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향후 국면전환을 위한 회심의 카드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적어도 위기 탈출을 위한 확실한 키는 이 대통령이 쥐고 있다. 이 대통령의 결정 없이는 모든 정치적 사안의 결정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의 행보는 늘 관심의 대상이다. 이 가운데 국면전환을 위해 어떤 카드를 꺼낼 것인가가 최대 관심거리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와대 실무진 교체와 함께 참여정부 잔재들을 모두 소탕할 것”이라는 말들이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 대통령을 비롯해 측근들의 행보를 보면 그럴 가능성이 더욱 높아 보인다는 게 한나라당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 진위를 추적해봤다.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을 알 수 없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가 기자와의 만남에서 던진 얘기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면 돌파 의지를 보여준다. ‘강만수 사퇴론’이 여권 내에서 일어나도 이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 자신이 생각한 의지대로 아무 거리낌없이 행동하고 있다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 그래서 ‘2인자는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실제 MB계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 주변에서 국정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면서도 “개각은 꼭 해야 된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청와대에서는 “개각은 없다”고 못을 박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는 인식 하에 개각을 단행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끊이지 않는 전면개각…대상·폭 구체적 내용 솔솔
이 때문에 ‘연말·연초 전면 개각설’이 힘을 받고 있다. 특히 연말·연초 개각설 등이 여권 내에서 흘러나온 뒤 개각에 대한 구체적인 폭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청와대 조직 개편을 위해 각 비서관실을 상대로 조직진단 및 평가를 실시한 것은 ‘개각’을 하기 위한 수순으로 봐도 무관하다”며 “청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행정관, 비서관 등 20~30%를 물갈이 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가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 개각을 단행할 것이라는 의미다. 연말·연초 개각이 예고되는 부분이다. 개각을 통해 안정기조로 정국을 이끌어 가겠다는 복안으로 전면 개각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치권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실제로 한나라당 한 관계자에 따르면 강만수·정종환 장관, 맹형규 정무수석을 비롯해 청와대 민정팀 등이 개각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전면 개각설이 청와대와 여권 내부에서 잠식되고 있지만 언제든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 대통령이 국면전환을 위해 준비한 회심의 카드 중 하나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전면 개각설 만이 국면전환을 위한 카드라고는 볼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미국발 경제 위기론 등이 끊임없이 불거져 나오며 이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이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경제대통령’을 자임한 이상 경제 위기를 가장 먼저 해결할 태세다.
실제로 정부는 중국·일본과의 통화스와프 규모를 늘리고 있다. 게다가 스와프 총액 가운데 평상시 상호 지원할 수 있는 비율을 높여 협정의 파괴력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임기 채우려 한다” 참여정부 인사 여전
이뿐만 아니라 강 장관은 지난 12일 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정부가 지금까지 한국은행을 통한 유동성 공급과 은행 외화차입에 대한 지급보증, 수정예산안 제출 등의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일자리 창출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확대하고 청년 등 고용취약계층에 대한 취업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위기 후 기회를 잡기 위한 중장기 성장동력 발전 노력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강 장관의 이같은 발언에도 불구하고 경제 성장은 힘들다는 지적이다. 바로 강 장관에 대한 신뢰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땅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간의 사인이 맞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발표를 앞두고 언론으로 정보가 미리 흘러나가면서 서로간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것. 게다가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긴밀한 협력 체제를 가동해야 될 이들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 더 큰 문제라는 게 여권관계자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한국은행과 재정부가 서로 ‘눈치보기’만 하고 있다. 게다가 서로간의 경제 정책 방향이 다르다. 이성태 총재는 참여정부시절인 지난 2006년부터 일을 해왔던 만큼 이들이 하루 빨리 정리돼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가 코드 인사라는 비판을 받더라도 위기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어 그는 “참여정부 인사들이 대거 정부기관에 남아 있다 보니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장관과 실무자들 사이에서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 심지어 수장의 말을 무시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더욱이 일부에서는 임기를 채우려는 인사들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거의 다 돼 가는 시점에서 이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은 큰 문제”라며 “코드인사라는 비판을 받더라도 이같은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루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문제는 참여정부 시절 인사들을 정리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정치권 내에서는 공무원에 대한 불신이 상당하다.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6일 “‘지난 10년’의 잔재가 남아 있어 새 정부가 열심히 하려고 해도 공무원 사회가 잘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며 “이제는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때이지만 아직도 새 정부와 코드를 같이하지 않는 공직자들이 있다”고 공무원 사회를 비난했다.
특히 국정감사 기간 여당 의원들도 모르는 정부 회의의 내용을 야당 의원들은 다 알고 있을 정도였던 것. 이 때문에 여권 내에서는 공무원 사회의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불거져 나왔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또 하나의 국면전환 회심의 카드로 참여정부 인사들의 아킬레스건을 파악, 이들을 대거 정리할 수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참여정부 인사들을 정리하는 연장선상으로 검찰발 사정칼날의 본색이 서서히 참여정부를 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참여정부를 향한 사정 칼날’에 대해 정치권 한 관계자는 “검찰과 사석에서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면 ‘참여정부의 꼬리를 자르기 위해 수사를 하다 보면 당연히 몸통은 나올 수밖에 없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며 “국면 전환 카드로 참여정부를 향한 사정 본색을 드러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를 입증하듯 최근 검찰 수사가 또 다시 활기를 띄고 있다. 마무리 수순에 돌입한 공기업, 대기업에 대한 수사가 또 다시 사정 대상에 오른 것.
일례로 검찰은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의 선거 캠프에서 보좌관을 지냈던 노모씨가 조영주 전 KTF 사장 측으로부터 5천만원의 불법 정치 자금을 받았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이 혐의로 노씨는 지난 7일 구속됐다.
또 참여정부시절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진대제 전 장관이 남중수 전 KT 사장으로부터 3천만원을 받은 정황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주성 전 국세청장도 2005~2006년 국세청장을 지내면서 프라임그룹 측으로부터 20억원의 아파트 로비를 받았다는 단서가 드러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강원랜드 비자금 조성 의혹, S해운 정·관계 로비 의혹 등 참여정부 실세인 S·L·M 의원을 비롯해 J 전 의원 등도 연루되어 있다는 소문이 나도는 만큼 이들에 대한 본격수사가 이뤄질 경우 그 혐의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도 회자되고 있다.
검찰 사정 ‘개봉박두’일부 기업 몸 사리는 중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참여정부를 향한 사정 칼날이 본격화되더라도 과연 그 실체를 파악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라며 “사정 칼날을 휘두를 때 ‘단칼’에 모든 것을 해결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검찰 수사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검찰 사정 칼날이 또 다시 시작됐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S그룹 등은 모든 사업을 중단한 채 몸을 사리고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민주당 한 관계자는 “무조건 털면 먼지 하나는 나오듯이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참여정부에 대한 비리는 어쩔 수 없이 나올 것”이라며 “이는 이 대통령이 국면 전환을 위해 내밀 회심의 카드 중 하나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처럼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이 ‘국면 전환 회심의 카드’를 서서히 꺼내고 있다는 반응이다.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모르지만 이명박 정부가 총체적인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준비한 카드임은 분명한 사실이라는 게 정치권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