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원 “문근영 기부행위 배후에 좌익세력 존재한다” 주장
‘색깔론’ 관계없이 연기·기부 활동 계속 병행해 나갈 것
‘기부천사’로 등극한 배우 문근영이 때아닌 색깔론에 휩싸였다. 문근영은 최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발표 결과 지난 2003년부터 올해까지 ‘사랑의 열매’에 익명으로 8억5000만원을 기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돈을 기부한 개인 기부자로 밝혀지면서 네티즌의 박수를 받았다. 이에 기부천사로 등극한 문근영의 가족사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작고한 문근영의 외조부 류낙진씨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 하지만 재야운동가였던 류낙진씨와 관련해 군사평론가 지만원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문근영 띄우기는 빨치산 선전용’, ‘북한의 공작과 문근영 케이스’ 등의 글을 게재하며 문근영에 대한 색깔론을 제기했다.
지난 2005년 작고한 류낙진씨는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 활동을 했다고 한다. 류씨는 1971년 호남 통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19년을 복역하고 가석방됐다. 1994년에는 구국전위 사건으로 재수감됐다. 이러저러한 좌익활동으로 무려 30년 가까이 복역한 이른바 비전향 장기수인 것이다. 문근영의 이런 가족사는 2004년에 대중에게 알려졌다.
"70년대 초등학생 글"
이번에 문근영의 선행이 보도되자 우익 논객인 지만원씨는 ‘배우 문근영은 빨치산 슬하에서 자랐다’는 글을 시작으로 18일까지 9건의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지씨는 장문의 글을 통해 “선행을 등에 업고 빨치산 가문을 명문 가문으로 선전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 “문근영 기부행위의 배후에는 좌익세력이 존재하며 이들 좌익세력은 호남에 대한 호의적 정서를 이끌어내려는 심리전을 펴고 있다”는 등 문근영을 둘러싼 각종 음모론과 색깔론을 제기해 논란을 부추겼다.
그는 문씨가 조선시대 화가 혜원 신윤복 역으로 출연 중인 TV드라마 <바람의 화원>과 역시 신윤복을 다룬 영화 <미인도>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영화 <미인도>의 주연 김민선씨는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 지지자고, 문씨는 좌익의 손녀니 이게 뭔가 이상하다는 것이다. 지씨는 두 개의 작품에 ‘이상한 여배우’들이 출연하며 ‘신윤복 신드롬’을 만들어내는 것이 무슨 배경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다수의 네티즌들이 그의 주장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뉴라이트 대표논객으로 활약 중인 만큼 지씨의 글은 일부 보수적 네티즌들을 결집시켜 소모적인 색깔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지씨의 문근영 색깔론 제기에 대해 진중권 중앙대 교수는 진보신당 당원게시판에 올린 ‘간첩들의 암호 신윤복 코드?’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씨의 글은 70년대 반공 초등학생이 쓴 글을 보는 듯하다. 나이가 드시면서 점점 앙증맞아지시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그는 지씨의 주장은 ‘반공주의가 일으킨 사회적 강박증’이라고 규정했다. 과자 봉투의 무늬가 남침땅굴을 의미한다거나 김추자의 춤이 간첩의 암호라는 풍문을 예를 들었다.
진중권 교수는 “사라진 지 몇십년 된 이 정신병이 ‘MB 정권’ 특유의 복고 취향을 타고 다시 부활하는 모양이다. 도대체 ‘국민 여동생’이라 불리는 문근영까지, 심지어 선뜻 내놓기 어려운 거액의 기부에까지 굳이 빨간색 배경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못 견디는 저 집요함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바람의화원> 촬영에 열중
문근영의 선행이 알려진 뒤 일부 네티즌들은 원색적인 비난과 악플을 쏟아내고 있다.
“연예인들에게 그 정도 금액은 큰돈이 아니다”, “끝까지 익명으로 남지 왜 이름을 밝혔느냐”, “익명으로 기부한 척하고 착한 척은 혼자 다한다”는 비난 글부터 ‘언론 플레이’ 혹은 ‘문근영 띄우기’라는 악플들이 곳곳에 달렸다.
하지만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좋은 의도로 오랫동안 익명으로 기부를 한 문근영의 사연을 이렇게 매도하고 악플을 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 “아무 생각 없이 부정적으로 매도하는 행위는 이제 그만 하라”는 등 몰지각한 언행에 대해 분노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논란의 당사자인 문근영은 이에 개의치 않고 현재 출연 중인 <바람의 화원> 촬영에 열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근영 소속사 나무액터스의 한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색깔론에 개의치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근 악플 및 색깔론에 대한 네티즌들의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논란과 관련해 문근영 소속사 차원의 공식 대응은 없을 계획이다.
또 <바람의 화원> 한 관계자는 “문근영은 현재 막바지 촬영에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항간에 도는 색깔론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여전히 밝은 모습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다”고 문근영의 근황을 전했다.
특히 문근영은 기부에 대한 본인의 생각이 확고한 만큼, ‘색깔론’과 관계없이 연기와 기부 활동을 계속 병행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사진 송원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