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95)결정

가족을 베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궁을 나선 계백이 전쟁터로 가기에 앞서 자신의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길을 가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문득 성충의 마지막이 떠올랐다. 

백제의 멸망이 보이는 상황에서 자신의 목숨 역시 함께한다는 각오로 비참하게도 종국에 굶어죽고 말았다. 

방금 전 마주했던 의자왕의 상태를 보아 백제의 멸망은  곧바로 현실로 다가올 것이 확실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생을 마감한다는 각오로 마무리 지어야 하고 그 길에 부인과 자식들과 함께 함이 전적으로 옳게 느껴졌다.


마지막을 함께

결국 성충의 말 대로 희망의 부분이었다. 

신라와의 전쟁에서 패전국 장군의 가족으로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질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자유를 안겨주어야 할 듯했다. 

그렇다면 남의 손이 아닌 자신의 손으로 그리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일어났다.

태양을 바라보았다. 밝기만 하건만 자꾸 눈이 침침해지고 급기야 눈물이 흘러내렸다. 

고개를 돌려 하얀 구름을 바라보았다. 

의자왕과 성충의 모습이 자꾸 교차되었다. 


그러기를 한순간 집 가까이 이르자 길게 호흡하고 아랫배에 힘을 주고는 집으로 들어섰다.  

저녁이 깊어야 들어오던 계백이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시간에 들어오자 부인을 비롯하여 어린 아들과 딸이 한편 반가우면서도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맞이했다.

“부인, 주안상 부탁해도 되겠소?”

갑옷도 벗지 않은 계백이 앉자마자 주안상을 요구하자 가족들이 더욱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 사유를 물어보려던 부인이 계백의 심각한 표정을 살피고는 바로 조촐하게 주안상을 준비했다.

“부인, 한 잔 따라주겠소.”

부인이 계백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잔을 채웠다.

“모두 내 이야기 잘 듣도록 해요.”

계백이 술잔을 만지작거리다 단숨에 들이키고 가족들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막상 마음 단단하게 먹고 입을 열려하였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상태서 천장이 무너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어려워 마시고 말씀하세요.”

계백의 상태로 보아 이미 감을 잡았는지 부인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막상 부인의 말이 떨어지자 더욱 입이 열리지 않았다.

“부인, 한잔하시겠소?”

빈 잔을 건네고 술을 따르자 부인이 조신하게 잔을 받아 비워냈다.

“어려워 마시고 말씀주세요.”

“부인, 예들아. 이 못난 남편, 아비를 용서해다오.”

“장군이 곧 이년이요 아이들인 것을 무어 그리 용서를 빈다는 말입니까?”


부인의 완고한 말투에 계백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장군이 무엇을 요구할지 짐작하고 있습니다.”

부인의 눈에 서서히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전부터 백제가 망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요즈음 들어 더욱 흉흉한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고요.” 

부인의 얼굴을 바라보던 계백의 눈에서도 기어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영문을 모르는 자식들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순간 부인이 계백에게 눈짓을 주었다.

계백이 상을 바라보았다. 상에 있는 큼지막한 떡이 시선에 들어왔다.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지우고 애써 미소를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아이들에게 떡을 건넸다.

“이 떡은 눈을 감고 먹어야 제 맛을 알 수 있단다. 그러니 너희는 눈을 감고 천천히 맛을 느껴보도록 하거라. 이 아비를 생각하며 차근차근 씹어 먹도록 해라.”

아이들이 무거운 분위기에 주눅이 들었는지 계백의 말대로 눈을 감고 떡을 한입에 넣었다.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

계백, 생 마감한다는 각오로…따르는 부인
김유신, 정예군 이끌고 진군…매복에 주춤?

부인이 급히 다가앉아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었다. 

순간 계백이 칼을 뽑아 세워 자신의 왼쪽에 앉아 있던 아들의 어깨를 전광석화처럼 찌르고 뽑아내고는 이어 곁에 있는 딸에게도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어깨에서 심장을 가로 지른 칼로 인해 미처 비명을 지를 겨를도 없이 아이들이 앞으로 무너져 내렸다. 

계백이 급히 칼을 내려놓고 피가 나오는 아이들의 어깨를 헝겊으로 강하게 감싸 지혈하고 반듯하게 자리에 눕혔다. 

이어 칼을 들어 자신의 왼쪽 손의 새끼손가락을 잘랐다.

“장군, 왜 그러시오?”

“내 당신과 아이들과 함께 묻히지 못하오. 그래서…….”

다시 칼을 내려놓고는 피가 흐르는 손가락을 헝겊으로 되는 대로 묶고 아직도 꿈틀거리는 잘린 손가락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군!”

부인의 차분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그러나 돌아보지 않았다.

“말하시오, 부인.”

“저를 보아주십시오. 장군의 모습 안고 가렵니다.”

계백이 힘을 주어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돌렸다.

“이 생에서 못다 한 일 다음 생에서 반드시 갚으리다.”

어느새 바로 곁에 칼을 가져다 놓은 부인이 차분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계백에게 절을 올렸다.

“죽어서도 장군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 소리를 들으며 계백이 급히 고개를 돌려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뒤에서 칼이 목을 관통하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왔다. 계백이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가는 어금니를 깨물고 이어 양지 바른 곳을 찾아 땅을 파기 시작했다. 

김유신이 신라의 정예병 오만 명을 거느리고 금돌성에서 출발하여 침현에 이르러 한 지점에서 잠시 행군을 멈추었다. 

“장군 왜 멈추십니까?”

품일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흠춘을 주시했다.

“앞에 지형을 살펴보시오.”

유신의 심각한 표정을 살피며 모두가 앞을 주시했다. 길 좌우로 얕으막한 언덕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매복해서 공격하기 딱 좋은 장소입니다.”

흠춘 역시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받고는 이내 저만치 뒤떨어져 오던 아들, 화랑 반굴을 불렀다. 

반굴에게 소수의 화랑들을 이끌고 양옆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 언덕을 살피라는 지시를 내렸다.

지시 받은 반굴과 화랑들이 한참 후에 돌아와 아무 이상이 없음을 보고했다.

“그게 정말이냐?”

유신이 믿기지 않는 듯 목소리를 높이며 품일과 흠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하옵니다, 대장군.”

반굴의 확신에 찬 소리에 흠춘이 앞으로 나섰다.

“왜 그러는가?”

“형님, 아니 대장군 말마따나 너무 미심쩍어 소장이 먼저 군사를 이끌고 이곳을 지나 대군을 맞이하려 합니다.”

“소장도 함께 가겠소.”

품일도 함께 나섰다.

“그러면 이렇게 하도록 합시다.”

“말씀하시지요, 대장군.”

김유신 진군

“수고스럽더라도 품일 장군은 좌측 언덕으로 흠춘 장군은 우측 언덕으로 해서 전진하도록 합시다.”

“하면 대장군은?”

“나는 곧바로 대군을 이끌고 정면으로 나아가겠소.”

유신의 제안 아니 부드러운 명령에 따라 신라군은 세 갈래로 나누어 이동했다.

신라의 대군이 침현을 벗어난 지점에 이르러 세 갈래로 나뉘었던 부대가 합쳐지자 유신이 다시 길을 멈추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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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