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휘감은’ 예멘 난민 괴담 추적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7.04 10:43:58
  • 호수 11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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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여성과 결혼해 한국 국적 취득?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최근 전 세계의 난민들이 대거 한반도로 몰리고 있다. 유례없는 일이다. 한국 사회는 아직 난민을 받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SNS와 각종 커뮤니티 등에선 난민에 대한 혐오감이 ‘괴담’ 수준으로 확대·재생산되면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 신청 허가 폐지·개헌’ 청원에 40만명의 국민이 동의했다. 해당 청원자는 “제주도의 관광 활성화의 일환으로 시작된 무사증 제도와 달리 난민 신청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난민의 생계를 지원하는 것이 자국민의 안전과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1주일 사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난민 수용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이 300건 가까이 올라왔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에 따르면 예멘 난민 수용 ‘반대’ 의견이 49.1%로 절반에 달했다. ‘찬성’은 39%에 머물렀다.

인도주의적 차원서 이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인권 단체의 주장에 반발이 심화됐다. 반대 주장을 살펴보면 기저에는 무슬림(이슬람교도)에 대한 불안감이 깔려 있다. 이 때문에 예멘 난민들을 둘러싼 ‘괴담’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예멘 난민을 둘러싼 괴담이 난무하는 까닭이다. 

[난민 지원금] 
[월 138만원?]

SNS상에선 ‘예멘 난민에게 월 138만원을 주고 있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난민법 제40조(생계비 등 지원)에 따르면 법무부장관은 난민 신청자에게 생계비 등을 지원할 수 있다. 난민 신청자들은 처음 6개월간 체류하며 생계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신청자들이 6개월 동안 머무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지원금을 신청한 난민은 785명이고 이 가운데 436명에게 평균 3개월간, 총 8억1705만원의 지원금이 지급됐다. 신청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돈을 받았지만, 국내에 입국한 난민이 9942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4.4%에 불과한 수치다. 

대규모 입국 뒤 시민들 불안감 급증
사건·사고 SNS 확산 혐오감 부추겨

난민의 지위를 획득한 뒤에도 생계 보조금이 나오기는 하지만, 국내서 난민 지위를 획득한 이들은 극소수다. 지원금액도 1인당 평균 5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월 지원금액은 1인 가구에 43만2900원이다. 4인 가구 117만400원, 5인 가구 138만5900원으로 4인 가구 이상이 돼야 월 100만원 이상을 받는다. 

138만원 소문은 4인 기준 지원금이 1인당 지원금으로 잘못 알려진 결과다. 

[난민 늘면 ]
[범죄 증가?]

난민들이 각종 사회적 문제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그동안 종교 갈등으로 벌어진 중동 국가들의 IS 테러와 내전은 한국 사회와 동떨어진 이야기였다. 그런데 난민 유입으로 국민들 사이에선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왔다고 느끼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국내서 난민의 범죄와 관련된 연구나 통계자료가 없다. 국내서 벌어진 외국인 범죄에 대해서만 통계가 잡히는데, 대검찰청의 범죄 분석에 따르면 2016년 국내서 일어난 살인, 강도, 성폭력, 절도, 폭행 등 5대 강력범죄를 기준으로 외국인 가해자는 중국인들이 가장 많았다.
 

국내에 머무는 중국인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하게 많기 때문에 생긴 결과다. 중동 국가들은 통계상 별도로 구분되지 않고 ‘기타’ 국가로 분류됐는데 살인 사건(1.1%)을 제외하고 나머지 범죄들은 모두 1% 미만으로 집계됐다.

유럽 국가들 가운데 난민을 대거 수용한 스웨덴이나 독일서 범죄가 늘어났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난민들이 저지른 범죄가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서 범죄가 10%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독일의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은 지난해 독일서 발생한 범죄가 전년보다 9.6% 줄었고 특히 비(非)독일인 범죄가 22.8% 줄었다고 발표했다.

[한국 여성] 
[임신시켜라?]

