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의 대북원조 시나리오

1조? 2조? 북한에 얼마나 퍼줄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남북 경협이 시작됐다. 북핵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조치의 연장선이다. 남북은 최근 철도와 도로에 대한 회담을 마쳤다. 인프라 투자를 통해 이전보다 교류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대북 지원은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다분했다. 이번엔 다르다. 북한 역시 단순 원조를 떠나 경제 체제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한다.
 

남북은 최근 판문점서 철도 및 도로협력 분과 회담을 연이어 개최했다. 남북 경협의 토대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까닭이다. 남북은 이번 회담서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과 함께 현대화 사업을 논의했다. 이와 관련한 남북 간 협의는 지난 2008년 개성공단 회의 이후 약 10년 만이다.

철도·도로
남북 회담

철도와 도로는 교류의 시발점으로 꼽힌다. 교통 인프라의 개선으로 가시적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남북은 이번 ‘철도회담’서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문제에 대해 다뤘다.

우선 남북은 북측구간(금강산∼두만강, 개성∼신의주)에 대한 현지 공동조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어 다음 달 중순경 경의선 철도 연결구간(문산∼개성)과 동해선 연결구간(제진~금강산)을 공동점검할 예정이다.


‘도로회담’에선 경의선 도로(개성∼평양)와 동해선 도로(고성∼원산)를 현대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남북은 이를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남북은 철도와 마찬가지로 도로의 연결과 현대화를 위해 공동연구조사단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공동조사는 8월 초 경의선 도로를 시작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대북제재가 유효한 상황이다. 이번 회담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논의되지 못한 이유다. 우선 남북은 공동실태조사와 공동연구를 진행한다는 데 합의했다. 대북제재가 존재하는 상황에 발맞춰 접점을 찾은 셈이다.

이번 도로협력 회담 남측 수석대표를 맡은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은 제재의 현실성을 지적했다. 다만 그는 회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제재가 풀리면 할 수 있는 여러 사안들을 충분히 연구조사하고 준비할 사안이 있다”고 말했다. 

대북제재가 일단 존재하지만 남북 경협 및 교류를 위한 물꼬는 트겠다는 것이다.

이어 우리 측 대표단은 향후 대북제재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은 국제사회와 함께 풀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주태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은 “일을 하다보면 제재에 저촉되거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는 기본적으로 제재 틀 안에서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의하며 진행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철도·도로 회담, 남북 경협 물꼬
과거 단순 원조 떠나 인프라 투자로

이번 회담은 무엇보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서 발표한 판문점 선언의 후속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반도 평화와 북한의 비핵화를 향한 첫 출발점이라 봐도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남북 철도 및 도로의 연결을 넘어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있는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부서도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여러 대북지원이 있었다. 그러나 반복되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도발로 그 신뢰가 구축되지 못했다. 대북지원이 ‘퍼주기’라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게 된 까닭이다.

여러 정권서 있었던 대북지원은 보통 쌀과 비료 등 인도적 차원의 지원으로 귀결된다. 처음으로 북한에 쌀을 지원한 정권은 김영삼정부다. 김영삼정부는 지난 1995년 수해 지원용으로 15만톤의 쌀을 북한에 무상 지원했다.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통해 대북 원조의 고삐를 당겼다. 햇볕정책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계승해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대중정부 초기부터 북한과 교류가 시작된 것은 아니다. 남북 교류의 도화선이 된 것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과 김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이었다. 민간 교류를 통해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이다.

1998년 정 회장은 소 1001마리를 끌고 방북해 교류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떼 방북으로 남북 화해 분위기가 시작되면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의 기틀이 마련됐다.

금강산 관광은 남북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한 사람들이 관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될 때까지 약 100만명이 넘는 남측 관광객이 다녀갔다. 또한 김대중정부 출범 이후 2000년 5월 말까지 1만667명이 북한을 방문했다. 이는 1989년 방북 허용 이후 전체 방북 인원의 80.5%에 해당 된다.

소떼 시작
교류 물꼬

민간 교류에 힘입은 남북 관계는 김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으로 이어졌다. 김 전 대통령은 이 자리서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남북의 화해 협력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베를린 선언에 이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6·15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남북정상이 최초로 마주한 때였다.

당시 북한은 식량 상태가 좋지 못했다. 김 전 대통령은 정부 차원서 인도적 지원에 나섰다. 김대중정부에서는 쌀 70만톤과 옥수수 20만톤 등 식량과 비료 91만5000톤이 지원했다. 각각 9085억원, 2753억원 상당의 물량이었다.


