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 자유한국당 대반전 카드

벼랑끝 전면전 “갈 데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한국당이 야성을 되찾았다.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대여·대정부 투쟁에 나서는 모양새다. 한국당은 문재인정부를 둘러싸고 있는 현안과 의혹에 집중하고 있다. 맹점을 파고들어 존재감을 확실히 되찾겠다는 의지다. 그들은 무엇을 공략하고자 할까.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지난 5일 김성태 원내대표(이하 김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로 포문을 열었다. 김 원내대표는 원색적인 단어를 서슴지 않았다. 당장 정치인의 품격을 가리켜 비판이 쏟아졌다. 동시에 지난날의 야성을 되찾았다는 평가도 존재했다. 이번 김 원내대표의 연설은 한국당이 9월 정기국회서 보여줄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첨예한 갈등이 예상되는 까닭이다.

수위 높여가며
대정부 투쟁 예고

김 원내대표는 지난달 20일 한국당 연찬회서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을 언급하며 9월 정기국회 전면전을 예고했다. 이날 김 원내대표는 “영화 속 건달들이 ‘집중해서 한 놈만 패자’고 한다”며 “한국당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끝장을 보여주자는 투지를 가질 때 야당으로서 가장 무서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소득주도성장을 정면 반박하며 대여·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6·13지방선거 참패 이후 일차적으로 당 수습에 나섰다. 이후 김 원내대표는 경제 지표가 악화되는 상황에 발맞춰 대정부 투쟁의 수위를 서서히 높여갔다.

김 원내대표는 이번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9월 정기국회서 야성을 드러내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문재인정부의 3대 정책기조 중 하나인 소득주도성장을 작심한 듯 비판했다. 그는 “소득주도 성장은 국민을 현혹하는 보이스 피싱” “소득주도 성장은 대한민국이 베네수엘라로 가는 레드카펫”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이번 연설서 소득주도성장 대신 출산주도성장을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가 주장한 출산주도성장은 아이가 태어나면서 성년에 이르기까지 출산장려금 2000만원과 함께 1억원의 지원금을 국가가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당장 재원 마련 방안의 결여성이 제기됐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다음날 오전 국회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서 “여성의 출산을 경제성장의 도구로 여기는 한국당의 인식이 너무 천박하다”며 비난했다.

김 원내대표의 이번 연설은 9월 정기국회서 한국당이 보여줄 행보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9월 국회서 정부의 경제 정책에 바짝 날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침체된 고용 지표를 근거로 경제 현안을 선점하고자 한다. 

이는 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이 지난 2일 발표한 “민생을 살리기 위한 민심 국회를 만들겠다”는 논평과 그 궤를 같이한다. 그간의 경제 결과를 근거로 소득주도성장을 부정하면서 민심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다.

특히 한국당은 정기국회서 2019 정부 예산안에 반기를 들 가능성이 높다. 정부 예산안에는 문재인정부의 경제 기조가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번 교섭단체 연설에서 정부 예산안을 “세금 중독 예산을 싹둑싹둑 잘라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경제 정책 기조가 아직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소득주도성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반대급부로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한다. 한국당은 김 원내대표의 연설로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이다.

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 역시 소득주도성장에 반박하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4일, 국회서 열린 비대위 회의서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 관련해 “일종의 악마의 유혹서 빠져 나와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소득주도성장
정면으로 비판

한국당은 소득주도성장과 반대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득주도성장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경제모델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가치와 좌표 재정립소위’ 위원장을 맡은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홍성걸 교수는 지난 31일 BBS 시사 프로그램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여의도 연구원을 비롯해 당내서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소득주도성장을 대체할 만한 모델을 통해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까닭이다.

한국당은 탈원전 정책에도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김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서 “탈원전 정책의 백지화는 협치의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탈원전 정책의 대체재로 평가받는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김 원내대표는 “최근 집중 호우로 전국의 태양광 발전 시설들이 수해에 그대로 노출됐다”며 피해를 입은 시설 사진을 꺼내들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달 청와대서 열린 여야 5당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 이어 탈원전 문제를 재차 강조했다. 탈원전 카드가 공식화된 것이다. 

한국당은 탈원전 정책을 전력수급 문제와 고용 등과 함께 연결지어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력수급 문제는 지난 여름 동안 이어졌던 폭염과 함께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이번 여름에는 이상 고온으로 전력 수요가 연일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전력수급불안이 제기됐다. 

당시 한국당은 전력예비율이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지자 탈원전 정책 재고를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는 “탈원전 정책은 원전을 당장 줄이자는 게 아니다”며 단계적 감축이란 점을 강조했다.

한국당은 이어 고용문제를 언급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정기국회 첫날이었던 지난 3일 오전 첫 현장 일정으로 울산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새울원자력본부를 방문해 신고리 4호기 발전소 시설을 시찰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신고리 4호기 발전소를 시찰한 뒤 가진 토론회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앞으로 2030년까지 한수원 직원 1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기사를 접했다”며 “결국 안전문제로 원전을 반대하고 나섰지만 결국 국민들의 고용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탈원전 정책을 고용문제와 결부지어 비판한 것이다.

다만 정부와 여당은 이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16일 문 대통령이 지난달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 당시 “탈원전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경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탈원전이라는 표현을 호도하는 게 있었는데 이에 우려를 했다”고 밝혔다. 또한 문 대통령은 탈원전 속도와 관련해 “충분히 스텝 바이 스텝으로 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폭염이 지속됐던 지난달 8일, 최고위원회의서 탈원전 정책 비판에 대해 “근거 없는 트집잡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예정대로 진행된 원전 정비를 전력수급 때문에 갑자기 바꾼 것으로 호도하고, 마치 탈원전 때문에 전력 수급에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호도하고 있다"며 "근거 없는 탈원전 흠집 내기 공세를 그만하라"고 촉구했다.