제주지역 ‘맘카페(주부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예멘 난민들을 조심하라는 경고 글과 함께 ‘난민 행동수칙’이란 제목의 게시물이 SNS에 퍼졌다. 

난민 인정을 받기 위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난민들 사이 일종의 행동수칙 같은 목록이 공유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장애 여성에게 접근하라’ ‘무조건 한국 여성을 임신시켜라’ ‘한국 국적 취득을 할 때까지 결혼 생활을 유지해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괴담이 나오는 이유는 예멘 난민자들 대부분이 남자기 때문이다. 지난해 난민 신청자 9942명 가운데 남성이 7825명(78.7%), 여성은 2117명(21.3%)으로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강간하러 왔다” 괴소문도 난무
“아직 받을 준비 안 됐다” 중론

특히 내전 중인 예멘에선 반군의 강제 징집을 피하려는 젊은 남성이 대거 탈출하고 있다. 제주에 온 561명 중 504명(91.8%)이 남성이고 여성은 45명에 그쳤다. 20대 남성이 307명으로 가장 많고 30대 남성이 142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 때문에 예멘 남성들이 한국 여성들을 강간하러 왔다는 극단적인 괴담도 퍼졌다. 한 누리꾼은 “유럽서 이슬람 난민들이 오로지 강간만을 위한 단체를 만들기도 했다더라”며 “우리나라 여성들이 성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 국내서 자국민이 저지른 5대 강력범죄 2만6241건 중 강간·유사강간 사건은 6294건으로 비율은 24%에 달한다. 


반면 이슬람권 국가인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키르기스스탄 등 세 나라 출신 범죄자들의 5대 강력범죄 758건 중 강간·유사강간 건수는 4건으로 비율은 0.5%에 불과하다.

이런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제주출입국·외국인청과 경찰, 제주도 등은 외국인 집단 거주지에 대한 순찰 강화 등 범죄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은 광화문 일대서 난민 수용 반대 집회까지 있었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난민에 대한 청원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예멘 난민들 왜 제주도?

사우디아라비아 남쪽에 위치한 예멘은 중동 국가다. 면적은 한반도의 갑절 이상인 52만㎢지만 인구는 2803만에 불과하다. GDP는 138억4000만달러로 세계 129위 수준이다. 예멘은 과거 오스만 제국서 독립한 북예멘과 영국서 독립한 남예멘이 1990년 5월22일 합쳐진 통일 국가다. 

1994년 종교 갈등을 시작으로 내전이 반복되고 있다. 지금의 예멘 내전은 2014년 9월 후티 반군이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정권을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2015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까지 개입하면서 국제적 문제로 불거졌다.


전쟁을 피해 수많은 예멘인들이 국가를 떠났다. 대규모 징집을 피하다보니 20∼30대 남성이 대부분이다. 국경을 넘었지만 이웃 중동국가조차 받아주지 않았다. 이 과정서 국제인권기구가 말레이시아 정부를 설득하면서 예멘인들의 제한적 체류가 이뤄졌다. 

올해 4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제주간 부정기선이 뜨자 예멘인의 무더기 제주행이 시작됐다. 

왜 굳이 예멘서 1만km 떨어진 제주도냐는 의문이 생긴다. 우선 말레이시아는 난민을 인정하지 않고 취업도 어렵다. 그러던 중 올해 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제주간 항공기 직항이 뜨면서 예멘인 사이서 제주가 급부상했다. 

유럽도 난민에 제한적이고 일본과 중국도 난민 신청이 까다롭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951년 유엔난민협약에 가입하고 2014년 아시아서 유일하게 자체 난민법까지 제정했다.

일본은 국제적으로도 난민 지원금을 많이 내는 선진국이지만 정작 난민 인정에는 소극적이다. 비자 없는 예멘인에 대해서는 입국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다. 반면 제주는 비자 없이 입국까지 가능한 유일한 지역이다. 결국 예멘인 사이에 이 같은 소식이 퍼지면서 말레이시아에 체류하던 예멘인들의 무더기 제주도로 넘어왔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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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