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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비사> (99)앙갚음소정방의 분노
  • 황천우 작가
  • 등록 2018-09-04 09:01:00
  • 승인 2018.09.04 09:40
  • 호수 1182
  • 댓글 0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김유신이 백제의 오천 결사대를 격파하고 사비성으로 진군을 서두를 무렵 당나라의 소정방은 부총관 김인문의 안내로 기벌포로부터 백강(白江, 백마강)을 타고 올라가 웅진구(熊津口)에 도착했다.

그곳에 이르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의직이 이끄는 백제군이 공격을 감행했다. 

계백의 오천 결사대처럼 죽기를 각오한 백제군의 공격에 일시적으로 난관에 봉착하나 수에서 압도한 당군은 의직을 포함하여 백제군을 몰살하고, 그곳에서 한숨 돌리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대장군, 왜 멈추셨습니까?”

급박한 상황

김인문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소정방에게 다가섰다.

“그게 무슨 소린가. 애초에 신라가 백제군을 섬멸하고 이곳에서 나를 맞이하기로 하였건만 신라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으니 이 무슨 장난인가!”

소정방의 고함에 김인문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상세히 말씀 주십시오.”

“내가 김문영에게 신라군을 독려하여 이곳에서 나를 맞이하라 일렀네. 그런데 이게 무슨 꼴인가!”

순간 김인문이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소장에게 전하시지 않으시고…….”

“내 이놈의 목을 반드시 베고 말 것이야!”

인문의 탄식을 무시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소정방의 얼굴에 살기가 일어났다. 순간 인문의 표정이 곤혹스럽게 변해갔다.

“내 이 놈을!”

인문의 시선에 소정방이 다시 격정을 드러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으로서는 역부족임을 깨닫고 고개를 돌려 걸음을 옮겼다. 

인문이 생각에 몰두하고 있을 즈음 김유신 장군이 이끄는 신라군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급히 움직였다. 

한참을 달리자 저만치에서 김유신기가 펄럭이며 신라의 장수들과 선발로 다가오는 유신의 모습이 보였다.

김유신에게 급하게 다가갔다.

“소정방 장군은 어디 있소?”

“지금 상황이.”

“소상히 말해보시오.”

“소정방이 백제로의 진군을 멈추었습니다.”

“무슨 연유입니까?”

“대장군이 약속시간에 늦었다 합니다.”

“약속시간이라.”

“김문영 장군으로 하여금 대장군께 그를 고하라 하였답니다. 혹여 약속기한을 통보 받았는지요?”

김유신이 저만치 뒤에 오고 있는 김문영을 주시했다.

“소정방의 요구를 전해 들었지만 황산벌에서 발목이 잡히는 바람에 늦어졌소.”

“그랬군요.”

짧게 답한 인문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러오?”

“지금 소정방 장군이 김문영의 목을 베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습니다.”

“당나라 장수가 신라 장군의 목을 베겠다고!”

“여기까지 오는 길에 적지 않은 희생을 치룬 데 대한 앙갚음이지요.”

유신이 뒤따라오는 김문영을 바라보며 곁에 있는 품일과 흠춘을 번갈아 바라보자 두 사람의 표정이 급격하게 일그러졌다.

“백제고 뭐고 당나라놈들부터 죽여 버립시다!”

기어코 품일이 칼을 뽑아들었다.

“그렇게 합시다, 대장군!”

흠춘 역시 칼을 뽑았다. 유신이 둘의 얼굴을 살피며 처절했던 황산벌의 전투를 회상하는 듯 침묵에 빠져들었다가 입을 열었다.

“빨리 칼을 거두시오.”

김문영의 죄를 묻다…희생에 대한 앙갚음
김유신, 직접 술과 음식 들고 소정방에게

“그러면 저런 놈을 그냥 두고 보자는 말씀이십니까!”

품일이 분노를 참기 힘든지 이를 갈았다.

“그게 아니지요. 희생을 헛되이 할 수 없는 게지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흠춘 역시 목소리를 높였다.

“그만한 희생을 치렀으니 반드시 일을 마무리해야지. 그런 연후에 시시비비를 가리자고.”

유신이 두 사람의 행동을 저지시키고 급하게 진귀한 술과 음식을 준비하라 이르고는 인문과 함께 소정방의 거처를 찾았다.

김유신의 방문 소식을 접한 소정방이 부하 장수인 동보량으로 하여금 맞이하게 했다.

“지금 소정방 대장군의 진노가 이만저만 아니오.”

“당연하겠지요. 소장이라도 당연히 그랬을 것입니다. 허나 당시의 실정을 아신다면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공손하게 답한 유신이 술과 음식을 들고 뒤를 따르던 병사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뭡니까?”

“저희 임금께서 소정방 대장군의 노고에 보답하는 조그마한 정성입니다.”

“임금께서 말이지요?”

대답 대신 유신이 미소를 보였다. 가만히 그를 살피던 동보량이 급히 소정방을 만나고는 유신을 안내했다.

“유신이 신라 임금을 대신하여 소정방 대장군을 뵙니다.”

“그대가 김유신 장군이오?”

소정방이 공손하게 인사를 건네는 유신을 거드름을 피우며 주시했다.

“그러합니다, 대장군. 신라 임금께서 직접 대장군을 맞이하여 그 크신 노고에 보답해야 하건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소장이 대신 저희 임금의 정성을 전합니다.”

유신이 급하게 인문에게 눈짓을 주자 술과 음식을 대동한 병사들을 안으로 들였다.    

“이게 다 무엇이오?”

“저희 임금께서 소 대장군께서 노고를 마다하지 않으시고 신라를 위해 헌신하시는 데 대해 보내는 조그마한 정성입니다.”

순간 소정방이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 전에 김문영의 죄를 묻겠소!”

“그 벌은 소장이 대신 받겠습니다.”

“뭐라!”

“대장군의 말씀을 듣고 약속을 지키지 못한 소장의 잘못이니 당연히 소장이 그 벌을 받겠습니다.”

유신이 이어 황산벌에서의 전투를 과장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야기가 이어지자 노기로 가득했던 소정방의 표정이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했고 유신의 설명이 끝나자 희미하게나마 미소를 보였다.

“하오니 소장을 대신 치죄하여 주시오.”

유신이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고개 숙였다.

“대장군, 이만 노여움을 거두시지요.”

“그리 하시지요, 대장군.”

마음을 풀다

인문 역시 한걸음 앞으로 나서 고개를 숙이자 동보량이 거들고 나섰다.

“그런 사정이 있었다면 죄를 물을 수 없소.”

소정방이 다시 헛기침하자 유신이 가볍게 고개 숙였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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