김 비대위원장의 현장방문과 김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한국당은 탈원전 공세를 9월 정기국회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9월 국회에선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후보자의 청문회가 예정돼있다. 탈원전 정책 공방이 불가피한 까닭이다.

당 내부서도 탈원전 공세가 고개를 들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이 세울원자력본부를 시찰한 날 한국당 이채익 의원은 정부가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에 의뢰해 작성한 ‘원전산업 생태계 개선 방안 보고서’를 토대로 “청와대는 ‘탈원전 몽니’를 그만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 문제 연결
원전 공세 가속

이 의원은 “보고서에 따르면 추가 해외 원전 수주가 없을 시 2030년까지 약 1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며 “국내 원전산업 붕괴로 부품 및 기자재 수급이 어려워 원전의 안전 운용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정부도 인정한 탈원전 부작용을 청와대만 모른척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엿다.

한국당은 지난 여름 발생한 폭염에 전력문제가 대두된 것과 신재생 에너지의 경착륙 등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탈원전 공세를 펼칠 예정이다. 여기에 고용문제까지 결부시켜 진용을 갖추고 있다. 또 산자부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예정돼있어 탈원전 반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은 대북 정책에 있어서도 정부·여당과 대척점을 형성하고 있다. ‘북한산 석탄 국정조사’와 ‘판문점 비준안’ 문제가 대표적이다. 한국당은 북한산 석탄 의혹과 관련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한국당 북한산석탄수입의혹규명특별위원회 첫 회의서 북한산 석탄 의혹과 관련해 “우리 기업, 금융기관을 비롯한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미치고 국가 안보에도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당의 석탄 국정조사 요구는 이번 9월 국회서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서 “북한산 석탄 밀반입 의혹은 반드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부는 오래전부터 북한산 석탄을 인지하고 수차례 청와대 대책회의까지 했다”며 “이번 정기국회서 국정감사를 통해 진실을 반드시 파헤치겠다”고 강조했다.
 

북한산 석탄 논란은 지난달 28일 다시 주목을 받았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민주당 김민기 의원과 한국당 이은재 의원에 따르면 이날 오후 비공개로 열린 정보위원회 회의서 서훈 국정원장은 “지난해 10월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반입 사실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미 청와대가 북한산 석탄 반입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다만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보고한 것에 대해 민주당 김 의원은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게 아니라는 의미”라며 국정원이 덧붙였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 이 의원은 “안보실 보고는 대통령 보고와 다름이 아니라는 답변을 (국정원이)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서 “미국이 지난해 10월 초 정보를 줄 때까지 제 차원에선 북한산 석탄 불법 수입 정보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탈원전·석탄 등 대북이슈 조준
당내 투톱 이견 봉합 후 전면에

한국당 내부에서는 북한산 석탄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있다. 북한석탄특별위 위원장인 유기준 의원은 “경찰 내사 중단과 관세청의 꼬리자르기 수사, 조직적인 자료 제출 부실 및 입맞추기 등 이에 대한 의심이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여당 민주당 원내대표도 정부의 설명이 부족했다며 야당이 국조한다면 할 수도 있다고 말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지난달 28일, 국회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정부의 설명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래도 야당서 국정조사를 하자고 하면 할 수도 있다”고 발언한 점을 되짚은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북한산 석탄 국정조사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정조사 등을 통해 밝혀질 수 있는 새로운 사실은 누구에게 유리할지 단언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서 석탄 의제가 부각돼 협의가 한층 복잡해질 가능성도 제기 된다. 결국 한국당은 결과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여당과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에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원내대표는 교섭단체대표 연설서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는 지금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경제에 실패한 문재인정권이 종전선언 운운하며 북핵 이슈를 계속 끌고 가기 위한 정략적 접근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며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북핵폐기 철벽 공조에 보다 집중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은 최근 대북 특사가 파견된 이후 3차 남북 정상회담 일정이 정해진 것을 두고도 입장차를 보였다. 정치권이 대체로 환영의 뜻을 표한 것과는 다소 결이 달랐다. 한국당은 지난 5일 윤영석 수석대변인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모든 지혜와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장 역시 비준안 동의 반대 기조로 입장을 선회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7월 JTBC에 출연해 “평화에 도움이 된다면 전통적인 안보관보다는 평화 정착을 위해 적극 협력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4일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에 대해 “비핵화의 진전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 이라며 “일종의 법률로서 인정하는 비준을 한다면 우리는 경제협력과 관련된 의무만 지게 된다. 찬성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양김 전면에
100일 역할은?

한국당 ‘투톱’이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정책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북한산 석탄 수입 의혹을 제기하는 형국이다. 또한 판문점 비준안 동의 여부도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다. 한국당이 정기 국회를 관통하면서 본격적인 ‘존재감 드러내기’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 지방선거 이후 당 수습에 들어갔던 한국당이 100일간의 정기 국회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홍준표 가니 김성태 왔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최근 교섭단체 대표 연설로 후폭풍을 맞고 있다. 정치권에선 김 원내대표의 표현과 발언을 비판했다. 여론 역시 부정적이다. 

김 원내대표의 거친 발언은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지난 7일 “지방선거 패배로 무너진 홍 전 대표 체제의 또 다른 버전이 등장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혹평했다. 

홍 전 대표는 지난날 정부여당을 향해 막말에 가까운 비판을 쏟아내며 ‘레드준표’라는 별명을 얻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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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