김 전 대통령에 이어 노 전 대통령 역시 햇볕정책을 계승했다. 노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노무현정부는 180만톤의 쌀과 160만톤의 비료를 북한에 지원했다. 각각 2조5143억원과 5119억원에 달했다.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는 2001년을 제외하고,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연간 약 40만톤의 쌀을 인도적 차원서 지원했다. 2006년 무상지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기간은 차관형식으로 북한에 지원했다. 

10년 거치 20년 분할상환에 연리 1%의 조건이 붙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운영도 지속됐다.

그러나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의 총격으로 피살되면서 남북관계는 경색 국면으로 진입했다.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은 결정적이었다. 이명박정부는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5·24 대북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2010년 북한의 수해로 인해 5000톤의 쌀이 무상으로 지원됐지만 남북관계의 냉각기를 피할 수 없었다.

박근혜정부에선 대북 쌀 지원이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았다. 민간 차원의 지원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대북 쌀 지원만 살펴볼 때 정부 차원에서 지원한 쌀은 모두 265만5000톤에 달한다. ▲김영삼정부 15만톤 ▲김대중정부 70만톤 ▲노무현정부 180만톤 ▲이명박정부 5000톤을 합한 것이다.


문 대통령 역시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마찬가지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남북교류의 시작을 알렸다. 다만 이번 남북 경협은 과거의 단순한 식량 원조를 넘어선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번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철도와 도로를 시작으로 경제특구 조성 등이 제기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김정은 북한 위원장은 싱가포르 시내 투어를 통해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은 일시적 원조를 받는 것보다 자강에 힘을 쏟으려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런 연유로 현재 남북 간 이뤄지고 있는 인프라 투자는 경제 체제의 기반을 닦을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단순 원조 넘어
대규모 인프라로

최근 남북 간 철도 및 도로 회담과 함께 미국과 중국서도 북한의 경제 분야가 언급되곤 했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부동산’을 언급하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각) 미국 기독교 방송 TBN과의 인터뷰서 “김정은이 북한으로 기업을 들여오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입지 측면이나 부동산서 (북한은)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뭔가를 하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관계자가 ‘북한 해변의 콘도 건설’에 대해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될 것으로 매우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특별한 이행이 없다는 것을 고려해 대북제재를 1년 연장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부동산 언급과 함께 중국의 대북투자 역시 주목된다. 김 위원장과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은 지난 북미정상회담 이후 3차 정상회담을 개최한 바 있다. 이 자리에 북한 경제 관료들이 참여하면서 중국의 대북투자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그 이전에는 북한의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중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북 대북투자 적극적 홍보 나서
전적으로 비핵화 조치에 달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 북중정상회담서 시진핑 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대규모 대북 투자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위원장이 경제특구 공동개발과 기초 인프라 건설 협조 등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이 주목된다. 단순한 식량 원조를 떠나 경제체제가 자리 잡히길 원한다는 시각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당시 3차 북중정상회담을 두고 중국이 대북 경제제재를 완화해줄 것이란 분석이 있었다. 김 위원장이 한미연합훈련 유예를 이끌어낸 것의 보상이라는 것이다. 양국이 중국의 대북투자에 힘입어 경제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대두된다.
 

북한 당국 역시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는 모양새다. 북한은 지난달 8일 국가관광총국이 운영하는 홈페이지 ‘조선관광’을 새롭게 단장했다. 국가관광총국은 북한의 관광사업 전반을 다루는 기관이다. 

북한은 주요관광 지구를 상세하게 소개하며 투자를 권장했다. 홈페이지에 언급된 지역은 평양, 백두산, 남포, 개성, 신의주, 원산-금강산 등이다. 이 중에서 눈에 띄는 건 원산-금강산지구다. 북한은 이 지역의 현재 개발 계획을 상세하게 소개하며 투자를 권장했다. 

북한이 외국인 투자자 유치를 위해 힘쓰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역시 지난 정권과 그 궤를 같이하며 남북경협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독자적이고 직접적인 대북 지원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 그간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대북제재가 실행된 까닭이다. 그 연유로 남북경협 역시 국제사회의 협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 제재와
투자 얽혀있어

이번 남북 경협은 단순한 원조를 넘어선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단순 원조는 북한 경제에 자극을 주기 어렵다. 반면 인프라 투자는 북한 경제의 활성화를 야기할 만한 수단으로 꼽힌다. 다만 경협 문제는 전적으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주목 받는 원산·갈마지구

북한이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관광 리조트를 건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7일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북한은 원산·갈마 해안관광 지구에 관광 리조트와 부대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김정은 북한 위원장은 원산·갈마 지구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안가를 따라 호텔과 워터파크는 물론 카지노까지 조성해 북한 경제 재건을 도모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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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