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 이재명’ 민주당 딜레마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8.06 10:37:09
  • 호수 11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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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자니 아깝고, 가지자니 버겁고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큰 쓸모나 이익은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 ‘계륵’의 사전적 의미다. 현재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품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상황이 이렇다.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지만 함께 가자니 이 지사를 둘러싼 의혹이 시한폭탄 수준이다.
 

공론화하기 힘들었던 이재명 탈당 문제가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불을 지핀 쪽은 당 대표 예비경선을 통과한 김진표 후보. 지난달 31일 김 후보는 서울 중구 SK오픈콜라보센터서 열린 스타트업 기업인과의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 앞에서 “(이 지사는) 의혹이 계속 해소되지 않고 당에 부담을 주는 만큼 결단을 고려해 봐야 한다”며 “당대표 후보로서 당원들이 집요하게 물어오는 질문에 언제까지 답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뜨거운 감자

이 지사 탈당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린 발언이다. 지난 6·13지방선거 과정서 이 지사는 ‘형수 욕설 파문’ ‘배우 김부선씨와의 스캔들’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민주당 내에서 탈당 문제가 공론화되지 않았다. 지방선거 승리라는 하나의 공통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한 달여 지나 ‘조폭 유착 의혹’이 터졌다. 지난달 21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 지사가 지난 2007년 성남 지역 폭력 조직인 ‘국제마피아파’ 조직원에 대한 변론을 맡았으며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때 국제마피아파 출신 이모씨가 설립한 회사 ‘코마트레이드’를 우수중소기업으로 선정하는 등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당시 이 지사가 이씨와 함께 찍은 사진도 공개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지사와 관련해 최근까지 700여건이 넘는 청원이 올라왔다.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청원은 ‘즉각 사퇴하라’는 글이다.

민주당원들 사이서도 사퇴하라는 여론이 높다. <데일리안>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지난달 30∼31일까지 실시한 8월 첫째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원이라고 밝힌 응답자 중 58.5%가 이 지사의 민주당 탈당을 찬성했다(반대 28.9%). 

전체 응답층에서도 이 지사의 탈당에 찬성하는 의견이 49.1%로 과반에 가까웠다(반대 33.8%,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소속 의원들 사이서도 이 지사 탈당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김진표 후보는 지난달 29일 국회 기자간담회서 “6·13지방선거 당시 이 지사가 당의 후보였기 때문에 보호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당과 문재인 대통령 모두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어떤 일이 옳은 것인지 본인이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의 전화 인터뷰에선 “국민들이 지난 한 달 동안 계속해서 똑같은 질문을 나뿐만 아니라 모든 후보들에게 던지고 있다. 이것이 당의 지지율에 영향을 주는 정치 상황인데 당대표 후보들께서 언제까지 입을 닫고 있을까”라며 “이 문제는 정치공학적으로 해석할 일이 아니고 무엇이 옳은 자세냐, 당에 계속해서 부담을 주지 않도록 빨리 정리하시라, 그런 충정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전했다.

김진표 ‘탈당론’ 불씨 당겨
미루는 ‘송’ 입 다문 ‘이’


김 후보가 군불을 지핀 이 지사 탈당 문제는 당권경쟁의 초반 쟁점으로 떠올랐다. 송영길 후보는 이 지사 탈당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자신이 당대표가 되면 엄정 조치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난달 30일 송 후보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민이 여당의 전당대회가 희망을 주기를 바라는 상황서 당내 문제로 이전투구를 해서는 안 된다”며 시기적으로 당권경쟁을 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 지사 탈당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단,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법적 문제가 없더라도 도덕적 문제가 불거지면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원칙대로 처리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이해찬 후보는 탈당 문제에 말을 아끼고 있다. “이 지사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전당대회와 관계가 없을 것”이라며 거듭 선을 긋고 있다.
 

당권주자 3명은 이 지사 탈당 문제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이다. 당 안팎에선 김 후보가 이 지사 탈당을 공론화시킨 이유에 대해 ‘친문 결집’ 때문이라고 내다본다.

친문(친 문재인) 의원들 중 이 지사에 대해 비토 정서를 가진 의원이 다수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지난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경선 당시 친문 직계인 전해철 의원이 이재명 당시 후보에게 패하면서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김 후보의 발언으로 시작된 이 지사 탈당 공론화는 친문 진영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또 이해찬 후보를 상대로 전선을 구축하는 의미도 있다는 것이다. 당 대표 후보 3명 중 김진표·이해찬 후보는 친문, 송영길 후보는 비문(비 문재인)으로 분류된다. 결국 김 후보는 친문 표심을 놓고 이 후보와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이에 이 지사 탈당 이슈를 선점해 친문 주류의 가려운 곳을 긁어줌과 동시에 이 후보를 견제하는 수를 뒀다는 분석이다. 최근 이 후보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화영 전 의원이 최근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임명된 것을 두고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지사가 이 후보를 후방서 지원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송 후보는 이 지사 탈당 문제를 전당대회 이후로 미루면서 친문·비문 사이 중간지대 표심에 구애를 펼치는 모습이다. 당대표 출마선언을 했을 때 “친문과 비문, 지역, 운동권을 넘어 하나로 통합시킬 수 있는 사람은 저 송영길밖에 없다”고 강조했던 통합 메시지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이 후보가 이 지사와 관련해 발언을 자제하는 이유는 최측근의 경기도 평화부지사 임명으로 제기되는 ‘이해찬-이재명 연대설’에 대한 방어로 해석된다.

결단 촉구


민주당 입장에선 이 지사의 거취를 쉽게 결정짓기 힘들어 보인다.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 중 한 명이었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낙마한 상황서 또 다른 유력 대권주자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지사를 계속 안고 가기에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60% 초반, 민주당 지지율은 40% 중반을 기록하며 대선 이후 최저치를 향해 떨어지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후보 제지 추미애, 왜?

더불어민주당 8·25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선거에 나선 후보 3명의 신경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당 지도부가 제지에 나섰다. 

추미애 대표는 지난 1일 국회서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에게 공명선거 실천 서약을 받은 뒤 “품격 있고, 격조 있는 전당대회가 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잡아 달라”고 촉구했다. 

김영진 전국대의원대회준비위원회 간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도를 넘으면 선관위서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할 것 같다”고 경고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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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