하는데 그쳤지만 8월 2일 환경부의 인증취소 및 판매정지 처분이 내려져 하반기 판매량은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고 한기평은 내다봤다.

아우디코리아가 A3에 대한 대대적 할인을 결정한 이유로 현실적인 문제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대기환경개선 특별법 의무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분석이었다.


수도권 대기환경개선 특별법에 의거 연평균 4500대 이상 차량을 판매하는 완성차 브랜드는 순수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저공해차 등 3종의 의무 판매 비율을 연간 9.5%을 유지해야 한다.

지난해 영업정지 처분으로 물량을 맞추지 못한 아우디코리아는 판매 모델 가운데 저공해 차량 인증을 받은 A3 모델에 대량 할인을 해줘 의무 비율을 맞추려는 것으로 풀이됐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폭탄세일을 통해 3000여대의 A3가 플릴 것으로 예상됐다. 아우디의 최근 3년 평균 판매대수는 1만 9700대에 추산되고 있다. 

지난해 영업정지처분으로 친환경차량 판매의무대수를 채우지 못해 이 물량을 감안하면 아우디코리아는 저공해차량 3000여 대를 판매 해야한다는 계산이 나오는 셈이다. 실제 언론을 통해 아우디코리아가 발표한 판매대수도 3000여대였다.

시장에서는 적지 않은 물량으로 판단하고 기대감이 고조됐다. 하지만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구매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와서다.

폭탄세일이 예정된 A3 물량이 딜러 임직원용을 대상으로 한다는 이야기가 돌아서다. 영업사원들은 보도와는 달리 구매를 원하는 일반 소비자에게 구매할 수 어렵다고 안내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재차 불거졌다.


돈 받아 놓고…
계약금 반환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아우디 딜러들은 상당수는 ‘A3 40 TFS’ 모델을 어떻게 구입할 수 있느냐는 소비자들의 문의에 “아우디코리아의 본사나 딜러·서비스센터 임직원들 전용상품으로 판매될 예정으로 일반인에게는 판매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일반인이 구입할 수 있다고 답한 일부 영업사원 조차도 물량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일반인들이 구입 가능성에 회의적인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확대된 상황에서 아우디코리아는 A3를 중고차 형식으로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아우디코리아는 지난달 28일부터 콤팩트 가솔린 세단인 2018년식 ‘아우디 A3 40 TFSI’를 전국 8개 아우디공식인증중고차(AAP) 전시장을 통해 판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우디코리아에서 차량들을 일괄적으로 등록한 뒤에 AAP에 매도해 인증 중고차 형식으로 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서류상으로 중고차지만 실질적인 신차인 셈이다. 판매가도 낮추고, 기존 고객들의 반발도 잠재울 방책이었다.

아우디코리아의 공식 발표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여기서도 잡음이 나왔다. 꼼수 할인 판매라는 지적이었다. 아우디코리아가 발표한 40% 할인은 법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저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30%를 넘기면 공정거래법에 저촉되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아우디코리아로서 40% 이상의 할인율을 적용하기 쉽지 않다. 신차 판매의 30% 이상의 할인율을 적용하면 판매사가 소비자에게 차량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증여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증여세 부담이 생긴다. 

또 30%를 초과하는 할인율이 적용된 판매액은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서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서류상 중고차로 등록하면 이 같은 문제가 해결할 수 때문에 일종의 꼼수를 통한 판매라는 지적이 나왔다.

히 이같이 서류상 중고차로 세탁해 수입차를 판매하는 경우가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꼼수 판매의 양성화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염가 판매에 따라 시장 교란이 고착화 되면 ‘부메랑’이 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폭탄세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실제 판매가 되지 않은 점도 뒷말을 양산하고 있다. 구체적인 판매 일정과 판매가가 확정되지 않았던 것.

딜러사를 통해 가계약을 맺을 소비자가 물건을 받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불신은 더욱 높아졌다. 딜러사가 정확한 물량과 조건을 협의하지 않은 채 가계약을 맺은 것이 논란의 시발점이었다.

사실상 꼼수 판매 목소리
소비자 우롱 논란까지 확대

지난달 30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아우디코리아의 공식딜러사인 고진모터스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A3 40 TFSI의 가계약금 규모는 약 2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진모터스는 아우디코리아가 A3 폭탄세일을 단행하겠다고 알려진 지난달 말, 1인당 100만원씩을 받고 2000여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가계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한정된 판매 예상 물량이 가계약 규모보다 작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업사원별로 A3를 3~4대씩 배정할 것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영업사원이 체결한 가계약 건수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계약을 맺은 소비자 사이서 차량은 인수하지 못 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한 수입차 딜러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서 “물량이 한정돼있어 영업사원 입장서 예약을 받은 고객 가운데 잠재적인 이익을 낼 수 있는 고객에게 차량을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며 “계약이 불발될 경우 아우디라는 브랜드 이미지 하락이 불가피 할 것”이라고 했다. 

A3 가계약을 체결한 고객은 “딜러사 쪽에서 계약 순서대로 내용을 확인 후 계약금을 돌려줄 계획이라는 입장만 반복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우디코리아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본사 방침이 중고차 판매로 방침을 세웠다. 계약자를 우선으로 연락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물량 부족으로)차를 받지 못하게 된 고객은 계약금 반환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3를 가계약 했던 소비자가 차량을 인수하지도 가계약금을 돌려받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자 애당초 기대됐던 아우디코리아의 이미지 제고는 요원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또한 기존 A3 소유주의 불만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아우디코리아 측이 판매가격을 낮추면서 해당 차종에 대한 중고가가 내려가기 때문이다. 사실상 기존 A3의 가치가 내려가는 것. 이에 따라 A3 소유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다만 일각에선 아우디코리아측이 노이즈 마케팅을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영업정지 해제 이후 반전이 필요한 상황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이슈몰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었다.

노이즈 마케팅?
또 구긴 이미지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아우디코리아의 A3 폭탄 세일 논란을 두고 많은 추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우디코리아의 판매 계획이 세밀하지 못 함에 따라 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